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님이 내 앞에서 멈추고 한참을 서 있더라
배달기사님이 내 앞에서 멈추고 한참을 서 있더라. 딱 그 순간이 너무 선명해서 지금도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져. 밤 열두 시쯤이었고, 나는 현관문 열쇠를 찾느라 잠깐 화면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거든. “삐—” 하고 도착 알림이 뜬 다음인데, 배달기사 위치가 우리 동 앞에서 멈추질 않고 계속 고정되어 있더라.
처음엔 신호 기다리나 싶었어. 근데 내 앞 도로 옆은 신호도 없고, 차도 거의 안 다니는 골목이잖아. 게다가 엘리베이터 소리도 안 들리는데, 왜 굳이 내 현관 앞에서 서 있는지 이해가 안 됐지. 화면을 보는데도 계속 “기사님이 도착하였습니다” 상태에서 끝이 없더라. 5분, 7분…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단 감이 확 올라왔어.
현관문 쪽 커튼을 아주 조금만 들춰 봤는데, 기사님이 오토바이에 기대서 있더라고. 근데 고개를 들고 있던 방향이 내 집 쪽이었어. 그게 그냥 우연일 수 있지. 하지만 문제는, 내가 문을 열지 않았는데도 기사님이 가만히 서서 한참을 그 자세를 유지했다는 거야. 손은 휴대폰을 들고 있었는데, 화면을 보는 것 같지 않고… 뭔가를 확인하듯이 딱 고정된 느낌.
그때 내 폰에도 “고객님, 문 앞에 두겠습니다” 같은 메시지가 왔어. 근데 현관 앞에 택배가 놓이는 소리가 없더라. 나는 괜히 심장이 빨라져서 다시 알림을 눌렀고, 사진 확인을 하려 했는데 사진이 안 뜨는 거야. 대신 위치만 계속 깜빡였어. 도착한 지 오래됐는데도 “배달 완료”가 아니라 “배달 중”으로 남아 있는 상태.
나는 혹시 주소가 잘못 찍혔나 싶어서 조심스럽게 문 밖을 살폈어. 창문으로 보면 바로 정면이 집 안이라, 현관문을 열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는 각도만 겨우 봤는데, 기사님이 오토바이에서 내려서 내 집 앞까지 걸어오더니 다시 멈추더라. 그 순간에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기사님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바닥을 보는 것처럼 보였어. 마치 문 앞에 뭔가를 찾는 것처럼.
그때 내가 느낀 건 이상함이 ‘두려움’으로 바뀌는 신호였어. 보통 배달기사는 건물 앞에 잠깐 서서 사진 찍고 바로 가잖아. 그런데 그분은 사진을 찍는 행동이 전혀 없었어. 손을 들어 문 앞을 향하긴 하는데, 셔터를 누르는 것 같은 동작이 없고, 오히려 휴대폰 화면을 오래 들여다봤어. 그리고는 다시 오토바이 쪽으로 돌아가서, 또 그 상태로 멈춰 섰지.
나는 결국 전화 버튼을 눌렀어. 통화 연결음이 몇 번 울리고 “고객님 안녕하세요” 하는데, 목소리가 좀 멍한 느낌이었어. 주소 확인하려는 듯이 몇 번 더 묻는데, 내가 “네 집 앞에 계속 서 계신 것 같아서요. 혹시 잘못 오신 거 아니에요?”라고 하니까, 기사님이 잠깐 말을 끊더라. 그리고 아주 낮게 “지금… 문 앞이 맞아요”라고만 했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통화가 뚝 끊겼고, 다시 알림 상태는 그대로 “배달 중”이었어.
그 다음부터는 진짜로 소름이 돋았어. 기사님이 갑자기 움직이더니 내 현관문 바로 앞에서 멈춘 채로, 문 손잡이 쪽을 바라보는 자세가 됐거든. 나는 그제야 현관문이 잠겨 있는지, 그리고 CCTV가 켜져 있는지 급하게 확인했어.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신고를 해야 하나 머릿속이 하얘졌어. 다만 손잡이를 잡는 소리는 안 났고, “두겠습니다” 알림만 다시 한번 뜬 다음에야 배달이 완료로 바뀌었거든.
완료 사진을 확인했는데, 사진이 이상했어. 사진 속에 내 문 앞이 찍혀 있었는데, 정면이 아니라 약간 비스듬히 찍힌 각도였고, 무엇보다도 현관문 앞에 음식 포장이 놓인 흔적이 흐릿하게 보이는데 마치 누가 잠깐 서 있다가 지나간 것처럼 영상 잔상이 남아 있더라. 그게 내 착각일 수 있지. 근데 문제는 사진 날짜와 시간이 내가 보기엔 몇 분 전으로 고정되어 있었고, 내가 전화한 뒤에야 “완료”로 바뀐다는 점이었어. 기사가 내 말을 듣고 ‘대충’ 끝낸 것처럼 느껴졌달까.
그래서 나는 음식을 받지 않고, 일단 고객센터에 문의를 넣었어. 주소는 맞게 들어갔고, 문 앞에 두었다고만 나오는데 나는 분명히 아무것도 못 받았거든. 직원이 “잠시만요, 기사님께 재확인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데, 그 사이 내 폰에 또 하나의 알림이 왔어. “고객님, 혹시 문을 여셨나요?” 그 문장이 너무 평범한데도 이상하게 읽혔어. 내가 문을 한 번도 열지 않았거든. 창문으로 확인만 했을 뿐이었는데.
그날 이후로도 배달 앱에선 별일 없는 것처럼 처리됐어. “기사님이 정상적으로 배달 완료 처리했습니다”라는 답만 오고 끝. 근데 이상하게도 그날 밤 내 현관문 앞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느낌이 계속 남더라. 지금도 가끔은 배달 알림이 뜨면, 먼저 문 앞에 택배가 놓이는 소리를 확인하게 돼. 그리고 그 소리가 없으면, 그저 기다리기보다 먼저 한 번 더 확인하게 돼. 배달기사님이 내 앞에서 멈추고 한참을 서 있더라—그 말이 지금 내 집에서는, 이상하게도 ‘경고’처럼 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