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지하 계단에서 불 꺼진 채로 사람이 서 있었어
회사 지하 계단에서 불 꺼진 채로 사람이 서 있었어. 그날도 별일 없을 줄 알았지. 퇴근하려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택했는데,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순간부터 공기가 이상하게 무거웠어.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고, 무슨 냄새인지 모르게 눅진한 먼지가 목 뒤를 간질였어.
나는 지하 주차장 쪽으로 내려갈 때만 그 계단을 쓰는데, 원래는 계단 중간마다 작은 센서등이 켜져. 그런데 그날은 달랐어. 첫 계단부터 불이 꺼져 있었고, 휴대폰 화면 빛만 바닥을 쓸고 다녔지. “아, 점검 중인가?” 하고 넘어가려는 찰나, 계단 끝쪽에서 누가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어. 엄청 가까운 거리에서, 일부러 조용히 숨 쉬는 것처럼.
앞사람이 있나 싶어 고개를 들었는데, 복도 입구 쪽이 새까맣게 가라앉아 있었어. 그런데도 사람 실루엣은 보였어. 불빛이 없는 곳인데도 누군가가 서 있는 윤곽이 또렷하게 느껴지더라. 손은 아래로 축 늘어져 있고, 고개는 정면을 향한 채로 움직이지 않았어. 내가 들어온 소리를 들었을 텐데도.
솔직히 그 순간엔 무서워도 그냥 “직원인가 보다” 하고 지나칠 생각을 했어. 그런데 뭔가, 그 사람이 서 있는 방식이 너무 ‘기다리는’ 느낌이었어. 보통 사람은 계단 내려와서 잠깐 비키거나, 물건을 찾거나, 휴대폰을 보잖아. 근데 그 사람은 그냥 그 자리에 딱 고정된 것처럼 보였어. 한 발자국도 안 옮기고, 심지어 숨소리도 멈칫거리는 것 같았지.
나는 천천히 뒤로 한 계단 물러섰어. 그때야 이상한 걸 더 느꼈는데, 계단 아래쪽에서 나는 소리가 내 것만 있는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어. 발을 떼는 소리, 숨이 넘어가는 소리, 아주 미세하게 옆에서 긁히는 소리까지. 물론 내 상상일 수도 있겠지만, 시야에선 그 사람이 전혀 반응이 없어. 그런데도 내 등 뒤가 점점 차가워지는 게 확실했어.
“저기요?” 하고 목소리를 냈는데, 내 목소리가 지하 공간에서 둔탁하게 울리고 나서야, 그 사람이 아주 작게 고개를 틀었어. 너무 천천히 움직여서 처음엔 착각인 줄 알았거든. 그래도 분명히 시선이 내 쪽으로 옮겨졌고, 그 다음엔 팔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보였어. 손가락이 바닥을 향해 움직일 듯 말 듯했는데, 그 과정이 이상하게 길었어.
그 순간, 나는 휴대폰을 켜서 플래시를 비췄어. 하얀 빛이 계단 끝에 닿는 순간, 그 실루엣은 사라지더라. 조명도 깜빡이지 않았고, 누군가가 뒤로 숨는 것도 아니야. 그냥 ‘없어졌어’. 대신 벽면에 달린 작은 보안등만 희미하게 흔들렸고, 그 흔들림이 마치 누가 방금 지나간 것처럼 보일 정도였어.
나는 숨을 삼키고 다시 한 번 복도를 비췄는데,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어. 바닥엔 먼지만 잔뜩 끼어 있었고, 사람 발자국 같은 건 없었지. 그치만 이상하게도, 계단 중간 계단 하나가 방금 전엔 내 눈에 안 띄었던 것처럼 올라와 있었어. 누군가가 서 있던 자리엔, 먼지 위로 아주 얕은 눌림 자국이 남아 있었거든. 내가 확인하고 다시 플래시를 비추면 자국이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 들었어. 마치 빛이 닿을수록 드러나는 것처럼.
그날 이후로 나는 그 계단을 피하기 시작했어. 지하로 내려갈 땐 무조건 엘리베이터를 타고, 야근도 가능하면 늦지 않게 맞췄지. 그리고 제일 신경 쓰였던 건, 그 지하 계단의 전등 상태가 다음 날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거야. 누가 수리했는지 공지는 없었고, 복도 센서등도 평소처럼 켜졌는데, 내가 봤던 자리만은 유난히 어둡게 느껴졌어. 마치 전등이 밝은데도 그 부분만 빛을 삼키는 것 같달까.
가끔 밤에 집에 늦게 들어오면, 머릿속에서 그 장면이 다시 떠올라. 불 꺼진 채로 서 있던 사람의 자세랑, 고개를 틀기까지의 시간. 그리고 플래시 비추자마자 사라진 그 ‘없어짐’이 자꾸 이상하게 남아. 요즘도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바닥 먼지가 유난히 고요한 날이 있는데, 그럴 때면 괜히 시선을 내 쪽으로 고정해 버리고, 절대 뒤를 안 돌아봐. 돌아보면, 그 사람이 다시 생길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