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책상 위 물컵이 자꾸 안쪽으로 이동해
원룸에서 책상 위 물컵이 자꾸 안쪽으로 이동해. 처음엔 내가 잠깐 착각한 줄 알았어. 근데 이게 매일, 그것도 이상하게 “책상 바깥쪽”에서 “안쪽”으로만 미세하게 밀려 들어가더라. 소리도 없고, 바람도 없고, 창문은 항상 닫혀 있는데 말이지. 나는 그날부터 물컵 하나를 관찰하는 사람처럼 살았고, 결국 그 안쪽이 뭔가를 “부르는 방향” 같다는 느낌까지 들었어.
사건은 입주한 지 한 달쯤 됐을 때부터 시작됐어. 책상은 벽 옆에 붙어 있고, 나는 침대 쪽을 바라보며 앉아. 책상 위에는 가끔 물을 마시고는 했는데, 대개는 컵 손잡이가 늘 나를 향하게 두거든.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출근하려고 일어나서 보니까 컵 손잡이가 살짝 틀어져 있었어. 손이 닿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처음엔 설마 내가 전날 밤에 대충 올려뒀나 생각했지. 그래서 확인하려고 그날은 일부러 더 세게 “내가 원하는 위치”에 맞춰 놨어. 벽에서부터 몇 cm쯤 되는지 눈금은 없지만, 연필로 바닥에 아주 작은 표시도 해뒀어. 그리고 다음 날, 표시선을 기준으로 컵이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 있었어. 소리가 나는 흔적은 없었고, 컵 바닥도 물기 없이 마른 상태였어.
이상한 건 속도가 일정하다는 느낌이었어. 하루 만에 확 옮겨가는 게 아니라, 매일 눈치 챌 수 있을 만큼만. 마치 누가 손가락으로 아주 살짝 건드리고 있는 것처럼. 게다가 방향이 늘 똑같아. 침대 쪽이 아니라 벽 쪽, 즉 책상 안쪽으로만. 나는 그게 더 무서웠어. 실수로 넘어졌다거나 충격으로 밀렸다면 방향이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잖아.
그래서 나는 CCTV를 달아볼까 고민했는데, 원룸이라 설치도 번거롭고 비용도 부담됐어. 대신 단순하게 해봤어. 컵 옆에 종이를 세워두고, 컵이 움직이면 종이가 넘어질 각도를 계산해놨어. 그런데 다음 날 종이는 멀쩡했는데 컵만 옮겨져 있었어. 종이를 건드릴 만큼이면 어딘가 흔적이 남아야 하는데, 표면은 깨끗했어. 책상 위 먼지까지도 그대로였고, 물컵만 미끄러진 것처럼 딱 그만큼만 들어가 있더라.
그때부터 나는 생활 패턴을 바꿔서 테스트했어. 밤에 컵을 옮겨도 다음 날 아침엔 다시 안쪽으로 돌아와 있더라. 그러니까 “내가 실수로 둔 위치”가 아니라, 누군가가 다시 원래 방향으로 맞춰주는 느낌. 물론 상식적으로는 설명이 가능해. 책상 재질이 미끄럽다거나, 바닥 청소하면서 미세한 진동이 있다거나, 컵 바닥에 뭐가 묻어서 줄어든 마찰 때문에 천천히 움직일 수도 있지. 근데 그 설명이 안 들어맞는 부분이 계속 생겼어.
예를 들면, 비가 오는 날엔 오히려 더 안 움직이는데 맑은 날엔 어김없이 옮겨져 있었어. 창문은 닫혀 있고, 난방도 같은 시간에 같은 세기로 켜. 그리고 컵이 이동하는 “끝”이 있었어. 어느 순간부터 안쪽으로 한 번 더 들어가면, 그 다음엔 더는 안 가는 지점이 생기더라고. 마치 책상 어딘가에 닿아 멈추는 것도 아니었는데, 정확히 거기서 정지했어. 나는 그 위치를 볼 때마다 이상하게 등골이 서늘해졌어. 어설픈 물체가 막힌 것처럼 딱 거기까지였거든.
어느 날은 결국 참지 못하고, 컵을 벽 쪽에서 떼어내서 손으로 바깥쪽으로 확 옮겨버렸어. 그리고 바로 다음 행동이 문제였는지 몰라. 컵을 옮긴 뒤 책상 아래를 봤는데,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작은 틈새가 눈에 들어왔거든. 책상 하단과 벽 사이, 먼지가 쌓여야 할 자리인데 이상하게 비어 있었어. 거기엔 먼지가 거의 없고, 대신 새로 닦인 듯한 자국이 얇게 남아 있었어. 손을 대진 않았지만, 그 자국을 보면 누군가 계속 같은 방식으로 “정리”하고 지나간 것 같았어.
그날 이후로는 컵을 아예 책상 위에 두지 않기로 했지. 물은 컵 말고 텀블러로 마시고, 남은 건 바로 싱크대로 옮겼어. 그런데 신기하게도, 컵을 치운 자리의 주변이 매일 똑같이 정돈된 느낌이 들더라. 마치 컵이 없어도 누군가 “그 위치”를 체크하는 것처럼. 그리고 며칠 뒤, 나는 실수로 새 컵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는데, 손잡이 방향까지 똑같이 맞추자마자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어. 너무 빨리 확신이 섰거든. 또 안쪽으로 갈 거라는 걸.
그 다음 날 아침엔 컵이 또 조금 안쪽으로 이동해 있었고, 이번엔 이동한 정도가 전보다 더 작지 않았어. 마치 “이제 확인 끝났으니 다음 단계” 같은 느낌이었지. 나는 컵을 들고 있었던 손이 갑자기 차가워지는 걸 느꼈고, 문득 생각했어. 원래 물컵이 움직인 게 아니라, 책상 안쪽에서 누군가가 나를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지금도 가끔 컵을 놓지 않고도 책상 위를 보면, 빈 자리만큼은 이상하게 손이 더 자주 가. 그 안쪽은 분명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데도, 자꾸 내 시선부터 먼저 들어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