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냉장고 문이 닫히지 않은 채로 유지됐어
편의점에서 냉장고 문이 닫히지 않은 채로 유지됐어. 처음엔 별거 아닌 줄 알았거든. 손님이 덜 오던 밤, 계산대 뒤쪽에 있는 냉장 진열대 문이 아주 조금만 열린 상태로 고정돼 있었는데, 그게 ‘원래 그런가’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틈이 나 있었어.
사건은 2주쯤 전부터 시작됐어. 내가 야간에 나가면 보통 마감 확인을 하고, 매대 손잡이 부분이 완전히 닫히는지 한 번씩 보잖아. 그런데 그날은 분명히 닫았는데도,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니까 문이 다시 같은 각도로 벌어져 있었어. 딱 손가락 하나 정도 들어갈 만큼. 뚜껑을 열어둔 것처럼 ‘완전히 틀어진’ 게 아니라, 마치 누가 일부러 멈춰둔 듯한 느낌이었어.
처음에는 냉장고가 오래돼서 자동으로 닫히는 힘이 약한가 했지. 근데 그 다음날, 같은 패턴으로 반복됐어. 내가 닫아두면 잠깐은 닫혀 있다가, 어느 타이밍부터인지 다시 스르륵—하고 그 틈이 생겼어. 점검한다고 말은 했지만, 보통 그런 건 얼음이 껴서 뻑뻑해지거나 하는데, 이건 이상하게도 부드럽게 벌어졌어. 고장 소리도 없고, 경고음도 없고.
그 편의점엔 CCTV가 있긴 해. 그런데 내가 관리실 모니터를 확인할 때마다, 냉장고 쪽은 화면이 조금 늦게 넘어오는 구간이 있었어. 딱 냉장 진열대 반대 방향 조명 때문에 생기는 사각지대 같은 거. 그래서 “사람이 왔다 갔나” 같은 말은 쉽게 못 했어. 손님이 냉장고를 열고 닫는 것까지는 보이는데, 문이 ‘닫힌 다음에 다시 벌어지는 순간’은 이상하게도 끊겨 보였거든.
내가 그걸 계속 신경 쓰니까 더 이상한 게 보이더라. 냉장고 문이 벌어진 날이면 유독 안쪽에 진열된 음료 중 몇 개만 바뀌어 있었어. 누가 만지고 갔다는 흔적이 아니라, 위치가 아주 조금씩 이동해 있었지. 예를 들면 콜라 라벨이 정면을 향해야 하는데 옆으로 돌아가 있는 식. 누가 바로잡아두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그런 걸 하는 손님이 있을 리가 없다는 거야. 심지어 그날 밤에 문을 벌렸던 시간대랑, 물건이 옮겨졌던 타이밍이 겹쳐.
그래서 나는 점점 계산대를 보는 시간이 늘었어. 누가 일부러 냉장고를 건드리는 게 아니라면, 뭔가가 문을 ‘멈춘 각도’로 되돌리는 것 같았어. 손잡이 쪽에 작은 자석 같은 게 붙어 있나 싶어서 확인도 해봤는데, 눈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 대신 유독 냉장고 문 바깥쪽 하단에, 먼지처럼 보이는 검은 얼룩이 길게 이어져 있었어. 닦아도 닦이는 게 아니라, 문이 닫히는 순간마다 어딘가에 다시 붙는 느낌.
어느 날은 더 구체적으로 체감이 왔어. 새벽 1시쯤, 매장 안이 조용해졌을 때 갑자기 냉장고 쪽에서 아주 작은 ‘딱’ 하는 소리가 났거든. 문이 벌어질 때 내는 소리일까 생각했는데, 그 소리는 문틈에서 나는 것처럼 들리더라. 나는 바로 뛰어가서 문을 꽉 눌러 닫았어. 그런데 닫고 나서 30분도 안 됐는데, 이번엔 문이 같은 각도로 벌어지면서도, 안쪽에서 살짝 김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어. 마치 누가 문을 열어놓고 있는 건 아닌데, 안에 누군가가 손을 대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이상한 감각.
그때부터는 사람 얘기를 접었어. CCTV를 보지 않아도, 내 몸이 먼저 반응했거든. 냉장고 문이 열릴 때마다 손목 근처가 저릿해지고, 귀 뒤가 간질거렸어. 물론 내가 피곤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치면 말이 되긴 해. 근데 매번 정확히 같은 타이밍에 비슷한 증상이 반복되니까, 결국 내가 “이건 고장”이라는 결론으로 덮고 싶어도 덮을 수가 없었어. 그리고 제일 무서운 건, 문이 벌어진 채로 유지될 때마다 매장 공기가 조금씩 바뀐다는 거야. 냉장고 냄새가 아니라, 오래된 세탁물 같은 냄새가 아주 옅게 섞여 있었어. 딱 그 얇은 틈에서만.
며칠 후, 본사에서 점검 기사가 왔고 냉장고를 뜯어보더라. 그런데 정작 기사는 “프레임이 조금 휘었네요. 문이 완전히 잠기지 않아요” 하고 끝냈어. 부품을 갈아 끼우고 문을 제대로 잠그는 걸 확인했지. 나는 안도했어. 그런데 점검이 끝난 밤,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 또 똑같이 틈이 생겼어. 이번엔 새 부품이라 소리가 훨씬 잘 들릴 텐데, 소리는 없었어. 그냥 문이 ‘닫힌 걸 누군가가 다시 멈춰둔 것처럼’ 벌어졌어. 딱, 그 각도 그대로.
그 이후로도 편의점에선 별일이 더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손님들이 냉장고 쪽에서 물건을 고를 때 유독 빨리 지나가더라. 누가 오래 멈추지 않았고, 어떤 손님은 고른 뒤 계산대로 가면서도 뒤를 한 번씩 더 보곤 했어. 그리고 나는 그게 눈치챘을 때부터 더 이상하게 느껴졌어. 냉장고 문이 닫히지 않는 건 고장이 아니라, 누군가가 ‘버티고 있는 위치’가 있다는 느낌. 문이 닫히면 안 되는 이유가, 그 틈 안에 있었던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