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마당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놓인 신발들
시골집 마당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발들이 놓이기 시작한 건 어느 가을이었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매일 아침이면 마당 한켠에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처음엔 동네 어르신들이 집앞에 잠깐 두고 간 줄 알았다. 그러다 날이 갈수록 신발 수가 늘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내가 그 집에서 지낸 건 아니었지만, 친척이 시골에 내려가면서 일어난 일이라 들은 이야기다. 마당에 놓인 신발들은 대부분 낡고 오래된 것들이었지만, 새것 같은 것도 있었다. 운동화, 구두, 슬리퍼, 부츠까지 종류도 가지각색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발 주인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처음에는 '동네 누군가가 장난치는 거 아닐까?' 했는데,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한 점이 많았다. 신발들은 매일 꼭 아침에 놓여 있었고, 아무도 본 적 없는 사람의 신발이었다. 게다가 그 집은 마을에서도 조금 떨어져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어느 날 밤, 친척이 집 마당 근처를 조금 둘러보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달빛 아래 낡은 신발 하나가 빛나고 있었는데, 그 옆에 작은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는 거다. 그런데 발자국은 신발 크기와 맞지 않았고, 사람이 걷다가 생긴 흔적 같지도 않았다. 뭔가 음산한 기운이 감돌았다고 한다.
그 일 이후로 마당에 놓인 신발 중 몇 켤레는 사라지기도 하고, 또 새로운 신발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신발 주인과는 전혀 접촉한 적이 없었다. 동네 어른들은 “옛날에 이 근처에서 사고가 있었다”거나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혼령이 신발을 놓고 간다”는 이야기를 슬쩍 전해주곤 했다.
그중 한 가지 이야기가 특히 소름 돋았다. 옛날에 마당 근처에서 어느 아이가 실종됐다는 소문. 소문에 따르면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신었던 신발이 바로 그 모습과 똑같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 아침 신발들이 놓이는 건 아이가 돌아오고 싶다는 표시라는 설까지 나왔다.
신발의 주인이 누구인지, 왜 그 집 마당에만 신발이 놓이는지는 아무도 확실히 알지 못했다. 신발들은 말없이 거기에 있을 뿐, 집안 사람들은 점차 불안감을 안고 지내야 했다. 마음 한켠에 쌓이는 무거운 느낌과 함께, 더는 신발들을 함부로 치우지도 못했다.
그 집을 방문했던 한 지인은 "가만히 있으면 누군가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신발이 놓인 마당은 이제 그들에게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친척은 말없이 이사를 결정했다고 했다. 마당에 놓여 있던 신발들은 남겨두고. 떠나기 전날 밤, 마당에 놓인 신발 중 하나가 거짓말처럼 혼자 천천히 움직이는 걸 봤다는 얘기를 마지막으로 남겼다.
아직도 그 집 마당에는 누군가의 신발이 놓여 있을까? 혹은 신발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함께 매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까? 나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밤에 혼자 집에 있을 때 가만히 마당을 바라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