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새벽마다 창문 틈으로 얇은 종이 냄새가 들어왔어
원룸에서 새벽마다 창문 틈으로 얇은 종이 냄새가 들어왔어. 처음엔 그냥 오래된 벽지 냄새인가 했는데, 이상하게도 매번 시간이 딱 비슷하게 맞물렸어. 새벽 두 시를 넘기면, 창문 틈으로 바람이 스미는 방향은 그대로인데 그 바람 속에 종이를 막 찢었을 때 나는 그 특유의 냄새가 얇게 섞여 들어왔거든.
처음엔 민망할 정도로 별것 아닌 걸로 넘겼어. 어차피 원룸은 단열도 안 좋고, 아래층에서 뭔가 포장 뜯는 날도 있겠지 싶었거든. 근데 다음날도 똑같더라. 나는 그날도 자다가 반쯤 깬 채로 코로 냄새를 맡았고, 눈을 떠보니 커튼 끝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어. 창문을 닫아도 소용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지.
그래서 나는 그날 바로 창문 틈을 확인했어. 문틈 고무패킹이 헐거워진 건 아닌지, 창틀 사이로 먼지가 쌓여 틈이 벌어진 건 아닌지 손으로 더듬어 봤는데, 특이점은 없었어. 이상하게 냄새는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느낌”이 강했어. 창문에서 멀리 떨어지면 금방 옅어지고, 정확히 창가 쪽에서만 선명했어.
그 다음엔 냄새가 들어오는지 직접 시간을 재봤어. 알람을 맞춰 놓고 두 시 십 분 전후로 깼는데, 매번 그 시간대에 맞춰서 시작돼. 처음엔 아주 약하게, 그러다 1~2분쯤 지나면 “종이 냄새”가 코에 걸리듯 올라오고, 또 금방 사라져. 신기한 건 냄새가 오기 전엔 바람 소리가 거의 없는데, 냄새가 올 때만 바람의 결이 달라진다는 거였어.
처음부터 괴담 같은 생각을 하진 않았는데, 반복되다 보니 머리가 이상하게 굴러가더라. 나는 원룸 창문이 3층쯤인데 건물 옆으로 좁은 공간이 있거든. 거기엔 누가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발판 같은 게 있진 않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있겠지 싶었어. 그래서 새벽에 몰래 불을 끄고 창문 쪽을 봤는데, 딱히 사람 그림자 같은 건 없었어.
그날은 유난히 추웠고, 그래서 창문이 덜 닫혀서 생긴 틈으로 외부에서 바람이 들이치는 건가 싶었어. 근데 이상한 게, 냄새가 들어올 때마다 바람 방향이 “항상” 같았어. 내 창문을 기준으로 안쪽에서 바깥으로 새는 게 아니라, 바깥에서 안으로 스며드는 결. 나는 그게 더 싫었어. 누군가가 일부러 뭔가를 ‘넣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래서 결국 해결책을 찾으려고 종이를 써봤어. 창문 틈 근처에 얇은 휴지 조각을 붙여보고, 냄새가 올 때마다 흔들리는지 확인하려고. 그런데 그게 더 꼬였어. 휴지 조각은 안 움직이는데도 냄새는 들어오거든. 마치 틈 밖에서 바람이 “맞춰서” 들어오는 것처럼, 아주 얇은 경로로만 냄새가 타고 오는 느낌이었어. 정확히 종이 냄새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종이를 구겨놓은 듯한 미묘한 질감의 냄새가 같이 따라오는 거라 더 현실감이 들었고.
며칠 뒤엔 더 찜찜해져서 관리실에 말해볼까 하다가도 말았어. 이런 얘기 누가 믿겠어 싶기도 하고, 괜히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찍힐까 봐. 대신 나는 밤마다 한 가지를 계속 확인했어. 창문 틈에 먼지를 손가락으로 문질러서 남는 흔적이 있는지, 그리고 냄새가 사라진 뒤에 창틀 주변에 새로 생긴 게 없는지 봤거든. 그런데 냄새가 사라진 다음엔 늘 뭔가가 “조금” 묻어 있었어. 먼지 같은데 먼지보다 가벼운 느낌, 종이 조각이 부서져 내린 것 같은 감촉이 손끝에 걸렸어.
그리고 어느 날, 냄새가 들어오기 직전에 아주 짧게 “종이를 접는 소리” 같은 게 들렸어. 아주 작아서 그냥 내 귀가 착각하는 건가 싶을 정도였는데, 그 다음에 바로 냄새가 확 올라왔어. 나는 그날 창문을 열어 확인하려 했지만, 바깥은 너무 어두워서 손만 내밀면 끝일 것 같았고, 무엇보다 마음이 굳어버렸어. 만약 열었을 때 거기엔 아무것도 없으면, 그동안 내가 본 것들이 다 내 상상으로 끝나는 거잖아. 근데 반대로 열면… 이상한 확신이 들었거든.
그 뒤로도 냄새는 멈추지 않았어. 다만 시간이 조금씩 밀려나더라. 처음엔 두 시 십 분 전후였는데, 어느새 두 시 사십 분쯤, 또 어느 날은 새벽 한 시대 중반으로 넘어가. 마치 누가 시계를 맞추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행동이 그 시간에 맞춰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오늘도 창문 틈에서 얇은 종이 냄새가 스며들었고, 문득 생각했어. 내가 맡는 건 냄새가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향해 “기록”을 보내는 방식이 아닐까. 창문 틈은 닫혀 있는데도, 종이 한 장 들어오는 것만큼은 막지 못하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