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밤마다 세면대 수도가 아주 조금씩 열렸다
원룸에서 밤마다 세면대 수도가 아주 조금씩 열렸다. 처음엔 내가 잠결에 물을 틀어놓고 자는 건가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매번 같은 시간대고, 물은 “쏟아붓는” 정도가 아니라 딱 한 줄기만 떨어졌다. 어제도 그랬다. 베개 옆 시계가 자정 넘어서 두어 분을 가리킬 때쯤, 세면대 쪽에서 아주 미세한 ‘딸깍’ 소리가 들리고, 수도꼭지가 스스로 아주 조금씩 돌아가는 것 같았다.
처음 발견했을 때는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수돗물이 바닥에 고일 정도는 아니었다. 대신 물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세면대 배수구에서 “톡…톡…” 하고 울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고, 그 소리가 누군가 일부러 시계처럼 맞춰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확인하려고 수도꼭지를 잡아 돌려 잠갔는데, 다음 날 아침에는 멀쩡했다. 문제는, 그날 밤에 또 똑같이 반복됐다는 거다.
나는 그때부터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휴대폰 알람을 켜두고 소리를 들을 때마다 시간을 적었는데, 대체로 새벽 0시 7분~0시 12분 사이였다. 물줄기는 항상 똑같이 아주 가늘었다. 손으로 틀 수 있을 정도로 세게 틀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잠긴 것도 아닌 상태. 꼭 “아직 덜 잠겼다”는 느낌이랄까. 한 번은 물줄기가 세면대 안쪽에서 멈췄다가 다시 이어지기도 했다. 마치 누군가 손을 떼었다가 다시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수도꼭지 문제라고 생각했다. 저가형 원룸이라 노후나 부품 유격이 있을 수 있지 않겠냐고. 그런데 관리실에 말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이 좀 애매했다. “그 시간대에 누가 쓰는 거 아냐?” 같은 말도 했고, 점검을 나왔을 때는 아무 이상 없다고 했다. 관리실 직원이 수도꼭지를 몇 번 돌려보고는 “이상 없는데요” 하더니 그냥 가버렸다. 내가 제일 찝찝했던 건, 점검하러 온 날은 물이 아예 안 나왔다가 다음 날부터 다시 시작됐다는 점이다.
그다음부터는 내 동선이 꼬이기 시작했다. 새벽에 깨어나면 화장실 문을 먼저 확인하게 됐고, 다시 잠들려고 누우면 등 뒤가 서늘해졌다. 이상한 건, 세면대 수도가 열려 있을 때마다 내 방에서도 아주 옅은 물기 냄새 같은 게 느껴졌다는 거다. 비가 막 그친 날의 그런 냄새. 그런데 나는 절대 화장실에 물을 흘려놓고 오지 않는다. 그 냄새는, 마치 물이 닿기 전에 공기 중에 먼저 스며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꾸만 ‘누가’가 아니라 ‘무언가가’ 시간을 맞추는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은 그냥 감수하려고 했다. 수도꼭지를 테이프로 고정해볼까도 했지만, 괜히 사고 나면 책임이 내 몫이 될 것 같아서 손대지 않았다. 대신 수도꼭지 아래쪽, 세면대 주변 바닥에 휴지 조각을 놓아두었다. 물줄기가 가늘어도 휴지가 축축해질 테니까. 그리고 결과는 똑같았다. 새벽에 휴지가 젖어 있었고, 수도꼭지는 잠겨 있는 것처럼 보여도 자세히 보면 미세하게 돌아가 있었다. 내가 잠근 각도와, 새벽에 돌아가 있는 각도가 달랐다. 딱 그만큼만, 아주 작게.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화장실 문 틈으로 라이트를 비춰봤다. 그 시간에 맞춰 일부러 깨어 있으려고 밤새 잠을 줄였다. 0시 10분쯤, 세면대 쪽에서 소리가 났다. ‘딸깍’ 하고, 수도꼭지가 아주 천천히 돌아가는 게 시야로 확인됐다. 그런데 내가 본 건 손잡이 자체보다, 손잡이 아래쪽의 그 작은 틈에서 빛이 스쳤다는 거다. 누군가 손을 넣은 것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빛이 “가까이 다가갔다”가 “떨어지는” 패턴이 있었다. 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고, 나는 숨도 못 쉬고 계속 보고 말았다.
바로 그 다음에, 세면대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라. 하지만 떨어지는 소리가 조금 이상했다. 보통 물방울은 일정 간격으로 ‘톡’ 하고 떨어지는데, 그날은 간격이 들쭉날쭉했다. 마치 누군가 떨어지는 박자를 맞추려다 실패하는 것처럼. 그리고 한 번은 물줄기가 잠깐 끊겼다가, 다시 가늘게 이어졌다. 그 짧은 끊김 사이로, 아주 희미하게 “딸…딸…” 같은 소리가 들렸다. 수도꼭지에서 나는 소리인지, 벽을 타고 올라오는 소리인지 구분이 안 됐는데, 분명 내 귀에만 들리는 종류였다.
그날 이후 나는 결론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원룸이라 그럴 수 있다”는 쪽도 아니고, “누가 몰래 그런다”는 쪽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누가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매번 같은 각도와 같은 시간대를 맞추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관리실이 점검 온 날엔 늘 조용했다. 내가 무언가를 증명하려고 할수록, 그 무언가는 멈추는 것 같았다. 지금도 새벽이 가까워지면, 세면대 쪽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날까 봐 귀를 먼저 기울이게 된다. 수도는 잠겨 있는데도, 마치 “곧 다시 열릴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마지막으로 화장실 문 닫는 소리만 더 크게 나도 모르게 내게 들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