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초인종을 누른 적 없는데 초인종 소리가 났어
시골집에서 초인종을 누른 적 없는데 초인종 소리가 났어. 그날도 나는 분명히 현관 쪽을 지나간 적이 없었고, 손도 문고리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딩동’ 하고 소리가 집 안을 쳤어. 마치 누가 문 앞에 서서 딱 한 번 누르고 돌아선 것처럼, 짧고 또렷하게.
처음엔 그냥 바람에 문이 흔들려서 그런가 싶었어. 시골집은 오래돼서 현관문이 살짝만 틀어져도 소리가 나거든. 근데 그날 초인종 소리는 바람 소리랑 결이 달랐어. 전기 소리처럼 맑게 울리는 타입이었고, 거실에 있던 나도 바로 귀가 세워질 정도로 선명했지.
나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나자마자 휴대폰을 내려다봤어. 시간이 애매했거든. 저녁 8시 10분쯤이었는데, 우리 집은 그 시간대에 보통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동네 분들도 서로 연락하고 오거나, 우편함에 넣고 가는 편이야. 그래서 더 이상했어. 설마 누가 잘못 찾아왔나, 하고 일어나려는데 발이 멈췄지.
현관까지 가는 길에 신발장 쪽에서 가벼운 ‘찰칵’ 소리가 날 수밖에 없는데, 그 소리가 없었어. 내가 일부러 신발장을 피해서 지나가도, 집 내부 구조상 발소리가 조금이라도 들려. 그런데 그때는 아무 소리도 안 났어. 초인종만 딱 울리고, 그 다음엔 조용했거든.
그래서 나는 커튼을 살짝 열고 바깥을 봤어. 문제는 그 집 초인종이 달린 쪽 창문이 옆으로 조금 치우쳐 있어서, 사람 얼굴을 정면으로 보기가 쉽지 않아. 그래도 그림자라도 보일 줄 알았는데, 마당 쪽도 어둡고, 대문 앞은 비어 있었어. 차라리 고장이라면 ‘삑’ 같은 반복이 나와야 하는데, 그건 한 번만 울리고 끝이었어.
그 다음이 진짜 이상했어. 초인종 소리가 난 뒤 30초 정도 지나서, 다시 한 번 ‘딩동’ 하고 울렸거든. 이번엔 더 가까운 느낌이었어. 마치 문 앞이 아니라, 현관문 안쪽에서 누르는 것처럼. 나는 그때부터 현관 쪽으로 한 걸음도 못 가겠더라. 손도 차갑고, 숨이 얕아졌어. 분명 나는 초인종을 누를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는데 소리는 계속해서 같은 패턴으로 반복됐어.
혹시 전등 스위치나 전원 문제로 오작동하는 거 아닌가 해서, 거실에 있던 전등을 껐다 켜봤어. 그래도 초인종은 멈추지 않았고, 소리는 울릴 때마다 정해진 타이밍처럼 정확했어. 첫 번째는 한 번, 두 번째는 세 번 연속으로 끊어 울리고, 세 번째는 아예 소리가 길게 늘어지는 느낌이었어. 마치 손가락이 떨리거나, 누르는 사람이 잠깐 망설이다가 다시 누르는 것처럼.
나는 결국 현관으로 다가가서 문을 열지 말고 그냥 문틈으로 확인했어. 근데 그때 문틈 사이로 공기가 달라졌어. 여름인데도, 바깥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아니라 집 안에서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냄새처럼 느껴졌거든. 그리고 그 냄새가 이상하게도 어릴 때 외할머니 댁에서 맡던 ‘낡은 종이’ 냄새랑 비슷했어. 금방 사라지긴 했는데, 그 짧은 순간이 더 무서웠어.
문 앞에 사람은 없었어. 대신 바닥에 아주 얇게 쌓인 먼지 위에, 누가 신발을 한 번만 디뎠다가 물러난 흔적 같은 게 보였어. 발자국이라기보단, 신발 끈 자국처럼 줄처럼 번진 흔적. 나는 그걸 보자마자 다시 거실로 돌아왔고, 그날 밤 내내 귀만 초인종 쪽에 붙여놨어. 그런데도 소리는 더 이상 안 났어. 마치 확인할 때만 잠깐 나타나고, 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바로 사라지는 것처럼.
다음 날 아침에 나는 초인종 버튼 주변을 닦고, 배선도 살짝 봤어. 고장 흔적은 없었고, 버튼도 멀쩡했지. 관리사무소에 연락할까 했는데, 시골집은 전기나 통신이 이상해도 잘 고쳐지지 않아. 그래서 그냥 넘어가려던 찰나, 마당 한쪽에 놓여 있던 오래된 우편함 뚜껑이 누군가 손댄 것처럼 벌어져 있었어. 우편함엔 아무것도 없었는데, 누가 열었을 때 나는 그 ‘딱’ 하고 걸리는 소리만 남아 있더라. 그날 이후로 나는 초인종 소리가 나면, 반드시 누가 오는지 확인하기 전에 먼저 내 집 안을 돌아보게 됐어. 이상하게도 그 뒤로는 소리가 ‘바깥에서’가 아니라, 늘 ‘집 안에서’ 시작되는 느낌이 들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