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에서 주소를 바꿔도 계속 같은 곳으로 오더라
배달앱에서 주소를 바꿔도 계속 같은 곳으로 오더라. 처음엔 내 실수겠지 싶었는데, 몇 번이나 그렇게 반복되니까 이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누군가”가 건드리는 느낌이 들더라.
사건은 야식 시키려던 날부터였어. 난 자취방인데 근처에 비슷한 상호가 두 군데가 있거든. 예전엔 항상 A상호로 갔는데, 그날은 마음대로 안 가서 주소를 아예 동/호까지 정확히 수정했어. 그리고 주문 내역 확인하자마자 “요청사항: 현관 앞에 두고 연락 주세요”까지 다시 넣고 결제까지 끝냈지.
10분쯤 뒤에 배달 기사한테 전화가 왔어. “여기 주소가… 원래 그쪽이 맞나요?”라고 묻는 거야. 난 당연히 “네, 수정했어요. 현관은 파란 문인데요”라고 했고, 기사는 “아, 네” 하고 끊었어. 그런데 한참 후에 다시 전화가 와서, 이번엔 더 황당하게 말하더라. “지금 현관 앞인데요. 파란 문이 아니고… 다른 데예요.”
그래서 위치 공유도 다시 하고, 지도에서 핀도 보여줬어. 그래도 결론은 똑같았어. 기사님은 결국 “정확히 그 건물 1층에 두고 갔습니다”라고 찍어줬는데, 내가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거야. 사진을 보니까 내가 사는 건물과 외관이 달랐고, 안내 표지판도 다른 곳이었어. 그날은 급해서 그냥 환불 받고 말았지.
근데 다음 날, 이번엔 반대로 주소를 더 확실하게 적었어. “문 앞에 두지 말고, 엘리베이터 있는 쪽으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703호입니다.” 이렇게. 확인 버튼 누르기 전까지도 분명 제대로 들어가 있었는데, 기사님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뜨고 나서 5분 뒤에 또 전화가 왔어. “703호 맞는데요… 근데 여기 703호가 아니거든요.”
그 말이 너무 이상해서 내가 직접 현관부터 확인했어. 내 건물은 7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있긴 해도 동이 두 개거든. 기사님이 찍어준 곳은 완전히 다른 동이었고, 심지어 현관 잠금장치 모양도 달랐어. 나는 주소를 바꾼 걸로 알았는데, 앱에서는 주문했던 위치가 바뀌지 않은 것처럼 보였거든. 그래서 고객센터에 문의했더니 “기사님이 경로를 잘못 확인한 것 같습니다”라는 답이 왔어.
하지만 그 뒤로가 진짜였어. 며칠 동안 계속 그 패턴이 똑같이 반복됐거든. 주소를 바꾸면 바꿀수록 더 큰 숫자로, 더 상세히 적으면 적을수록 오히려 다른 곳으로 갔고, 공통점이 있었어. 항상 같은 건물로 귀결된다는 거지. 지도에서도 그 건물은 표시돼 있었고, 기사님들이 “여기가 맞아요” 하듯이 도착 사진을 남기더라.
나는 그 건물에 직접 찾아가 보진 않았어. 그냥 겁나서.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내가 주문하면서 봤던 ‘자동 입력’이 떠올랐어. 주소 수정할 때마다 목록이 갱신되는데, 이상하게도 마지막에 선택되는 항목이 매번 동일했어. 내가 삭제한 적도 있는데, 주문 화면으로 다시 들어오면 누군가가 다시 체크해둔 것처럼 그 항목이 남아있더라. 그래서 기기 설정까지 뒤져봤는데, 계정 로그인 기록도 이상하진 않았고 비밀번호도 변경해둔 상태였어.
결국 나는 그냥 배달앱을 끊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더가 끊긴 건 아니야. 앱을 지웠는데도 문자로 “배달 완료” 같은 알림이 몇 번 더 왔거든. 내가 시킨 적이 없는데 말이야. 그때부터는 소름이 돋았어. 주소를 바꾸는 게 의미가 없었던 게 아니라, 이미 누군가가 ‘같은 곳’으로 보내는 흐름을 잡아놓고 있었던 건가 싶었거든.
지금도 그 건물 생각하면 손끝이 좀 차가워져. 배달은 결국 사람 손을 거치니까, 누군가가 무슨 이유로든 내 위치를 ‘고정’해버린 걸까. 아니면 앱이 아니라, 내 주변 어딘가에서 같은 주문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걸까. 한 번 실수로 끝날 문제치곤 너무 매끈하게, 너무 오래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