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당직서는데 내 방등만 꺼졌다 켜졌다 했어
군대에서 당직서는데 내 방등만 꺼졌다 켜졌다 했어. 처음엔 전기 문제인 줄 알았는데, 그날 밤은 진짜로 “누가 내 방만 건드리는 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따라다녔다. 나는 경계근무까지는 했었지만, 당직실 옆 내무 쪽 방등을 관리하는 역할까지 겸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불 꺼졌다 켜졌다 하는 걸 누가 장난 치는 거로 생각하면 끝인데… 그게 너무 규칙적이어서, 오히려 더 무서웠다.
사건 시작은 새벽 2시쯤이었어. 행정동 쪽 당직실이랑 연결된 내무 라인이 있는데, 거기 복도 끝에 내 방등이 하나 달려있었거든. 침상에 앉아서 당직 기록 적고 있는데, 등 하나가 툭— 하고 꺼졌다가, 10초도 안 돼서 다시 켜졌어. 순간적으로 “아 전압 떨어졌나?” 싶어서 멈췄는데, 곧바로 또 똑같이 꺼졌다 켜졌어. 켜질 때 소리도 비슷했어. 스위치 만지는 소리 같은 게 아니라, 전등 자체가 숨 쉬듯이 꺼졌다 켜지는 느낌.
처음에는 내가 뭘 잘못 봤나 싶어서, 스탠드 불빛에 비친 내 손을 한 번 내려다봤어. 그때도 어둠이 완전히 칠흑으로 가는 게 아니라, 주변은 멀쩡한데 내 방등만 딱 빠졌다 들어오는 거였어. 마치 복도 공기는 그대로인데, 내 방 쪽 빛만 떼어낸 것처럼. 나는 불안한데도 기록은 해야 하니까, 펜을 계속 움직이면서도 계속 고개를 들게 되더라.
그러다가 30분쯤 지나니까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어. 꺼졌다 켜지는 시간이 대략 일정했거든. 10초, 10초. 그 사이에 ‘딱’ 걸리는 게 있었어. 등 꺼지는 순간마다 복도 너머에서 아주 희미하게, 바닥을 끄는 듯한 소리가 났는데, 자세히 들으면 바람 소리 같기도 했고 그냥 건물 소음 같기도 했어. 근데 그 소리가 매번 전등이 꺼질 때만 겹쳤어. 내가 귀를 세우면 없어지고, 내가 고개를 돌리면 다시 들리는 그 느낌이라 더 헷갈렸어.
내가 제일 먼저 한 건 확인이었어. 당직실 근처에 전등 스위치가 있는 줄 알았는데, 내 라인은 스위치를 내가 손댈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어. 그래서 “누가 장난치나” 생각하고, 복도 쪽 창문 너머로 잠깐 시선을 줬거든. 그런데 그 시간에 다른 병사들은 자고 있었고, 복도는 텅 비어 있었어. 물론 멀리서 누가 뛰어다니면 보일 수는 없지만, 최소한 사람이 서 있는 그림자는 나왔어야 했는데 그런 건 없었어. 오히려 내 방등이 꺼졌다 켜질 때마다, 창문 유리 위에 비치는 불빛만 같이 흔들리는 것 같았어.
그날따라 훈련 끝나고도 몸이 멍한 상태였어. 그래서 더 이상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는데, 불 꺼졌다 켜질 때마다 목덜미가 서늘해졌어. 특히 불이 켜질 때가 문제였어. 꺼질 때는 그냥 어둡다지만, 켜질 때는 “그 빛이 다시 돌아오는” 게 너무 선명했어. 마치 누가 커튼 걷는 것처럼 정확하게, 내 방등만 다시 잡아당겨 켜놓는 느낌. 난 분명히 스위치를 누른 기억도 없고, 내 방 안에 전등을 건드릴 만한 장치도 없었는데 말이야.
새벽 3시를 넘기면서 결국 참지 못하고 당직실에 있는 선임한테 말했어. “형, 저 복도 끝에 있는 제 방등만 꺼졌다 켜졌다 하는데… 전기 문제인가요?” 했더니 선임은 한 번 웃더라. “그거야 네가 뭘 건드렸겠지. 군대 전기는 늘 그렇지.” 그러면서도 대충 “한 번 봐라” 하고는 다시 졸아버렸어. 그래서 나 혼자 복도에 나가서 등 쪽을 봤는데, 그때는 꺼진 상태로 고정돼 있더라. 내가 한 발 다가가니까 그제야 ‘툭’ 하고 켜졌어. 가까이 가면 꺼지고, 뒤로 물러나면 켜지는 건가 싶을 정도로 타이밍이 맞았지.
나는 그 순간부터 미친 듯이 기록을 끝내려고만 했어. 근데 이상하게도, 등 꺼짐이 멈추는 게 아니라 더 잦아졌어. 10초 간격이 어느새 5초, 7초로 들쑥날쑥해졌고, 켜졌다가 꺼지는 사이에 복도 어딘가에서 “툭… 툭…” 같은 소리가 났어. 발자국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뭔가가 바닥을 아주 천천히 밀고 지나가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가 항상 내 방등 아래 방향에서 시작됐어. 주변은 멀쩡했는데, 내 방등이 있는 쪽만 유난히 더 어두운 그림자가 생기는 것 같았고.
마지막으로 그날 새벽 4시쯤, 근무 교대가 가까워지니까 일단 한 번은 진짜 확인해보려고 했어. 전등 바로 밑 벽을 보고, 혹시 숨은 스위치나 배선 문제 있는지 손전등으로 비춰봤지. 그런데 벽은 멀쩡했고, 배선도 노후로 보이긴 해도 끊어질 만한 흔적은 없었어. 문제는… 그때도 내 방등은 켜져 있었는데, 손전등 빛이 닿는 범위만 조금씩 밝기가 달라졌어. 내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등 빛이 같이 반응하는 거야. 뭔가가 내 시야를 따라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난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 순간 문득 생각이 났어. “아니, 이건 전기가 아니라 누군가가 신호를 보내는 것 아닐까?”
교대하고 나서도 그 방등 얘기는 다른 사람들한테 했는데, 다들 “군대는 원래 그런 거 많지” 하고 넘기더라. 근데 나는 아직도 가끔 그 방등의 꺼졌다 켜지는 타이밍을 떠올려. 소리가 겹치던 그 10초, 내가 다가가면 켜지던 그 타이밍.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도 없던 복도에서 빛이 먼저 반응한 그 순간.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누군가가 장난을 친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당직이어서, 내 쪽을 “선택”한 건지 모르겠어. 그날 밤 이후로는 전등 하나 켜지는 소리만 들어도, 문득 멈칫하게 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