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내 층이 아닌데 문이 열려 복도 공기가 바뀌었어
엘리베이터에서 내 층이 아닌데 문이 열려 복도 공기가 바뀌었어. 내가 눌렀던 건 7층이었는데, 버튼 불빛이 한 번 깜빡이더니 바로 다음 초에 ‘삐—’ 소리랑 함께 문이 활짝 열리더라. 그런데 그 안에 보인 건 내가 익숙하게 보던 7층 복도랑 완전 딴판이었어. 냄새부터 달랐고, 공기 자체가 뭔가 얇게 찢어진 느낌처럼 차갑게 스며들었어.
그날도 평소처럼 퇴근하고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건물 자체가 오래된 편이라 엘리베이터가 가끔 멈칫하는 건 이해했거든. 문제는 그 순간이었어. 7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바닥이 미세하게 떨렸는데, ‘딱’ 하는 느낌과 함께 문이 열려버린 거야. 난 순간적으로 층을 잘못 눌렀나 싶어서 패널을 봤는데 7층이 깜빡이는 그대로였어.
문이 열리자 바람이 확 하고 들어왔는데, 그게 환기구 바람 같은 게 아니었어. 복도 천장에서 내려오는 형광등 빛이 너무 하얗게 번져 있었고, 바닥에 깔린 카펫이 평소보다 더 눌려 보였어. 그리고 무엇보다 냄새가 달랐어. 내가 아는 그 복도는 늘 비누랑 곰팡이 사이 어딘가의 애매한 냄새가 섞여 있었는데, 그날은 소독약 냄새처럼 날카롭고 건조한 게 확 들어오더라.
난 본능적으로 문을 다시 닫으려 했는데, 손이 버튼 쪽으로 가는 동안 문이 멈춘 것처럼 보였어. 닫힘 버튼을 누르자 소리도 정상인데, 문이 살짝만 움직이고 다시 멈췄어. 이상해서 밖을 더 보니까, 복도 끝에 있는 번호판이 깜빡이듯 어긋나 있었어. 분명 ‘7’이어야 할 자리에 ‘6’처럼 보이는 각도가 잠깐씩 바뀌더니, 어느 순간엔 아예 숫자가 흐릿해졌어.
그때 엘리베이터 안의 표시등도 이상했어. 평소엔 도착 층을 빨갛게 표시했잖아? 근데 그날은 숫자가 고정되지 않고, 마치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화면 위를 문지르는 것처럼 번쩍거리면서 바뀌더라. 나는 웃기게도, 그 순간에 이상하게 “내가 잘못 탔나” 같은 생각보다 “나를 내 층에서 떼어내려는 것 같다”는 감각이 먼저 들었어. 이유는 모르겠는데, 피부로 그렇게 느껴졌어.
복도 공기가 계속 엘리베이터 안으로 밀려 들어오면서, 내 귀가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어. 발끝이 바닥에서 살짝 들리는 것 같아서 문턱에 발을 걸치기도 전에 뒤로 중심을 옮겼는데, 이상하게도 문밖 복도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도 공기가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어. 누가 바로 옆에 서 있는 것처럼 밀착된 압력이랄까. 그때야 난 밖으로 나가면 안 되겠다는 걸 깨달았어.
그래서 그냥 엘리베이터 패널에서 ‘닫힘/열림’ 연타를 눌렀는데, 그게 또 먹히지 않아. 그러다 문틈 사이로 복도 쪽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가, 아주 천천히 다시 원래대로 들어가는 걸 봤어. 사람 그림자라기엔 너무 길고,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았어.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려 했는데, 폐가 공기를 못 받아들이는 것처럼 답답해서, 결국 숨을 작게 끊어가며 버텼어. 그 공기 자체가 ‘내가 들이마시기엔 다른 시간’ 같았다고 해야 하나.
몇 초였는지 모르겠는데, 문이 갑자기 ‘쾅’ 하고 닫히더라. 닫히는 순간엔 정상처럼 부드럽게 닫힌 게 아니라, 마치 누가 문을 끌어당겨 확 닫아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어.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이번엔 딱딱한 진동이 아니라 더 조용한 미세한 압력 같은 게 느껴졌어. 표시등엔 다시 7층이 떠 있었고, ‘삐—’ 소리와 함께 7층 문이 열렸지.
문이 열리자 원래 그 복도 냄새가 다시 들어왔어. 비누랑 곰팡이 사이의 그 애매한 공기, 형광등 특유의 차가운 빛, 바닥 카펫의 눌린 패턴까지 전부 내가 아는 그대로였어. 근데 이상하게도 손바닥이 젖어 있었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자리에 내 지문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는데도, 나는 그걸 누른 기억이 없었어.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확인해보니까 엘리베이터에서 받은 영수증 같은 것도 없는데, 핸드폰 기록엔 ‘7층 도착’이 아니라 잠깐의 ‘이상 없음’ 같은 문구가 뜨더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척 기록을 덮어버린 것처럼.
그날 이후로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열릴 때, 어떤 층이든 무조건 한 번 더 확인하게 됐어. 그런데 더 소름인 건, 며칠 뒤 같은 시간대에 다시 그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였어. 그때도 내 층이 아닌데 문이 ‘조금’ 열리려다 말았거든. 바깥 공기가 스치듯 들어오는 느낌이 확 왔다가, 바로 다시 사라졌어. 그 복도 공기가 내 쪽으로 완전히 들어오기 직전에 멈춘 것처럼 느껴서, 지금도 가끔 생각나. 내가 다음엔 진짜로 문턱을 넘게 될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