병원에서 접종 후 가벼운 통증이 아니라 누가 만지는 느낌이었어
병원에서 접종 후 가벼운 통증이 아니라 누가 만지는 느낌이었어. 처음엔 그냥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 했는데, 그날 이후로도 이상하게 자꾸 같은 감각이 떠올라. 지금도 누가 내 팔을 쓸어내리듯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머릿속에 남아있어.
나는 평소에 병원 가는 걸 그리 싫어하지는 않았는데, 그날은 일이 좀 꼬여서 결국 약속보다 늦게 도착했어. 접수하고 대기하다가 바로 예방접종실로 들어갔고, 간호사 선생님이 팔을 걷어 올리라면서 자세를 잡아줬지. 다른 사람들처럼 나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도 표정이 긴장돼 있는 게 느껴졌어. 주사 맞을 때는 보통 따끔하고 끝나잖아?
그런데 막상 주사가 들어간 뒤에, “아” 하는 따끔함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감각이 시작됐어. 통증이라기보다, 누가 피부 바로 위를 손끝으로 쓸어내리듯 문지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간호사 손이 닿아있는 것도 아니고, 내 팔을 받치고 있는 사람도 없었는데도 말이야. 순간적으로 내 시선이 팔 쪽으로 확 돌아갔는데, 아무도 내 팔을 잡고 있지 않았어.
“간호사님, 방금 뭐 만지셨어요?” 하고 물어볼까 하다가 참았어. 혹시 내가 오해한 걸까 싶어서. 근데 그 느낌은 딱 한 번 스치고 끝난 게 아니라, 아주 얇은 장갑 낀 손이 피부 위를 천천히 쓸었다가 놓는 것처럼 계속 이어졌어. 팔이 간질간질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촉감이 선명했어. 마치 내가 특정 부위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한테만 느껴지는 그런 촉감 같은 거.
접종 후에는 보통 10~20분 정도 대기하잖아. 나는 그 의자에 앉아 있는데도 팔이 계속 신경 쓰였어. 다른 사람들은 체온 체크하고, 증상 물어보고, 휴대폰 보며 평범하게 기다리는데 나는 손을 뻗어 확인하고 싶어 미치겠더라. 근데 손을 움직이는 순간에도 느낌이 사라지질 않아서 더 이상했어. 만약 공기 온도 때문이라면 이렇게 특정 부위만, 그것도 “만지는 행위”처럼 반복될 리가 없잖아.
간호사가 “어지러우세요? 통증은요?” 물었을 때 나는 잠깐 멈칫했어. “통증은 괜찮은데… 뭔가 눌렀다가 놓는 느낌이 있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말이 이상하게 튀어나올까 봐 그냥 “괜찮아요” 했어. 솔직히 말하면 그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누가 ‘만지는 느낌’이라고 하면 장난처럼 들릴 것 같았거든. 그날 내 표정도 좀 이상했는지 간호사는 “혹시 알레르기 반응 같은 거 있으세요?” 하고 다시 체크했어.
집에 와서 옷 갈아입을 때도 이상했어. 팔을 쓸어보면 표면은 멀쩡한데, 머릿속에서는 계속 그 촉감이 이어지는 느낌이 남아있더라. 처음엔 착각인가 했는데, 샤워하면서 물이 닿는 감각이랑은 전혀 달랐어. 물이 미끄러지는 느낌이 아니라, 아주 얇은 무언가가 피부 바로 옆에서 정해진 순서대로 움직이는 것 같았거든. 나는 결국 그날 밤 베개 밑에 팔을 두고 자려고까지 했어. 혹시라도 누가 내 팔을 만질까 봐.
며칠 뒤에 우연히 같은 병원에서 접종한 지인의 얘기를 들었어. 그 친구는 “주사 맞고 나서 팔이 찌릿하긴 했는데, 이상하게 누가 손으로 어깨를 가볍게 눌러주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는 거야. 그 말 듣고 등골이 서늘해졌어. 친구는 본인이 그냥 긴장해서 그랬다고 넘겼는데, 내 경험이랑 너무 결이 같았거든. 그래서 나는 그때 접종실에 있던 조용한 공기, 형광등 아래에서 이상하게 유난히 조용했던 분위기까지 같이 떠올랐어.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날 간호사가 접종하면서 팔을 고정할 때 내 팔 위에 짧게 스친 손길이 있었는데, 그 뒤로 이어진 느낌은 그 손길이랑 방향이 달랐어. 고정은 위에서 아래로 딱 한 번이었는데, 내가 느낀 건 옆으로 문지르는 느낌이었거든. 그래서 난 “사람 손”이 아니라 “감각이 먼저” 생긴 거 아닐까 생각했어. 물론 그게 말이 되는 설명은 아니지. 그래도 왜 내 시선이 자연스럽게 팔 쪽을 향했는지, 왜 손을 움직이면 더 선명해졌는지, 그건 아직도 논리로 정리되지 않아.
요즘도 가끔 피부가 간질간질해지는 날이 있어. 그런데 그때마다 통증을 상상하는 게 아니라, 먼저 “누가 만지는 위치”부터 떠올라. 병원에서 접종하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어떤 감각이 내 몸에 잠깐 자리 잡았다가 다시 불러지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난 아직도 그날 팔을 만지던 존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보다, 왜 하필 ‘만지는 감각’만큼은 정확하게 남았는지가 더 무섭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