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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제초작업 끝나고 내 장갑만 다른 색이었어

2026-09-14 12:29:15 조회 1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제초작업 끝나고 내 장갑만 다른 색이었어. 그날은 딱히 사고가 난 날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도 작업이 끝난 순간부터 내 손이 계속 신경 쓰였거든. 처음엔 그냥 먼지가 묻어서 그런 줄 알았어. 근데 햇빛 아래에서 보니까 장갑 색이 달랐어. 내가 받았던 건 분명히 검정색이었는데, 막상 장갑을 벗어보니 손등 쪽이 연갈색처럼 보였어.

우린 군대에서 제초작업을 종종 했잖아. 철조망 안쪽이랑 초소 뒤편 풀을 다 베고, 낙엽이랑 잡초를 한데 모아서 치우는 일이었어. 내가 맡은 구역이 좀 질척한 편이라 장화 안쪽까지 흙이 들어올 정도였고, 그래서 장갑도 금방 더러워질 거라고 생각했지. 장갑은 당연히 같은 재질이라 먼지 묻어도 색이 비슷하게 나올 거라고 믿었는데, 이상하게도 내 장갑만 유독 ‘덜 검게’ 변해 있었어.

내가 먼저 확인한 건 손바닥이 아니라 손등이었어. 손바닥은 작업하느라 문질러져서 어느 정도 같은 정도로 더러워졌는데, 손등 쪽은 마치 누가 다른 장갑을 끼워놨던 것처럼 결이 달랐어. 내가 장갑을 끼고 풀을 헤집을 때 그 특유의 감촉이 있었는데, 그 감촉이랑 지금 남아 있는 감촉이 미묘하게 달랐거든. “야, 내 장갑만 왜 이렇게 색이 달라?” 하고 옆에 있던 후임한테 말하니까 걔는 대수롭다는 듯 “검정인데 그냥 햇빛 받아서 그래” 이러는 거야.

근데 그 말이 더 이상했어. 우리 부대는 장갑을 돌려쓰는 편이었고, 보급받은 날 분명히 색이 같았거든. 게다가 다른 애들 장갑은 전부 검정색 바탕에 흙 묻어서 회색빛으로 변했는데, 내 건 유난히 누렇게 번진 느낌이었어. 작업을 같이 했는데 왜 내 것만 저렇게 ‘다른 색’으로 보일까. 그때는 그냥 피곤해서 착각하는 거겠거니 했는데, 내 머릿속이 이상하게 계속 되감기 시작했어.

잠깐 쉬는 시간에 난 화장실 쪽으로 가서 장갑을 물로 한 번 헹궈봤어. 손등을 문질러 닦는데, 닦을수록 색 차이가 더 도드라지더라. 흙이 묻어서 누렇게 보이는 게 아니라, 장갑 자체가 원래부터 저 색을 띠고 있었던 것처럼. 물기 닦아내고 다시 보는데, 내 장갑 안쪽 면이 아까랑 다르게 보였어. 뭔가 얇은 막 같은 게 덧씌워진 것처럼 매끈한데, 손에 익어 있던 질감이 아니었어.

그냥 빨리 끝내고 쉬고 싶었는데, 자꾸만 그 생각이 따라붙었어. “내가 분명 오전에 끼고 시작했는데, 중간에 누가 바꿔꼈나?” 그런 생각을 하니까 등골이 서늘해졌거든. 제초작업 구역은 사람들 동선이 겹치기는 해도, 장갑을 일부러 바꿔 끼울 만한 상황은 없었어. 장갑은 다 자기 것이라 주머니에 잘 넣고 다녔고, 내가 화장실 다녀오기 전까진 손에서 떨어뜨린 기억이 없거든.

그날 저녁에 장갑을 정리하려고 내 수납칸을 열었는데, 거기서 더 찝찝한 게 나왔어. 장갑을 원래 넣어둔 칸은 분명 내 것만 들어가는 공간인데, 내 장갑 옆에 누군가 다른 장갑이 하나 더 끼워져 있었어. 색은 또 달랐고, 손등 쪽이 너무 깨끗했어. 제초작업을 같이 했던 날 저녁이면 다들 흙 때문에 최소한 회색이 되어야 하는데, 그 장갑은 새 장갑처럼 보였거든. 나는 그걸 보자마자 “이거 내 거 아니야” 하고 다시 확인했어.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말하지 않았어. 괜히 시끄러워지면 내가 이상한 사람 될 것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까. 대신 다음날 아침에 장갑 색을 다시 확인했지. 전날엔 분명 내 장갑이 연갈색처럼 보였는데, 아침이 되니까 그게 또 검정색에 가까워졌어. “역시 햇빛이랑 조명 탓인가?” 싶어서 안도했다가, 오후에 다시 현장에서 확인하니까 또 미세하게 달랐어. 마치 하루 사이에 누군가 장갑을 ‘원래대로’ 되돌렸다가, 다시 원래 색을 잃어버린 것처럼.

그래서 난 결국 동료들한테 티를 내지 않고, 내 장갑을 따로 챙기기 시작했어. 장갑을 벗으면 항상 내 손에 들고 다녔고, 누가 근처에 와도 그냥 신경 안 쓰는 척 했지. 근데 이상하게도 그 뒤로 작업할 때마다 풀을 베는 방향이 조금씩 달라져 있었어. 칼날이 같은 위치를 긁어도, 풀 묶음이 내가 평소랑 반대로 모이거나, 내 발자국 위치가 아닌 데서 흙이 묻어 있었어. 그때부터는 “장갑만 색이 바뀐다”는 문제가 아니라, 뭔가 내 동선이 어긋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

마지막으로, 그 사건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한 건 사흘 뒤였어. 작업이 끝나고 장갑을 반납하는데, 누가 내 장갑을 먼저 받아 가는 거야. 나는 “잠깐만요, 제 겁니다” 하고 잡으려 했는데, 손이 닿기 전에 그 장갑이 손에서 미끄러지듯 빠져나갔어. 그리고 다음 인수자가 받는 순간, 장갑 색이 순간적으로 번지듯 변하더라. 누가 조명 각도를 바꾼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그때만큼은 너무 선명했어. 검정으로 돌아온 게 아니라, 다른 색의 흔적이 잠깐 스치고 다시 사라진 느낌이었거든.

그 뒤로 난 제초작업 할 때마다 장갑을 유난히 오래 확인했어. 지금도 가끔 생각나. 왜 내 장갑만, 왜 그렇게 ‘원래대로 보이려다’ 다시 다른 색을 드러냈는지. 군대에서 별일 다 겪지만, 어떤 건 설명하려고 하면 더 이상해져서 결국 입 밖으로 안 꺼내게 되더라. 그리고 그날 이후로 내 수납칸에 장갑을 넣어두는 습관만큼은 끝까지 못 버렸어. 문득 문득, 손등의 색이 다시 바뀌는 꿈을 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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