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전화가 오는데 화면에 내 번호만 떠 있어
원룸에서 전화가 오는데 화면에 내 번호만 떠 있어.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그날 밤부터 내 폰이랑 생활패턴이랑 이상하게 딱딱 맞아떨어지기 시작했어. 새벽 두 시쯤, 침대에서 뒤척이는데 갑자기 진동이 울리더라. 화면엔 낯선 사람 번호가 아니라 내 번호 그대로가 떴고, 통화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계속 화면이 켜졌다 꺼졌다 했어.
난 순간 소름이 쫙 돋아서 손을 멈췄는데, 벨소리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울리는 느낌이었어. 보통 수신음은 스피커로 나가잖아? 근데 그날은 마치 방 안 어딘가에서 “전화가 온다”는 신호만 따로 재생되는 것처럼 들렸어. 통화가 연결되기도 전에 화면이 깜빡이며 통화 시간 00:01, 00:02… 이런 식으로 카운트가 올라가는데, 정작 나는 아무 버튼도 안 눌렀거든.
세 번째 진동쯤 되니까, 통화 화면에 뜨는 표기가 이상하게 바뀌었어. 처음엔 내 번호였는데, 그 다음엔 “통화 중” 아래에 메모처럼 짧은 글자가 떴어. 내용은 내가 방금 생각하던 문장이랑 비슷했어. “문 열어놨나?” 그 생각을 하자마자 화면에도 비슷한 말이 스쳐 지나간 거야. 내가 실제로 문을 확인하지도 않았는데.
난 겁이 나서 전화를 끊으려 했는데, 끊기 버튼이 눌리는 느낌이 이상했어. 손가락을 갖다 대면 버튼이 “있긴 한데” 제대로 반응이 없는 것 같았거든. 몇 번을 눌러도 연결 상태로 유지되다가, 갑자기 소리가 뚝 끊기더라. 그리고 화면이 다시 켜지면서 이번엔 발신자 이름에 내 이름이 그대로 뜨는 거야. 내 이름을 저장해둔 적도 없는데 말이야.
그날은 어쩌다 보니 통화기록을 확인하게 됐고, 기록엔 “부재중 전화”가 한 통 찍혀 있었어. 근데 시간대가 이상했어. 내가 알람 끄고 다시 눈을 감은 시간보다 20분쯤 앞에서부터 이미 통화 시도 기록이 쌓여 있더라고. 그러니까 내가 통화 화면을 처음 본 건, 실제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누군가(혹은 뭔가)가 내 번호로 전화를 시도하고 있었다는 뜻이었지.
다음 날 낮에 통신사에 전화해서 이상 증상이냐고 물었는데, 상담원은 “내 번호로 전화가 걸릴 수는 없다”는 말만 반복했어. 네트워크나 착신전환 설정 같은 걸 의심하겠다면서 이것저것 질문을 했고, 난 다 없다고 답했어. 그런데 상담 중에 내 폰이 또 진동을 울렸거든. 이번엔 전화가 아니라 문자 알림이었어. 내용은 짧게 “창문 닫아” 한 줄. 근데 창문은 이미 닫혀 있었고, 방 안엔 환기 냄새도 없었어.
그때부터 현실감이 확 꺾이기 시작했어. 원룸이라 현관문 바로 앞에 우편함이 있는데, 그날 밤엔 우편함이 열리는 소리가 났어. 아무도 없는 시간에 “툭” 하고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 난 불을 켜고 조용히 나가봤는데, 아무것도 없었어. 대신 현관문 앞 바닥에 아주 얇은 종이 한 장이 젖어 있었거든. 종이는 물에 젖은 것처럼 보였는데, 비가 오던 날도 아니었어. 종이 위엔 손글씨로 내 번호 첫 네 자리만 적혀 있었어.
그리고 그 다음 날엔 진짜로 내가 이상했던 걸 하나 더 알아챘어. 아침에 휴대폰을 들고 잠금화면을 보는데, 잠금화면 배경이 내가 설정한 사진이 아니었어. 누가 내 폰을 만진 건 분명한데, 내 설정은 그대로였어. 다만 잠금화면에 있던 사진이 바뀌어 있었고, 사진 속 장소는 내가 사는 원룸 복도 쪽이었어. 내가 그 각도에서 복도를 찍어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게다가 사진 날짜가 오늘이 아니라, 며칠 전 새벽 시간대로 잡혀 있었어.
그 뒤로는 통화가 거의 매일 비슷한 시간에 와. 늘 내 번호로 뜨고, 내가 받지 않아도 통화 시간이 카운트되다가 끊겨. 난 전화를 받는 순간이 더 위험할 것 같아서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 대신 통화가 끊긴 직후, 방 안에서 아주 미세하게 “수화기 대는 소리” 같은 게 나더라. 귀 가까이에 누가 대고 말하는 느낌인데, 정작 내 폰은 조용해. 그래서 가끔은, 내가 전화를 받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내 방으로 전화를 들고 들어오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까지 들어.
마지막으로 한 번은, 통화 화면이 뜬 상태에서 내 폰이 갑자기 진동을 멈추더니 화면이 검게 됐어. 그런데도 통화 시간은 계속 올라갔고, 그 위에 내 번호 아래로 작은 글씨가 나타났어. “지금도 당신이 걸고 있어.”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손끝이 차가워지면서, 원룸 특유의 얇은 벽이 갑자기 더 두꺼워진 것처럼 답답했어. 그 뒤로는 어떤 밤이든, 내가 통화를 피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거든. 아직도 가끔 새벽에 내 번호가 뜨면, 나도 모르게 현관문 쪽을 먼저 확인하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