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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화장실 변기 물이 하루 종일 흐르는 소리

2026-09-08 00:29:11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에서 화장실 변기 물이 하루 종일 흐르는 소리, 처음엔 그냥 “이 동네 수도가 원래 그래” 같은 말로 넘겼어. 그런데 그날은 달랐어. 새벽부터 시작된 찰랑 소리가, 낮에도 밤에도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졌거든. 잠을 못 잘 정도로 또렷하게 들리는데, 이상하게도 화장실은 잠깐씩만 들리거든. 내가 안 가도 소리가 있고, 내가 문 열면 또 잠깐 조용해지고, 다시 닫으면 또 시작되는 그런 패턴이었어.

나는 그 집에 이틀 일정으로 내려갔어. 할머니가 “고장 난 데 있으면 그냥 너희가 보고 말해” 하셔서, 큰 수리 같은 건 안 하고 사소한 것만 확인하려 했지. 근데 화장실 변기 아래쪽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계속 나니까 신경이 갔어. 물이 새는 정도가 아니라, 마치 계속 누군가 손으로 물을 내리고 있는 것처럼 일정했어. 그리고 무엇보다 변기 물탱크를 열어보면 정상처럼 보였어. 손잡이도 멀쩡하고, 부품이 빠진 것도 없고, 물이 새는 흔적도 눈에 잘 안 띄더라.

처음엔 나도 그냥 대충 넘어갔어. 혹시 배수관 어딘가에서 역류처럼 소리가 퍼지는 건가 싶어서, 변기 옆 수도꼭지 틀고 껐을 때 소리가 조금 달라지나 봤는데 그건 또 아니었어. 물 흐르는 소리는 변기 주변에서 나는데, 정작 변기 물을 내리면 소리가 더 커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식이었거든. 그러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 “내가 변기를 건드리는 순간, 뭔가가 잠깐 숨을 쉬고 있는 거 아냐?” 같은 헛소리였지만, 그날은 그런 생각이 자꾸 머리를 밀어붙였어.

오후가 되면 사람들은 보통 바쁘지 않나. 그래서 나는 마당에서 일도 좀 하고, 부엌에서 밥도 하고, 동네 산책도 했어. 그런데도 화장실에서 그 소리는 계속 들렸어. 바깥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들리는 정도였고, 소리의 높낮이와 리듬이 일정해서 더 무서웠어. 수돗물처럼 일정한 압력으로 떨어지는 소리도 아니고, “흐른다”기보단 흐르는 척 하는 느낌이랄까. 마치 누가 변기 안에 귀를 대고 물소리를 흉내 내는 것 같았거든.

저녁이 되자 할머니가 “아, 그거 또 그래?” 하시더라. 나는 “잠깐만요, 수도랑 변기 탱크는 봤는데도 계속 나요”라고 말했는데, 할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원래 하루 종일 그러다 멎는다” 하셨어. 그런데 할머니가 말한 ‘멎는다’는 시간이 이미 지나고도 소리는 계속됐어. 나는 할머니 얼굴을 보면서도 웃고 넘기려 했는데, 할머니는 웃지 않으셨어. 그 표정이… 그냥 귀찮다는 표정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의 표정 같았어.

밤 10시쯤, 나는 결국 다시 화장실로 갔어. 문을 열자마자 소리가 한 박자 늦게 들리는 느낌이었어. 마치 소리가 문을 통해 따라 들어오는 것처럼. 변기 뚜껑을 열기 전에 손잡이를 잡는 순간, 차갑게 젖은 감촉이 손바닥에 남았어. 물이 튄 정도가 아니라, 손을 넣었을 때 생기는 그런 차가움. 그런데 화장실 안은 건조했어. 바닥도 마르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그날은 닦지 않았는데도 말라 있었거든. 더 이상한 건, 변기 아래쪽에서 물이 새는 흔적이 아니라 벽을 타고 내려가는 듯한 물자국이 아주 옅게 보였다는 거야.

그때부터 나는 이상한 규칙을 발견했어. 소리는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잠깐 멈추고, 내가 문을 닫고 나오면 다시 시작돼. 그런데 정확히는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야 다시 또렷해져. 마치 소리가 문틈에 걸려 있다가, 닫히는 순간 풀려서 다시 흐르는 것처럼. 나는 밖에서 문을 살짝 열어두고 기다려 봤어. 문을 열어두면 소리가 약해지고, 반쯤 닫아두면 일정하게 다시 커지고, 완전히 닫으면 다시 ‘하루 종일 그 리듬’으로 돌아왔어. 말이 안 되는데, 내 귀로 확인한 거라 더 못 믿겠더라.

새벽 3시쯤, 나는 결국 할머니 방으로 갔어. 할머니는 자다 깨서도 화장실 얘길 듣자마자 “또 왔구나” 같은 말만 하시고는 더 캐묻는 걸 막으셨어. “거기 들어가면 안 돼. 네가 문 열고 닫는 동안, 그게 거기서 더 쉬어”라고 하시는데, 솔직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됐어. 그런데 할머니가 내 손을 잡았을 때, 손가락 끝이 유난히 차가웠고, 손바닥에 작은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어. 방 안 온도랑 전혀 상관없는 온도였지. 그 순간 뒤에서, 화장실에서 다시 딱— 하고 소리가 시작됐어.

그날 아침이 되자, 소리는 멎었어. 멎은 게 아니라… 숨을 고른 것처럼 잠깐만 조용했다가, 내가 다시 변기 물을 내리는 순간부터 또 이어질 준비를 하는 것 같았어. 나는 변기를 손대지 않으려고 그냥 물을 안 썼고, 할머니도 더는 아무 말 안 하셨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청소를 하려고 화장실 문을 열면 항상 문턱 근처에 물기 같은 게 생겨 있었어. 닦아도 금방 마르고, 다음 날 또 생기고. 지금도 가끔 그 시골집 떠올리면, 실제로 물이 흐르는지 아니면 내 귀가 기억을 흉내 내는 건지 헷갈려. 하루 종일 흐르는 소리는 결국 사라진 게 아니라, 누군가가 “안 들으려고 문을 닫는 순간” 더 또렷해지는 쪽을 선택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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