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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기사님이 사진을 찍지 않고도 ‘사진 전송 완료’라고 떠

2026-09-14 00:29:13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기사님이 도착한 지 3분도 안 됐는데, 앱 화면엔 이미 “사진 전송 완료”가 떠 있더라. 나는 분명 문 앞에 서서 기다렸고, 기사님이 문고리에 뭔가를 걸거나, 사진 찍는 기척도 못 느꼈는데도 말이야. 그 순간부터 이상하게 손끝이 먼저 차가워졌고, 현관문 쪽을 자꾸만 돌아보게 됐다.

처음엔 단순 실수겠지 싶었어. 앱에서 가끔 오류나지 않나, 배달이 많으면 기사님도 실수할 수 있고. 그런데 “전송 완료”가 너무 빨랐어. 일반적으로는 기사님이 사진 찍고 확인 누르기까지 최소 몇십 초는 걸리는데, 나는 알림 뜨기 전에 이미 결제가 끝난 걸 봤거든. 더 웃긴 건, 내가 주문한 건 뜨거운 국물이 있는 음식이라 사진을 찍든 안 찍든 상자에서 증기가 올라오는 게 보일 텐데, 그런 모습이 전혀 없었다는 거야.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지 않고, 일단 기사님에게 확인 문자를 보냈어. “사진은 어디로 전송된 건가요? 혹시 제가 문 앞에 있지 않아서 못 찍으신 건지…”라고. 그런데 답이 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고, 그 사이 앱에서는 또 다른 알림이 연달아 떴다. “고객님께 배달 완료 처리되었습니다.” 그 아래엔 ‘사진 보기’ 버튼이 있었는데, 눌러도 화면이 하얗게 멈추기만 했다. 새로고침을 몇 번 해도 똑같았고, 무슨 사진이 뜨는지조차 확인이 불가능했어.

문 밖을 들여다보면 보통은 택배 상자나 봉투가 문 앞에 놓이잖아. 근데 그날은 현관 앞 바닥이 너무 깨끗했어. 나는 신발장 위치도, 문턱 먼지도 잘 아니까 더더욱 이상하게 느껴졌지. 누가 일부러 치운 것도 아닌데, 배달 상자 흔적이라고 할 만한 것 하나가 없었거든. 혹시 기사님이 ‘문 앞에 내려놓고 사진만 찍은’ 걸 내가 못 본 걸까 싶어서, 나는 잠깐 창문을 통해 복도를 봤다.

그런데 복도는 아무도 없었어. 엘리베이터도, 계단 쪽도 조용했고, 벽면 CCTV가 깔끔하게 꺼져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적이 흘렀다. 이상해서 다시 앱을 켰는데, 이번엔 “사진 전송 완료” 밑에 뜨는 설명이 바뀌어 있었다. 원래는 “배송 사진을 전송했습니다” 같은 문장이었는데, 갑자기 “연락 없이 비대면 배달이 완료되었습니다”로 표현이 바뀐 거야. 나는 그 주문이 비대면이 아니었는데, 설정을 확인해도 분명 ‘문 앞 수령’이었거든.

그때 기사님 답장이 왔어. “사진은 찍었습니다. 앱이 잠깐 늦게 반영된 것 같아요. 혹시 문 안쪽에 계셨나요?” 이 문장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더 소름이 돋았어. 마치 내가 문을 열지 않은 걸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하더라고. 나는 분명 문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벨도 누르지 않았다고 느꼈는데 “문 안쪽”이란 표현이 들어가니까, 누군가 내 행동을 보고 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나도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혹시 제 집이랑 다른 곳에 두셨나요?”라고 다시 물었더니, 기사님은 짧게 “사진은 고객님 문 앞입니다. 확인 부탁드려요”라고만 보냈어. 그 말대로라면 사진 속 문 앞이 보여야 하는데, ‘사진 보기’는 계속 하얀 화면만 떴다. 하얀 화면 위로 작은 로딩 원이 돌고, 그 아래에 “잠시 후 다시 시도하세요” 문구가 떠 있었어. 잠깐 뒤로는 또 “완료 처리”가 굳어지듯 잠금처럼 고정됐고, 고객센터에 문의하기 버튼만 활성화되는 구조였어.

결국 나는 음식을 받지 않은 채로 시간만 흘려보냈어. 배달이 늦어졌다고 클레임을 넣는 건 쉬운데, 사진이 안 보이면 증거가 없잖아. 그런데 더 이상한 건 그 다음부터였어. 앱에서 ‘배달 완료’ 상태는 그대로인데, 내 휴대폰 알림이 다른 시간대에 또 한 번 울렸어. “배송 사진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같은 문구였고, 누르자마자 사진이 뜨는 게 아니라, 현관문 쪽을 찍은 것처럼 보이는 낮은 해상도의 이미지가 잠깐 깜빡하더니 바로 사라졌어. 그 찰나에 보인 건 문 앞 상자도, 손도 아니고, 문 손잡이 옆의 작은 틈이었어. 마치 누가 문을 열려고 한 흔적 같은 각도였는데, 내가 그 순간 문을 건드린 적은 없었거든.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현관 앞을 확인했어. 상자는 없고, 대신 문턱 옆에 얇은 종이 한 장이 끼어 있었어. 광고 전단도 아니고, 송장 같은 것도 아니고, 그냥 구겨진 종이. 펼쳐보니 배달 앱에서 나오는 자동 문구가 인쇄된 것처럼 보였고, “사진 전송 완료”라는 글자가 아주 옅게 보였어. 누가 일부러 그걸 끼워둔 건지, 아니면 누군가 내 문틈으로 뭔가를 넣고 간 건지 모르겠는데, 그 종이를 만지는 순간 손에 묻은 먼지 결이 이상하게 달랐어. 새 먼지가 아니라, 오래 눌러져 있던 먼지 같은 느낌.

그날 이후로 나는 배달을 시킬 때마다 똑같은 경로로 확인하게 됐어. 사진을 꼭 보려는 버릇이 생겼고, 비대면 설정도 더 엄격히 바꿨지. 그런데 아직도 “사진 전송 완료”가 뜨면, 먼저 문 앞이 비어 있는지부터 눈이 간다. 이상하게도 그 앱 알림은 늘 빠르고, 사진은 늘 늦거나 하얗고, 결국 확인해야 할 건 화면이 아니라 내 문이더라. 사진이 없어도 완료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누군가의 ‘확인’은 끝난 거 아닐까… 그 생각이 밤마다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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