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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로 산 커튼이 달릴 때마다 주방 쪽 빛이 줄어

2026-09-08 08:29:09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중고거래로 산 커튼이 달릴 때마다 주방 쪽 빛이 줄어드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건, 물건을 받은 날부터였어. 박스도 생각보다 가볍고, 커튼은 무척 얇았는데 이상하게 창문이 아닌 주방 쪽 형광등이 같이 어두워지는 것 같더라. 처음엔 전구가 나가나 싶어서 그냥 넘겼지. 근데 그 다음부터는 ‘커튼을 움직일 때마다’가 정확했어.

커튼은 거실 창에 다는 용도라고 했고, 패브릭도 무난했어. 배송 받고 커튼봉이랑 같이 설치하는데, 누군가 지나가며 바람 부는 것도 아닌데 커튼이 아주 살짝 흔들리더라고. 그리고 그 순간 주방 쪽이 멀쩡하다가, 반 박자 뒤에 기분 탓인지 확 어두워졌어. 나도 모르게 손을 멈추니까 조명 밝기가 다시 돌아오는 느낌. 그때부터 팔에 소름이 올라왔지.

나는 집에 있는 전등을 하나씩 확인했어. 주방 형광등은 스위치로 제어되는 거라,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해도 커튼을 흔드는 타이밍과 어둠의 타이밍이 겹쳤어. 멀티탭을 바꿔 끼우고, 조명도 다른 전구로 갈아봤는데도 똑같았어. 특히 커튼이 레일을 타고 ‘찰랑’ 소리 날 때마다 밝기가 쓱 줄었다가, 멈추면 다시 돌아왔어.

처음엔 내가 너무 민감해진 건가 싶어서, 커튼에 손을 대지 않고도 관찰해봤어. 창문을 열어 바람이 들어오면 커튼이 움직이잖아? 그때도 똑같이 어두워졌어. 주방이 아니라 정확히 ‘커튼이 닿는 쪽의 빛’만 빠지는 느낌. 마치 빛이 커튼 뒤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어둠이 벽지를 타고 번지는 게 아니라 조용히 농도가 달라지는 거야.

중고로 산 거라 혹시 다른 집에서 문제가 있었던 물건인가 싶어서 판매자에게 연락했어. 사진이랑 설명만 보고 산 거라 직거래는 아니었는데, “커튼 달면 전등이 이상해져요”라고 보내기엔 내가 너무 웃길 것 같아서 구체적으로는 못 물었어. 대신 “원단이 좀 특이한데 혹시 보관 중 냄새나 이염 있었어요?”라고 물었더니, 판매자는 답을 빨리 하면서도 이상하게 말을 돌렸어. “그거 제가 쓰던 거긴 한데요, 달아두면 집이 조용해져서 좋아했어요”라고.

그 말 듣고 나니까, 내가 보기엔 ‘조용해지는 느낌’이 사실은 빛이 줄어드는 걸 다른 식으로 표현한 건가 싶었어. 커튼을 달고 난 뒤로 나는 자꾸 주방 쪽으로 눈이 가더라. 불을 켜도 어딘가가 덜 환해져서, 시야가 자꾸 한 지점으로 끌리는 느낌이었거든. 밤이 되면 더 심해져. 커튼이 움직일 때마다 형광등이 순간적으로 숨을 고르는 것처럼 약해졌다가 돌아오니까, 거실에서 생활하는데도 주방이 멀리 있지 않게 느껴져.

나는 결국 커튼을 떼서 봉을 분리했어. 손으로 들어 올리면 그 즉시 밝기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걸 확인했거든. 그러면 원인이 전기 쪽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 커튼을 떼고 레일도 닦고, 커튼만 다시 달아봤는데도 똑같았어. 심지어 커튼을 완전히 접어서 방 안 구석에 두어도, 주방 조명이 커튼이 있던 위치와 연결된 것처럼 반응했어. 그때부터는 단순한 전기 문제가 아니라, 뭔가가 커튼을 ‘매개’로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다음엔 커튼 끝단을 보면 작은 실밥 같은 게 눈에 들어왔어. 하얀 원단이라 눈이 잘 띄는데, 한쪽 끝에 유독 촘촘한 부분이 있었거든. 자세히 보니까 단순한 마감이 아니라, 일부러 겹쳐 박아둔 흔적처럼 보였어. 손톱으로 살짝 건드리면 실이 풀릴까 걱정돼서 건드리진 못했지만, 이상하게 그 쪽을 바라볼 때만 어둠이 더 빠르게 찾아왔어. 커튼이 움직이지 않아도, 그 끝이 주방 쪽을 향하면 조명이 한 번 ‘쿵’ 하고 가라앉는 느낌이랄까.

결국 난 새 커튼을 달고 기존 커튼은 창고에 넣었어. 설치할 때는 아무 일도 없는데, 문제는 창고 문을 열었다 닫을 때였어. 주방 쪽이 아닌데도 집 안 공기가 잠깐 달라졌고, 전등이 약간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그날 밤, 거실에서 들리는 건 바람 소리뿐인데도, 커튼 레일이 쓰윽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거든. 실제로는 창고 문이 살짝 닫히는 바람이었겠지. 근데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날 때마다 주방의 빛이 한 번 더 줄더라.

지금도 가끔은 그래. 주방 쪽에 서서 커튼 자리에 눈이 가면, 빛이 얇아진 게 느껴져서 괜히 고개를 돌리게 돼. 중고로 산 건데도, 그 커튼은 그냥 천이 아니라 내 집에서 뭔가를 ‘가늠’하는 것 같았어. 그리고 내가 커튼을 없애도, 사라지지 않은 건 빛이 아니라 습관처럼 남은 어둠의 타이밍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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