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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상품을 집으려는데 손이 먼저 닿아버렸어

2026-09-10 16:29:12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에서 상품을 집으려는데 손이 먼저 닿아버렸어. 생각보다 흔한 실수라고 넘기려 했는데, 그날 이후로 같은 매장만 지나가도 손끝이 먼저 차가워지는 기분이 들더라.

그날은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었고, 나는 급하게 야식이랑 물 같은 거 사려고 동네 편의점으로 들어갔어. 들어가자마자 계산대 쪽 형광등이 너무 밝게 느껴질 정도였고, 매대 사이가 좀 좁게 느껴졌어. 사람은 나 말고 한 명도 없었는데, 이상하게 발소리만 또렷하게 들렸어.

나는 물이랑 컵라면을 집으려고 냉장고 앞 매대에서 손을 뻗었어. 음료는 보통 손이 먼저 닿는 자리들이 있잖아. 근데 그 순간, 내가 집으려던 병 옆에 있던 것에 내 손이 아닌 손이 먼저 닿은 것처럼 느껴지는 거야. ‘내가 닿았나?’ 하는 순간, 손등부터 찌릿하고 감각이 늦게 따라왔어.

분명히 내 손은 병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는데, 어떤 느낌은 “이미 잡고 있었다”는 쪽이 더 정확했어. 손가락이 닿기 전에 유리 표면이 먼저 차갑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나는 얼떨결에 멈칫했지. 그때 유리병은 그대로 있었고, 내 손도 그대로였는데, 이상하게 손끝만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먼저 닿아버린 느낌이 남아 있었어.

잠깐 멍하니 있다가 내가 뭘 집으려 했는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숙였는데, 매대 아래쪽이 잘 보이진 않았거든. 그런데 그때, 냉장고 선반 옆에 세워둔 작은 진열대 뒤로 아주 얇은 그림자 같은 게 스치듯 움직였어. 사람이 지나간 것 같지 않았고, 공기 흐름도 아닌데 뭔가 ‘손’처럼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나는 괜히 상상으로 연결하지 않으려고 컵라면 쪽으로 시선을 옮겼어. 그 사이 계산대는 조용했고, 점원은 있는지 없는지 잘 안 보였어. 종종 편의점이 워낙 바쁘니까 뒤에 계신가 싶었는데, 그날은 시끄러운 소리도 없고, 냉장고 모터 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렸어. 근데 그 규칙이 이상하게 끊겼다가 다시 붙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 신경이 쓰였어.

라면을 집으려는데 이번엔 또 ‘먼저’라는 감각이 올라왔어. 이번엔 손이 먼저 닿는 게 아니라, 손이 닿기 직전의 감각이 먼저 스쳤다고 해야 하나. 내가 라면 포장을 잡기 전에 손바닥에 아주 짧게 압박이 느껴졌어. 살짝 누르는 정도로. 그런데 그 다음 순간 내 손은 그냥 허공에서 멈춘 상태였거든. 내가 잡은 게 아닌데, 내가 잡히는 느낌이 들어서 등줄기가 식었어.

결국 나는 아무거나 집어서 계산대로 가기로 했어. “혹시 내가 손이 떨려서 착각하나?” 싶어서 물병을 바로 집었는데, 유리 표면에서 내 체온이 닿는 게 아니라, 반대로 내 손에서 체온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영수증을 뽑는 기계 소리만 들리고, 점원은 여전히 안 보였어. 카드 결제 버튼을 누르는데 손가락이 한 번 더 ‘먼저’ 눌린 느낌이 들었고, 버튼은 분명히 내가 누른 후에야 반응했어.

집에 와서도 계속 그 장면이 떠올라. 특히 손끝이 먼저 닿아버린 감각이 사라지지 않아. 유리나 포장지는 손대기만 해도 남는 흔적이 있잖아. 근데 이상하게 그날 내가 만진 것들에서는 아무 냄새도 안 나고, 아무 감촉도 잘 기억이 안 남는데, 딱 ‘먼저 닿았다’는 느낌만 선명했어. 그게 제일 이상했지.

며칠 뒤에 같은 매장을 다시 지나쳤어.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유리 진열대 앞에서 손을 뻗는 사람이 보이더라고. 그 사람은 평범하게 물건을 집으려는 자세였는데, 그 순간 내 손등이 저절로 움찔했어. 마치 내 몸이 먼저 반응한 것처럼. 나는 그 사람한테 시선을 줬다가 바로 고개를 돌렸어. 이상하게, 다시는 그 진열대 앞에선 손을 뻗으면 안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거든.

그 이후로도 가끔 편의점에서 무언가를 집으려는 순간, 아주 짧게 ‘내가 먼저인가, 누가 먼저인가’가 겹쳐서 느껴져. 손이 먼저 닿아버렸던 그날처럼 말이야. 지금도 생각해보면, 내가 뭔가를 잡으려고 했던 게 아니라, 반대로 누군가가 이미 내 손을 예비로 맞춰둔 것 같아. 그래서일까, 아직도 나는 매대 앞에서 손을 올리기 전에 잠깐 숨을 고르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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