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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에 ‘오늘도 기다립니다’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어

2026-09-09 12:29:10 조회 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에 ‘오늘도 기다립니다’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어. 처음엔 누가 장난친 줄 알았지. 그런데 그 종이가 붙은 위치가 너무 구체적이었고, 그날 이후로 이상한 일이 하나둘씩 이어졌어.

그날도 어김없이 퇴근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지하로 내려갔어. 주차장 특유의 습한 냄새랑 형광등이 깜빡일 듯 말 듯 한 느낌이 있잖아. 나는 늘 그 길로만 걷는데, 그날은 유난히 바닥이 조용했어. 발소리가 먹히는 느낌. 그러다 시선이 한쪽 벽면으로 툭 꽂혔지.

벽에 하얀 A4 용지가 테이프로 단단히 붙어 있었는데, 글씨가 손글씨로 또렷했어. 위에는 굵게 ‘오늘도 기다립니다’라고만 적혀 있고, 아래는 더 작은 글씨로 날짜가 하나씩 빼곡히 적혀 있었어. 문제는 날짜가 오늘 기준으로도 정확히 이어져 있다는 거야. 어제도 있고, 그 전날도 있고, 그 전주까지… 누가 계속 붙여놓고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

나는 괜히 웃음이 나올 뻔했어. “누가 매일 저렇게?” 싶어서. 그래서 종이를 떼어버리려다가 손을 멈췄어. 테이프가 너무 세게 붙어 있어서 그냥 찢기면 종이 조각이 바닥에 떨어질 것 같았거든. 게다가 누군가의 장난이라면, 이런 건 정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대신 근처 관리실에 물어보려고 사진을 찍고 지나갔지.

관리실 문은 열려 있었는데, 근무자 분이 나를 보고도 바로 반응을 안 했어. “지하에 그 종이요?” 하고 내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알아차리더라. 그 순간 소름이 쫙 돋았지. 근무자 분은 웃지도 않고, “그거… 누가 붙이기 시작한 지 꽤 됐어요”라고만 했어.

그리고 덧붙이길, 그 종이가 처음 붙었던 날에는 다른 주민들도 문의를 했대. 누가 분명히 옮겨 붙인 흔적이 있다고, 테이프 자국이 매번 같은 자리에 남는다고. 그런데 이상한 건, 다음 날이면 꼭 그 글씨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있다는 거야. 누군가가 정말로 ‘매일’ 붙이는 건가 싶을 정도로, 위치가 늘 같대. 그 말 듣고 나니까, 내가 처음 본 종이 아래에 적힌 날짜들이 그냥 장난이 아니라 누군가의 ‘루틴’처럼 느껴졌어.

며칠이 지나자 나도 습관처럼 그 종이를 확인하게 되더라. 퇴근 시간대가 비슷하니까, 내가 내리는 시간에 종이가 항상 그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졌어. 어느 날은 글씨가 조금 더 진해져 있었고, 어떤 날은 아래쪽 날짜 줄이 한 칸씩 더 추가돼 있었어. 특히 이상했던 건, 날짜를 적는 손글씨가 매번 똑같이 보였다는 점이야. 붓의 압력도, 글자의 기울기도 비슷해서, 다른 사람이 매번 붙이는 것 같진 않았어.

그러다 한 번은, 종이 옆에 아주 작은 메모가 끼워져 있는 걸 봤어. 종이 아래쪽 테이프 라인 사이로 종이 한 조각이 들어가 있었는데, 글씨가 거의 안 보일 만큼 작았고, 딱 한 문장만 있었어. ‘기다림은 벽을 넘지 못해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이유도 없이 심장이 빨라지더라. 나는 그 문장을 누가 썼는지 모르겠는데, 그 문장만은 분명히 ‘누군가의 상태’를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날 밤, 집에 와서도 계속 지하주차장 생각이 났어. 평소엔 그냥 지나가던 복도, 늘 켜져 있던 조명, 발밑의 타일 무늬가 왜 그렇게 낯설게 보이던지. 그리고 무슨 바람이었는지, 다음 날 퇴근 전에 관리실에 다시 들렀어. “혹시 CCTV 보면 나오지 않나요?”라고 물었더니, 관리실 분이 잠깐 말이 끊겼어. “기록이 있어요. 근데… 그 시간대는 화질이 이상하게 뭉개져요. 마치 누가 일부러 확인 못 하게 만든 것처럼요.”

마지막으로, 나는 그 종이를 직접 떼어내보려고 했어. 더 이상 궁금함을 참기 힘들더라고. 퇴근하고 지하에 내려가서 벽으로 걸어가는데, 그날따라 공기가 차갑고 조용했어. 종이를 손끝으로 건드리자 테이프가 생각보다 쉽게 들렸는데, 종이 밑에 붙어 있던 면이 이상했어. 종이를 떼자마자 벽이 매끈할 줄 알았는데, 테이프 자국 주변으로 아주 얇은 긁힘들이 동그랗게 남아 있었거든. 누가 같은 자리에 손바닥을 대고, 뭔가를 찾듯이 문질러댄 흔적 같은 모양이었어.

종이를 완전히 떼어내고 나서, 벽면에 아주 희미한 글씨가 보였어. 조명에 각도 맞춰야 겨우 보이는 정도인데, ‘오늘도 기다립니다’ 옆에 누가 덧붙여 둔 것처럼 보이는 다른 문장. 나는 그 문장을 끝까지 읽고 싶었는데, 그 순간 뒤에서 문이 ‘딸깍’ 하고 닫히는 소리가 났어. 돌아보자 아무도 없었고, 발소리도 없었는데, 조명이 한 번에 꺼졌다 켜졌거든. 그리고 다음 날, 그 종이는 또 그대로 붙어 있었어. 이번엔 날짜 아래에 줄 하나가 더 생겨 있었지. 누가 봐도 “오늘”이 아니라, “내일”처럼 쓰여 있는—그런 이상한 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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