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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로 산 안마의자 리모컨에 오래된 배터리 테이프 흔적

2026-09-12 00:29:11 조회 1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중고거래로 산 안마의자 리모컨에 오래된 배터리 테이프 흔적이 있던 날부터, 뭔가가 계속 찜찜하게 따라붙더라. 처음엔 그냥 사용 흔적이려니 했는데, 리모컨 뒤쪽 커버를 열어보는 순간 시선이 멈췄어. 배터리를 감싸듯 덕지덕지 붙어 있는 테이프 자국이 너무 오래된 느낌이라서, “이거 대체 왜 이렇게까지 붙였지?” 싶더라.

판매자는 “테스트 완료, 잘 돼요” 한마디만 하고 사진도 상태가 깔끔하게 나온 것만 올렸어. 나도 급하게 필요해서 흥정도 별로 안 하고 입금했고, 배송 오자마자 기능을 확인하려고 리모컨부터 바로 찾았지. 리모컨은 외관이 멀쩡했는데, 뒷면 나사 풀고 커버를 열자마자 테이프 자국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

배터리 들어가는 자리 안쪽에 얇은 테이프가 여러 겹으로 붙어 있었는데, 색이 누렇게 변해 있고 가장자리도 이미 딱딱하게 굳어 있더라. 테이프가 단순히 흔적만 남긴 게 아니라, 배터리를 다시 넣을 때마다 확인하려고 덮었다가 떼었다가 반복한 것 같은 모양이었어. 누가 봐도 “그냥 옛날에 한번 붙였다” 정도가 아니고, 누군가가 계속 손대던 상태처럼 보였거든.

나는 혹시 배터리 누액이 있었는데 닦아내고 테이프로 흔적만 남겼나 싶어서 조심스럽게 내부를 살펴봤어. 다행히 심하게 더럽거나 냄새는 거의 안 났는데, 한쪽 구석에 아주 희미한 얼룩이 남아 있었고 금속 접점 주변이 다른 쪽보다 살짝 매끈하지가 않았어. 그때부터 갑자기 생각이 꼬리를 물더라. “테이프를 왜 저렇게 오래, 저렇게 여러 겹으로?”

판매자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냈어. “리모컨 뒷면 배터리 칸에 테이프가 있던데 이전에 문제 있었나요?”라고. 근데 답장이 좀 늦게 왔고, 내용은 딱 이랬어. “안 쓰는 동안 끼워놨던 배터리 때문에 잠깐 붙어있던 거예요. 떼면 되는데 그냥 뒀어요.” 말은 쉬운데, 문제는 ‘떼면 되는데 그냥 뒀다’는 표현이 이상하다는 거야. 저렇게 굳은 테이프를 그냥 놔뒀다기엔 형태가 너무 정교하거든.

그래도 내가 먼저 해결하고 싶어서 테이프를 조심히 떼어냈는데, 붙어 있던 부분은 쉽게 안 떼어졌어. 살짝 들면 손톱에 같이 묻어 나오고, 떼어낸 자리에 미세한 끈적임이 남더라. 접점 부분도 다시 닦아보긴 했는데, 그때 느낀 건 “이 테이프, 한 번의 사고로 생긴 자국이 아니라 누군가의 반복된 조치”라는 느낌이었어. 그 감각이 이상하게 자꾸 기억에 남더라.

리모컨은 배터리를 새로 넣으니까 작동이 잘 됐어. 그래서 나는 마음을 접으려고 했지. 그런데 안마의자를 앉아서 테스트하는 내내, 뭔가가 미세하게 어긋나는 느낌이 들더라. 버튼을 누르면 반응이 바로 오는 것 같다가도, 어떤 모드는 딱 한 번씩 늦게 반응했어. 타이밍이 “고장”이라기보다 “누군가가 가끔씩 다시 맞춰놓는 느낌” 같은 거. 그래서 계속 리모컨 버튼이 아니라, 리모컨이 품고 있는 어떤 설정을 의심하게 됐어.

그날 밤에 이상해서 리모컨 버튼을 몇 번이고 눌러보면서 촘촘히 확인했는데, 화면 표시나 진동 모드가 완전히 랜덤처럼 보이진 않았어. 특정 패턴으로 누르면 같은 순서로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거든. 그래서 혹시 리모컨을 누가 수리하면서 배터리 칸에 뭔가를 고정하려고 테이프를 쓴 건가 싶었지. 근데 수리라면 보통 교체 흔적이나 설명이 있어야 하잖아. 판매자는 그냥 “안 쓰는 동안”이라 했는데, 그동안의 시간감이 너무 길었어.

결국 나는 배터리 테이프 자국이 왜 남아 있었는지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그 자국이 자꾸 눈앞에 남더라. 특히 테이프 끝이 끊긴 부분이 한군데만 깔끔한 게 아니라, 여러 번 붙였다가 뗀 흔적처럼 들떠 있었던 게 마음에 걸렸어. 그냥 오래돼서 누렇게 변한 수준이 아니라, 누군가가 ‘다시 쓰려고’ 붙였다가 ‘다시 감추려고’ 붙인 것 같은 결이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찝찝했던 건 리모컨을 새 배터리로 바꾼 뒤에도 테이프 자국 아래로 미세한 먼지가 계속 모이던 거였어. 마치 그 자리가 원래부터 공기를 한 번 더 막고 있던 자리처럼. 물론 내가 조심히 닦고 정리한 다음엔 더 이상 크게 티는 안 났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정리되지 않더라. 지금도 안마의자 잘 쓰긴 하는데, 리모컨을 내려놓을 때마다 배터리 칸 안쪽을 한번 더 보게 돼. 그 테이프 흔적이 단순한 사용 흔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이상하게 계속 여운으로 남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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