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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로 받은 화분에 흙이 아닌 가는 종이 조각이 섞여 있었다

2026-09-13 16:29:11 조회 1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중고거래로 받은 화분에 흙이 아닌 가는 종이 조각이 섞여 있었다. 처음엔 그냥 흙이랑 섞여 들어간 쓰레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그게 너무 ‘종이’ 같아서 계속 신경 쓰이더라.

며칠 전 동네 당근에서 작은 화분을 싸게 샀어. 상태는 괜찮아 보였고, 판매자 말로는 작년에 분갈이 한 거라 흙도 새 거에 가까웠다고 했거든. 난 집에 와서 바로 식물만 옮기려 했는데, 흙을 만지는 순간 뭔가가 손가락 사이에 걸리는 느낌이 들었어. 가루가 아니라 얇고 길쭉한 조각들이 들뜬 채로 섞여 있더라.

손바닥에 올려보니 그건 먼지 같은 게 아니고, 아주 가는 종이 조각이었어. 종이니까 당연히 구겨지거나 잿빛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모양이 비슷했어. 길이는 손톱 반 마디 정도, 색은 연한 회색~베이지 사이. 마치 누가 얇은 스티커를 찢어 흩뿌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처음엔 ‘포장재가 흙 사이로 들어갔나?’라고 합리화했어. 중고거래에서 흙이 담긴 상태로 오는 경우가 있으니까, 누군가 신문지나 완충재를 잘게 넣었을 수도 있잖아. 그런데 화분 안 흙 전체에 그 종이들이 고르게 섞여 있었어. 한두 조각 정도가 아니라, 흙을 파면 파낼수록 더 나오는 느낌. 게다가 조각들이 제각각이기보단 비슷한 크기와 방향성을 갖고 있어서 더 찝찝했어.

그래서 화분에서 흙을 한 번 통째로 털어내고, 가볍게 체로 걸러보려고 했어. 물을 살짝 뿌리면 흙이 뭉치고 종이는 더 티가 날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했는데, 물이 닿는 순간 종이 조각 일부가 살짝 번들거리면서 뭔가 글자 같은 게 비치더라. 아주 확실히는 아니고, 잉크가 번진 흔적처럼 흐릿한 선들이 보였어. 바로 글씨를 읽을 정도로 선명하진 않았지만, ‘그냥 종이’라고 하기엔 너무 목적이 있는 느낌이었어.

그때부터 머릿속이 이상해지기 시작했어. 판매자한테 메시지를 보내야 하나 싶었는데, 사실 거래 자체는 매끄러웠거든. 별다른 말 없이 “튼튼하고 흙도 괜찮아요”라고 했던 거지. 그런데 왜 흙에 종이를 섞어놨을까? 장식용이라기엔 너무 촘촘했고, 그냥 포장재라기엔 너무 오래 흙 속에 섞여 있던 것 같았어. 손으로 만졌을 때 종이 가장자리가 약간 부드럽게 변해 있었거든. 새 종이의 느낌이 아니라, 적어도 며칠 이상은 습기를 머금은 흔적 같았달까.

나는 그날 저녁에 혹시나 싶어서 화분 바닥을 확인해봤어. 흙이 고인 부분이라면 무언가가 들어갈 틈이 없을 텐데도, 화분 밑 배수구 주변에 아주 얇은 조각들이 더 많았어. 배수구로 빠져나가야 할 것 같은데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게 이상했지. 그래서 혹시 누군가 분갈이할 때 특정 재료를 넣어두었다가, 그냥 잘못 섞였거나 혹은 숨기려다가 실패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물론 내가 상상만 한 거고, 확실한 건 아니야. 근데 그 느낌이 쉽게 안 가셨어.

다음 날 판매자에게 사진을 보내면서 “흙이 아니라 종이 조각이 섞여 있어요. 이게 어떤 건지 아시나요?”라고 물어봤어. 처음엔 답이 빨랐어. “아, 그건 식재용 보조재예요. 뿌리 활착에 도움 되는 거라서요.” 같은 식으로 말이 오더라. 근데 나는 솔직히 웃음이 나올 뻔했어. 보조재가 이렇게 종이 형태로 찢긴 조각일 수 있나? 게다가 흙 전체에 같은 크기로 퍼져 있다는 게 납득이 안 됐거든.

그래서 한 번 더 물었지. “혹시 이름이나 성분이 뭐예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비슷한 게 있나요?” 그 후로 판매자는 답을 늦추더니, 결국 “그냥 제가 받아서 쓰던 거라 자세히는 몰라요. 불편하면 환불해드릴게요”라고 했어. 환불? 그 말이 나를 더 이상하게 만들었어. 환불을 할 거면 처음부터 저렇게 설명을 했어야 했잖아. 그리고 환불을 받으려면 어차피 화분을 다시 받든지 버리든지 해야 하는데, 왜 그렇게 빨리 정리하려는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어.

결국 난 식물은 따로 옮겨 심었고, 흙은 전부 폐기했어. 그런데 지금도 가끔 그 종이 조각들이 떠올라. 물에 젖었을 때 보였던 흐릿한 선들, 배수구 주변에 집중돼 있던 배열, 그리고 판매자의 태도. 정확히 무슨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화분을 ‘물건’이 아니라 ‘어떤 용도’로 쓰고 다른 사람에게 넘긴 거라면, 그 용도는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남아 있을 거잖아. 그날 이후로는 중고로 흙 든 물건을 받으면, 무조건 먼저 손으로 만져보고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돼. 화분 하나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시간까지 같이 산 건 아닐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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