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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무실 문이 닫히는 소리 뒤에 누군가 숨을 들이켰어

2026-09-11 04:29:14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사무실 문이 닫히는 소리 뒤에 누군가 숨을 들이켰어. 그날도 평소처럼 야근하고 있었고, 복도 형광등은 늘 그렇듯 윙-하는 주파수로 깜빡였어. 그런데 현관 쪽 자동문이 닫히는 “툭” 소리 다음에, 정말 가까운 데서 누가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지. 누가 들어온 것도 아니었는데, 내 등 뒤에서 공기가 한 번 들썩였다고 해야 하나.

처음엔 그냥 내 상상일 줄 알았어. 사무실이 워낙 크고 소리가 반사되는 편이라, 문 닫히는 소리가 다른 데서 한 번 더 튀는 경우가 있거든. 그래서 이어폰 음량을 조금 더 올리고 모니터만 봤는데, 그 숨 들이켰다는 소리가 두 번 더 나왔어. “툭” 하고 문이 닫힌 다음, 딱 한 박자 늦게, 아주 얕고 급하게 들어오는 숨. 마치 누가 내 목덜미 쪽으로 가까이 와서 소리만 내는 느낌이었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어. 괜히 확인하면 더 이상해질까 봐, 그냥 무시하려고 했지. 대신 스피커를 끄고, 키보드 소리도 멈추고, 방 안이 조용해지길 기다렸어. 그런데도 이상하게 조용함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더라. 내 옆자리에 있는 빈 의자 등받이 쪽, 그러니까 아무도 없는 방향에서 공기가 서늘해지는 걸 느꼈어. 손등을 가져가면 감지될 만큼.

그때 문이 또 한 번 열리는 소리가 났어. 누가 지나가는 건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복도 쪽은 텅 비어 있었고 커튼처럼 내려온 차양만 흔들리고 있었어. 나는 순간 “아, 바람 때문에…” 하고 스스로를 설득했지. 근데 그 설득이 끝나기도 전에, 사무실 안 쪽 문이 아닌, 내 책상 아래에서 아주 작게 “끼익” 하는 소리가 났어. 바퀴 달린 의자도 아니고, 케이블도 아닌 소리였는데, 마치 누가 신발 밑창으로 바닥을 조심조심 긁는 것 같았어.

나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어. 이쯤 되면 그냥 확인해야 마음이 편해지더라. 문 쪽부터 봤는데, 바깥 출입 통로에는 아무도 없었고 보안카메라 모니터에는 직원들이 퇴근하고 난 뒤 화면만 남아 있었어. 그래도 이상하게, 카메라 화면 속 복도는 밝은데 내 사무실 쪽만 어딘가 어두워 보였어. 조명이 꺼진 것도 아닌데, 그림자가 원래 있는 위치를 벗어나 있는 느낌.

그 다음엔 더 이상한 일이 생겼어. 내 앞 컴퓨터 모니터가 한 번 깜빡이더니, 잠금화면이 아닌 로그인 화면으로 돌아왔어. 나는 그날 내내 자동잠금이 안 걸리게 설정해둔 상태였거든. 그런데 로그인 화면에 뜬 사용자 이름이, 내가 아는 내 계정이 아니었어. 이름 자체가 낯선 것도 아닌데, 분명 사내에 쓰지 않는 철자였고 마지막 글자는 “ㅁ” 같은 모양으로 흐릿했어. 마치 화면에 손가락이 스치고 지나간 것처럼.

나는 모니터를 끄고, 서버실 쪽 환기구로 바람이 새는 건지 확인하려고 걸음을 옮겼어. 그런데 사무실 전체가 갑자기 숨을 참는 것처럼 조용해졌고, 그 조용함 속에서 다시 들이켠 숨소리가 들렸지. 이번엔 문 뒤가 아니라, 책상과 책상 사이, 그러니까 내가 지나갈 바로 옆 공간에서 났어. 사람 목소리처럼 뚜렷하진 않았는데, 분명 누군가가 코로 한 번 크게 들이마신 뒤에 멈춘 소리였어. 나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고, 그 순간 내 시야 가장자리에서 무언가가 아주 얇게 흔들렸어.

그건 사람이 아니었어. 그렇다고 바람도 아니었어. 의자 다리 사이로 비친 어두운 기운이, 마치 누가 몸의 윤곽을 대신하는 것처럼 형태만 잡는 느낌. 그리고 그 윤곽이 사라질 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또 들렸어. 내가 문을 닫은 적이 없는데도 “툭”. 어떤 소리는 공간을 건너뛰어 들어오잖아. 그 소리는 정말 사무실 밖에서 들어온 게 아니라, 내 등 뒤에서 시작해서 귀 안쪽으로 스며든 것 같았어.

나는 급하게 휴게실 쪽으로 나가서 조명을 다 켰어. 그래도 숨소리는 계속 들렸어. 켜놓은 조명이 전혀 도움이 안 됐다는 게 더 무서웠지. 조명이 밝을수록 오히려 소리가 선명해졌어. 마치 어둠이 아니라 빛이 소리를 붙잡아 주는 것처럼.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숨소리는 늘 “사무실 문이 닫힐 때”랑 같은 타이밍으로 돌아왔어. 누군가가 문을 닫는 동작을 반복하고, 그 다음에 숨을 들이키는 루틴을 가진 것 같았거든.

결국 나는 다음 날 아침에야 이야기를 했어. 팀장한테 “야근할 때 문 닫히는 소리 뒤로 숨 들이키는 소리 들렸다”고 말하자, 팀장은 어깨를 으쓱하고 “전날 누가 청소하고 갔나 보지”라고 했지. 근데 청소업체 기록을 확인하니까 그 시간대엔 아무도 없었어. 더 웃긴 건, 사무실 출입 로그는 정상으로 찍혀 있는데, 내 좌석 주변 출입 감지 구역은 일정 시간 동안 한 번도 움직임이 없었던 걸로 나왔다는 거야. 움직임이 없는데 소리는 계속 있었고, 소리는 늘 “문이 닫힐 때”만 정확하게 맞았어.

그 뒤로도 한동안 습관이 생겼어. 퇴근할 때 문을 닫기 전에 꼭 한번 멈칫하고, 그 다음에야 손잡이를 놓는 거야. 문이 닫히는 소리 직후에 들이키는 숨이 내 귀를 향해 따라오지 않을지, 아직도 가끔 확인하게 되더라.
그리고 어떤 날은 정말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해. 조용함이 너무 완벽해서, 누군가가 지금은 숨을 참는 중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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