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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다락계단 아래에서 발소리가 시작돼

2026-09-11 16:29:15 조회 1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에서 다락계단 아래에서 발소리가 시작돼. 처음엔 바람 때문인 줄 알았다. 낡은 처마에 스치는 소리가 집 전체로 울리면서, 마치 누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니까. 근데 그날은 달랐어. 밤 열한 시를 넘기자마자, 다락으로 이어지는 계단 맨 아래 쪽에서 딱딱, 하고 일정한 리듬이 생겼다.

나는 그 집에서 혼자 살았다. 부모님은 한동안 도시에서 지내고 있었고, 나는 집수리 겸 정리하면서 며칠 머물게 됐지. 다락은 쓸 일도 거의 없어서 문을 닫아두는데, 소리는 늘 같은 위치에서 시작됐다. 계단 아래, 그러니까 다락 문 바로 옆 벽과 바닥이 만나는 구석. 거기서 시작해 계단을 한 칸씩 밟는 느낌이 났다.

처음엔 ‘누가 다락에 들어갔나?’ 싶어서, 얼른 불을 켰다. 전등 스위치를 올리는 소리와 함께 방이 환해졌는데도 계단 아래는 조용했다. 내가 숨을 고르고 ‘착각이겠지’ 하고 다시 누우려는 순간, 이번엔 소리가 반대로 돌아갔다. 딱딱— 딱— 하고 내려오는 듯한 발걸음. 분명 아까와 같은 속도인데 방향만 다르니까, 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는 매일 비슷한 시간이 됐다. 새벽 두 시쯤, 집이 깊게 가라앉을 때마다 다락계단 아래에서 발소리가 시작돼. 어떤 날은 세 번만 오고 끝났고, 어떤 날은 끝까지 올라가는지 계단 위쪽에서 한동안 ‘끼익’ 하는 오래된 나무판 소리가 이어졌다. 난 겁이 나서도 그렇고, 또 확인하고 싶어서도 그렇고, 매번 불을 켜서 문을 열어보곤 했다.

근데 열어보면 항상 비어 있어. 다락문은 잠겨 있지 않고, 계단은 내 눈앞에 그대로인데도, 아무도 없었어. 먼지 냄새만 맡을 수 있었고, 바닥에 뚜렷한 발자국 같은 것도 남지 않았다. 나중엔 집 안을 한 바퀴 둘러봤는데, 창문이나 출입문도 이상 없었고 전기 장치나 배관에서 나는 소리 같지도 않았다. 이상하게도 소리는 늘 같은 시작점에서만 시작됐다.

내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소리의 ‘크기’ 때문이었어. 어떤 날은 발소리가 너무 가까워서, 마치 내 귀에 대고 걷는 느낌이 날 정도였거든. 또 어떤 날은 멀어졌다가, 내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때쯤이면 다시 딱딱— 하고 또렷해졌어. 그러니까 소리는 우연히 울리는 게 아니라, 내가 반응하는 타이밍을 따라오는 것 같았다.

나는 밤이 오기 전에 매번 다락 쪽을 점검했다. 계단 아래에 신문지나 얇은 종이를 깔아두면, 발소리 다음에 종이가 움직였는지 볼 수 있으니까. 처음엔 그냥 장난처럼 해봤는데, 다음 날 종이는 늘 깨끗하게 그대로였어. 그런데도 소리는 똑같이 들렸다. 종이는 안 움직이는데 소리는 분명히 ‘발을 딛는 것처럼’ 들린다는 사실이 나를 더 멍하게 만들었다.

어느 날은 아예 확인을 제대로 해보려고, 녹음기를 켜놓고 계단 바로 아래 방에서 시간을 보냈어. 이어폰으로 들으면서도, 들리는 리듬과 내 눈앞의 공간이 어긋나는 느낌이 들더라. 딱딱— 하고 시작되면, 꼭 계단 아래 벽 쪽에서 공기가 살짝 당겨지는 것처럼 숨이 막히고, 그 다음에야 소리가 이어졌어. 나는 한참을 듣다가, 더 이상 못 견디겠어서 녹음기를 확인했다.

녹음에는 소리가 겹겹이 들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누군가가 계단을 오르내리는 순간”마다 바닥이 한 번씩 꺼지는 듯한 소리도 찍혀 있었어. 사람 발소리와는 다른, 오래된 구조물이 수축하는 소리 같은데 그 타이밍이 너무 정확했어. 그리고 마지막에는 작은 ‘뚝’ 소리. 마치 누군가가 다락문 손잡이를 아주 가볍게 눌렀다가 놓은 것 같은 느낌으로 끝이 났다.

그 뒤로 나는 한 가지를 결심했어. 다락계단 아래를 볼 때마다, 꼭 시선이 그 구석에 먼저 가더라. 눈을 돌려도 마음이 먼저 가는 느낌. 그래서 더 이상 문을 열어보지 않기로 했고, 계단 쪽으로 불을 켜두지도 않았지. 그런데도 새벽 두 시만 되면 발소리는 시작돼. 이번엔 올라오지 않고, 시작점에서만 잠깐 멈춰 서 있는 것처럼 들려. 딱딱— 하고 소리가 멈춘 뒤엔, 마치 누가 “기다린다”는 숨을 쉬는 것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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