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는데 물비누 냄새가 남지 않았어
회사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는데 물비누 냄새가 남지 않았어. 이게 별일 아닌 것처럼 들리는데, 그날 이후로 나는 자꾸 그 냄새가 “원래 거기 있어야 하는데” 사라진 것처럼 느껴져서 자꾸 생각이 났다.
평소처럼 화장실에 들어가서 손을 씻었어. 수도꼭지를 틀자 물이 먼저 나오고, 바로 옆에 달린 디스펜서에서 투명한 거품이 푹 솟아. 알겠지, 그 특유의 물비누 냄새. 비누 향이 묘하게 시원하고, 오래 씻고 나면 손끝이 살짝 미끌거리는 느낌이 남잖아.
근데 그날은… 거품은 나왔는데도 이상하게도 손을 비비는 동안부터 향이 거의 안 느껴졌어. “내가 감기라도 걸렸나?” 싶어서 콧잔등을 한번 만져보고, 손을 씻고 나서도 한동안 손을 내밀고 냄새를 맡아봤다. 아무것도 안 남았어. 손은 깨끗해진 것 같았는데, 냄새만 휑했어.
회사 화장실은 늘 똑같은 냄새가 나. 누가 비치한 방향제도 있고, 손 세정제도 있고, 바닥 소독약도 은근히 섞여서 특유의 “회사 화장실” 향이 있어. 그래서 나는 그 냄새가 사라지는 걸 더 빨리 알아챘던 것 같아. 물비누 냄새가 안 남는다는 건, 그냥 향이 옅어진 정도가 아니라 뭔가 결이 완전히 달랐다는 느낌이랄까.
일단 넘기자 싶어서 손을 말리고 나왔는데, 그때도 한 가지가 거슬렸어. 손을 닦는 종이타월에서 나는 특유의 종이 냄새도 평소보다 덜했거든. 손끝을 털어내면 보통 손에 뭔가 묻은 것처럼 가벼운 잔여감이 남는데, 그날은 “손이 아무것도 안 만진 것처럼” 가벼웠어. 너무 깔끔해서 오히려 기분이 찝찝했다.
오전 업무를 하다가도 자꾸 신경이 갔어. 마우스를 잡아도 손끝이 이상하게 느껴졌고, 커피 컵을 잡을 때도 손이 미끄러지지 않아서, 평소랑 감각이 다르더라. 근데 또 이상한 건, 손이 찝찝하다고 느끼면서도 피부가 건조하다거나 따가운 건 전혀 없었어. 그냥 냄새만 없고 감각은 멀쩡한 상태. 그래서 더 “이상”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어.
점심쯤에 동료가 화장실에서 손 씻고 나오는 걸 봤는데, 그 사람도 거품을 받고 나서 손을 닦을 때 한 번 멈칫하더라. 나도 괜히 아는 척할까 싶다가 참았지. 근데 그 표정이 꼭 “이게 원래 이랬나?” 하는 표정이라, 내가 혼자 착각한 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어.
퇴근하고 집에 가서 샤워를 하는데, 그제야 내가 왜 그렇게 냄새를 집착했는지 알겠더라. 비누를 거품 내서 손을 씻는데도 이상하게 그날 회사에서 느꼈던 ‘냄새가 없는 빈 공간’ 같은 느낌이 자꾸 덧붙어. 샤워 젤 향이 들어오는데도, 머릿속에는 여전히 “물비누 냄새가 남지 않았던 손”이 떠올라. 그날 밤엔 이상하게도 꿈을 꿨어. 꿈에서 나는 손을 씻는데, 비누가 나오는 디스펜서 앞에서 거품 대신 물만 흘러내리더니, 손이 점점 마르면서도 아무 냄새가 안 났어.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해서 일부러 손 세정제 디스펜서를 한 번 확인했어. 평소처럼 버튼을 누르자 거품이 나오긴 하는데, 내가 어제 느낀 것처럼 ‘향이 먼저 스치는 느낌’이 없더라. 그래서 이번엔 일부러 손을 더 오래 비볐고, 다른 쪽 화장실(같은 층 다른 칸)도 가봤어. 그런데 거기선 냄새가 났어.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칸”이었어. 특정 칸에서만 냄새가 사라진 거지.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 가끔 그 칸을 쓰고 나오면, 나는 손을 씻은 시간이 늘어난 것처럼 느껴지는 거야. 실제로는 생각보다 빨리 나왔는데도, 손바닥 안쪽이 이상하게 오래 문질러진 듯한 감각이 남아. 그리고 가장 소름 돋는 건, 시간이 지나도 그 칸에서 나온 뒤에는 손에 남는 잔여감이 아니라 ‘무언가가 남지 않은 느낌’만 또렷하게 남는다는 점이었어.
결국 나는 그 칸을 피하기 시작했어. 회사 화장실은 매일 가니까, 그냥 피할 수만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부터는 내가 그 칸을 피하는 순간부터도 어딘가에서 물비누 냄새가 날 것 같은 기대감이 들어버렸어. 냄새가 원래 있어야 하는데 없던 자리가 내 머릿속에 고정된 거지. 지금도 손 씻고 나면 가끔, 아주 잠깐—아무 이유 없이—그 칸의 투명한 거품이 먼저 떠오르고, 손끝이 스르르 차가워지는 기분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