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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로 받은 키보드에서 내가 모르는 단축키가 반응했어

2026-09-10 04:29:12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중고거래로 받은 키보드에서 내가 모르는 단축키가 반응했어. 그날은 그냥 “깨끗하네” 하고 넘기려고 했는데, 한 번 반응하고 나니까 그 뒤로는 계속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 기계가 대답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

사건은 평범하게 시작했어. 중고로 키보드 본체랑 키캡, 손목 받침대까지 세트로 받아서 집에 놓자마자 윈도우에 꽂았지. 딱 켜지고, 타이핑도 잘 됐고, 키캡 상태도 나쁘지 않았어. 나는 그냥 게임용 단축키나 윈도우 기본 단축키 정도만 알고 있으니까, 다른 건 신경 안 썼어.

근데 첫 이상 반응은 내가 메신저 켜는 순간 나왔어. 대화창에서 글자를 치다가 갑자기 포커스가 튀더라고. 내가 마우스로 클릭한 것도 아닌데, 화면이 잠깐 깜빡이면서 채팅 입력란이 아닌 다른 창으로 넘어갔어. “설정 꼬였나?” 싶어서 다시 맞추려는데, 이번엔 키 입력이 끊기는 느낌이 들었어. 이상하게도 특정 키를 누르지도 않았는데, 자동으로 Ctrl이나 Alt가 눌린 것 같은 반응이 연달아 나오는 거야.

나는 당황해서 키보드 설정을 확인했어. 장치 관리자에서 키보드 드라이버도 재설치해보고, 단축키 앱도 꺼봤어. 하지만 화면 전환은 계속됐고, 그 전환 타이밍이 이상하게 “내가 어떤 단어를 치는 순간”이랑 맞물렸어. 예를 들어 특정 단어를 입력하려고 손가락을 올리는 순간, 키보드가 먼저 반응하는 느낌. 마치 내가 생각하기 전에 기계가 알아채는 것 같았지.

그 다음부터는 진짜로 찝찝해지기 시작했어. 나는 아예 키를 천천히 눌러 보면서 패턴을 찾으려 했거든. 그런데 반대로, 내가 “의도적으로” 어떤 조합을 만들려는 순간엔 반응이 약해지거나 멈추는 게 아니라, 더 선명해졌어. 예를 들면 내가 실수로 특정 키를 오래 누르고 있으면 화면이 켜졌다 꺼지는 것처럼 깜빡이더라. 소리도 아주 작게, 알림음 비슷한 게 났는데 난 그런 옵션을 켠 적이 없어.

그래서 키보드에 매크로나 펌웨어가 심어져 있나 싶어서, 유통사 설명서도 검색해보고 중고 판매자에게 메시지도 보냈어. 근데 판매자는 “별 문제 없었어요, 제가 쓰던 거 그대로예요”만 보내고 끝이었지. 더 이상한 건, 내가 판매자에게 문의한 시간대랑 화면 깜빡임이 겹쳤다는 거야. 채팅 내용을 보내려고 입력하는 순간마다 키보드가 먼저 반응해서, 내가 쓰려던 문장이 중간에 사라지곤 했어.

이쯤 되면 보통 바이러스나 악성 프로그램을 의심해야 맞는데, 나는 오히려 키보드 자체가 이상하다고 느꼈어. 이유는 딱 하나야. 키보드를 뽑았다가 다시 꽂으면, 반응이 잠깐은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며칠이 지나면 다시 “내가 모르는 단축키”가 살아나는 것처럼 보였거든. 마치 내부에 저장된 무언가가 특정 조건을 기다렸다가 깨어나는 느낌이랄까.

결국 나는 키보드를 케이스째로 분해해 볼 엄두도 안 나서, 대신 다른 PC에 연결해 봤어. 내 노트북에선 그런 게 없었는데, 데스크탑에 연결하자마자 똑같이 포커스가 튀었어. 그때부터는 속이 울렁거렸어. 내가 단축키를 외우고 있는 것도 아닌데, 기계가 어떤 동작을 ‘정해진 상황에서’ 반복하는 것 같았거든. 특히 밤에 조용할 때 반응이 더 잘 보였어. 화면이 조용히 깜빡이고, 마우스 커서가 살짝 움직이고, 내가 누르지 않은 키 조합처럼 프로그램이 바뀌었어.

마지막으로 내가 확실히 겁난 건, 로그를 남겨보려다 실패한 날이야. 실행 중인 프로그램 목록을 확인하고, 단축키 기록처럼 보이는 걸 찾아서 켜려 했거든. 그런데 그 순간 키보드가 갑자기 과하게 반응하면서, 내가 열려고 했던 창들이 전부 닫히고 바탕화면만 남더라. 내가 뭘 잘못 눌렀나 싶어도, 손은 책상 위에 그대로 있었어. 그 상태로 몇 초를 보고 있는데, 바탕화면 오른쪽 아래 알림 영역이 조용히 깜빡였고, 어떤 안내 메시지가 떠야 하는데 글자가 아니라—그냥 공백 같은 느낌으로 흔적만 남았어.

그 뒤로는 키보드를 계속 쓰긴 했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 키보드로 검색을 안 하게 됐어. 중요한 메모나 결제, 로그인은 전부 다른 키보드로 처리하고, 이건 그냥 타이핑만 하는 도구로 격리했지. 근데 아직도 가끔, 아주 가끔… 내가 평소에 절대 안 쓰는 조합의 손가락 모양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날이 있어. 그때마다 화면이 미세하게 깜빡이면서, 마치 누군가가 “다음엔 알게 될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 중고거래로 받은 키보드에서 내가 모르는 단축키가 반응했어—그 말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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