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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분식집에서 ‘항상 그 메뉴’ 찾는 사람을 본 썰

2026-09-09 08:14:09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동네 분식집에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딱 한 사람 때문에 분위기가 조금 굳는 느낌이 들더라. 손님은 몇 명 있었고 테이블도 차 있었는데, 그분은 늘 하던 자리처럼 카운터 앞에 딱 서서 메뉴판을 길게 보지 않고 기다리는 표정으로 가게 안을 살폈다.

가게 사장님도 그분을 뻔히 아는 눈치였어. “어제랑 똑같이 드실 거죠?” 하고 말하자, 그분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네, 그 메뉴로요. 항상 그걸로”라고 그냥 한마디만 던지더라. 말하는 톤이 익숙하고 편한데, 동시에 약간의 확신이 있는 느낌이었어.

나는 주문 받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아, 저 집에서 어떤 메뉴가 저 사람한테는 정답인 거구나’ 싶어서 줄을 서서 기다렸지. 메뉴판을 보는데도 눈이 자꾸 카운터 쪽으로 갔어. 그분이 주문할 때마다 사장님이 재료 준비를 바로바로 이어가는 게 보이거든. 마치 이미 레시피가 머릿속에 저장돼 있는 것처럼.

잠깐 고민하다가 나도 주문을 하고, 계산대 옆에 놓인 반찬통을 보는데 그분이 받는 트레이가 눈에 띄더라. 접시 위에 올라간 구성이 내가 전에 봤던 그 메뉴랑 똑같았어. 튀김 소스 색, 면의 양, 곁들인 김가루랑 단무지 위치까지… 진짜로 “늘 그 메뉴”가 맞다는 게 한눈에 보였지.

그분은 먹을 때도 신기할 정도로 손이 빠르고 습관적이었어. 한입 먹고 나서 시간을 재듯 딱 한 번 숟가락을 멈추고, 바로 다시 이어서 먹는 스타일. 옆에 앉은 다른 손님이 메뉴를 바꾸거나 다른 걸 주문하면 잠깐은 고개를 돌리는데, 그분은 굳이 동요하지 않더라. “이게 내 조합이지”라는 얼굴이랄까.

옆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저 메뉴 맛있나요?” 하고 물었는데, 그분은 잠깐 생각하더니 “맛있다기보다, 먹으면 편해요”라고 말하더라. 그 말이 되게 이상하게 오래 남았어. 맛있어서 오는 건 당연한데, 본질이 ‘편안함’으로 바뀐 느낌이랐거든. 선택의 부담이 사라진 상태, 그게 아마 반복의 힘 아닐까.

나는 그때 문득 생각했어. 사람마다 자주 가는 가게가 있듯, 자주 먹는 메뉴도 있잖아. 근데 저분은 단순히 단골이라기보다는, 어떤 기준을 스스로에게 정해놓은 것 같았어. 새로 나오는 메뉴가 있으면 옆사람들이 궁금해하며 한 번씩 시험해 보는데, 그분은 그런 유혹을 애초에 ‘내 선택 영역 밖’에 두는 느낌. 그래서 더 안정적으로 보였어.

그날 나도 그 메뉴가 땡겨서 마지막에 사장님한테 “혹시 그 메뉴, 뭐가 그렇게 좋아요?”라고 물어봤어. 사장님이 웃으면서 “그 메뉴가 처음엔 그냥 편의상으로 시작됐는데, 지금은 그분 생활 리듬이에요. 바쁘거나 기분이 좀 그렇거나 해도, 그 한 그릇이면 하루가 정리되는 타입이죠”라고 하더라. 사장님 말투가 과장되지 않아서 더 믿겼고.

가게를 나올 때도 그분은 끝까지 같은 속도로 먹고 있었어. 혹시 계산할 때 다른 얘기를 하진 않을까 했는데, “이제 또 내일 봬요” 같은 말도 없이 조용히 접시를 비워가더라.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어떤 사람은 새로움보다 ‘자기만의 정답’을 지키는 게 더 큰 용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오늘도 누군가는 동네 분식집에서, 자신만의 “항상 그 메뉴”를 찾아서 편안함을 얻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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