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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기사님이 내 뒷자리로 무언가를 건네줬는데 손에는 없었어

2026-09-12 16:29:12 조회 1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택시에서 기사님이 내 뒷자리로 무언가를 건네줬는데 손에는 없었어.

그날도 평소처럼 늦게까지 일하고 나와서 택시를 탔어. 목적지는 내가 사는 쪽이랑 멀지 않은데, 하필 비가 조금씩 내리던 날이라 기사님이 유독 조용했지. 기사님이 말수도 적고, 라디오 소리만 낮게 깔려 있었어. 나는 앞좌석 등받이 너머로 빗방울이 창문을 타고 흐르는 걸 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 뒷자리 공기가 딱 달라지는 느낌을 받았어.

신호가 바뀌는 사이였나, 기사님이 백미러로 잠깐 나를 보더니 “이거요.” 하고 뒷좌석 쪽을 툭 건드리는 동작을 했어. 사실 “이거요”라고 말하긴 했는데, 뭘 건네준다는 건지 바로 이해가 안 됐어. 그 순간 내 시야엔 기사님 손이 보였고, 손이 아래로 뻗었다가 다시 올라오는 것까지 분명히 봤거든. 그런데 문제는 그 손에 물건이 없었어. 손가락 사이로 무언가가 끼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손만 휙 지나간 느낌이었는데도 뒷자리에 뭔가 “툭” 하고 생기는 소리가 났어.

나는 순간적으로 뒷자리를 확인했지. 내 무릎 쪽에서 어깨 높이까지는 가방이 있었고, 그 가방 옆 바닥에 뭐가 놓여 있더라. 처음엔 작은 종이뭉치인가 싶었어. 비닐이나 포장지가 아니라, 종이의 질감이 느껴지는 납작한 무언가였어. 손으로 만지기 전에 이상해서 눈으로만 한번 더 확인했는데, 글씨가 희미하게 보이긴 했는데 초점이 안 맞는 것처럼 흐릿했어.

기사님은 표정 하나 안 바꾸고 운전만 하더라. 나는 “아까 주신 거… 이거 맞아요?” 하듯이 묻고 싶었는데, 입이 잘 안 떨어졌어. 왜냐면 그 종이를 보는 순간, 이상하게도 뒷자리에서 시선이 따라붙는 느낌이 있었거든. 마치 누가 내가 확인하는 걸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나는 조심스럽게 종이를 들었는데, 손바닥에 닿는 감촉이 이상했어. 종이인데 차갑고, 동시에 손에 땀이 나는 느낌이 같이 왔어. 기분 나쁘다기보다, 몸이 먼저 “이건 확인하면 안 된다”라고 말하는 쪽에 가까웠어.

운전 중이라 택시 안은 조용했고, 기사님은 “내리실 때요.” 같은 말도 없이 그냥 목적지로 안내만 했어. 차가 내릴 정거장 앞에 섰을 때 나는 종이를 가방 안에 넣으려 했는데, 그 종이가 잠깐 손에서 미끄러질 뻔했어. 그런데 바닥으로 떨어지진 않았고, 오히려 손끝에 닿아 있던 모서리가 순간적으로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었지. 이상하게도 종이가 ‘유리’처럼 딱딱해진 듯한 느낌. 물론 실제로 유리였다는 건 아니고, 촉감만 그렇게 변했어.

내리면서 나는 기사님을 봤어. 기사님은 계기판을 보며 운전석에서 몸만 틀어 “감사합니다” 같은 말을 하긴 했는데, 그 ‘감사합니다’가 너무 정리된 톤이라 더 소름이 돋았어. 마치 내가 알아차리기를 이미 예상한 사람처럼. 그리고 문이 닫히기 직전에, 뒷좌석 쪽을 한번 더 봤거든. 방금 전까지는 아무것도 없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좌석 틈새가 조금 젖어 있었어. 비 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특정한 모양이었고, 물기 자국이 마치 손바닥 자국처럼 퍼져 있었어.

집에 와서야 천천히 종이를 폈어. 글씨는 정말 희미했는데, 조명이나 각도에 따라 겨우 보이더라. 내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 이상하게도 주소가 아니라 ‘내가 택시에서 자주 내리는 골목 모양’ 같은 묘사로 적혀 있었어. 그리고 마지막 줄은 읽히는 듯하다가도 자꾸 형태가 흐트러졌어. 내가 너무 오래 들여다본 탓인지, 글자가 바뀌는 건지 헷갈리는데, 분명히 처음엔 없던 단어가 나타나는 것 같더라고. 그 단어를 제대로 읽기 전에 나는 종이를 접어 다시 가방에 넣어버렸어. 그날 밤은 잠이 잘 안 왔고, 휴대폰을 봐도 시간이 이상하게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았어.

며칠 뒤에 그 골목을 지나가게 됐는데, 그 종이에서 묘사한 방향과 맞는 지점이 딱 하나 있었어. 가로등이 꺼져 있는 구간, 그리고 사람들이 잘 안 서는 작은 구석. 거기에 이상하게도 누가 놓고 간 것처럼 보이는 작은 물건이 있었는데, 보통 사람들이 두고 가는 종류가 아니라 딱 택시에서 느꼈던 차가운 촉감이 떠올랐어. 내가 그걸 만지진 않았지만, 바닥에 남은 자국을 보자마자 아까의 “손에는 없었는데 건네줬다”는 게 더 선명해지더라. 손이 비어 있었는데도 뭔가가 생긴 순간이, 지금 생각해도 설명이 안 돼.

지금도 그 종이는 어딘가에 있긴 한데, 다시 꺼내서 읽어보면 괜히 마음이 먼저 조여 와. 내가 무언가를 받았다는 것보다, 누군가가 내 반응을 확인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계속 남아 있어서… 택시에서 기사님 손이 비어 있었던 게, 오히려 더 확실하게 기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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