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기둥에 내 이름과 같은 낙서가 계속 생겨
지하주차장 기둥에 내 이름과 같은 낙서가 계속 생겨. 처음엔 그냥 누가 장난 치는 줄 알았거든.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낙서 위치랑 글씨 모양이 계속 똑같아지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느낌이 들더라.
내가 그 주차장을 쓰기 시작한 건 작년 가을쯤이야. 출근 시간에 맞춰 내려가면 늘 같은 기둥 앞에서 주차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 그런데 첫 번째로 낙서를 본 날은 비가 오던 날이었어. 물기 때문에 그런 건지, 기둥 하단에 희미한 글자가 긁힌 흔적처럼 보이더라. 그게 내 이름이랑 똑같이 적혀 있었어.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이름이 흔한 편은 아니거든. 그래서 더 찜찜했지. 낙서가 너무 또렷하진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내 눈엔 바로 들어왔어. ‘어? 저건 내 이름인데?’ 하고 가까이 보니까 누가 펜으로 쓴 것 같은 굵기랑 획이 있었고, 마지막 글자 아래에 점 하나 찍힌 것도 내 이름 필체랑 거의 똑같아 보였어. 그날은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마음 한구석이 계속 걸렸어.
며칠 뒤에 다시 봤어. 이번엔 위치가 달랐어. 내가 주차하는 자리에서 엘리베이터로 가는 길 중간쯤 되는 기둥이었는데, 거기에도 똑같은 낙서가 생겨 있더라. 더 소름이었던 건 글씨가 새로 생긴 게 아니라, 이미 누군가 긁고 지나간 듯이 얕게 파인 형태였다는 점이야. 비 오고 나서 그 자리에 물이 고이면 더 잘 보이는 것 같더라. 마치 특정 시간대에만 드러나는 걸 아는 사람처럼.
나는 관리실에 말할까 하다가도, ‘어차피 누가 장난 치는 거겠지’ 싶어서 그냥 사진만 찍어뒀어. 근데 다음 날, 사진 속 낙서가 사라져 있더라. 누군가 지운 건지, 아니면 누군가가 새로 다른 자리에 옮겨 적은 건지 모르겠어. 대신 다른 기둥에 똑같은 낙서가 또 생겨 있었고, 이번엔 점 하나가 조금 더 크게 찍혀 있었어. 디테일이 계속 달라지는데도, 이름 자체는 동일했어.
그때부터 나는 주차할 때마다 기둥을 ‘확인’하게 됐어. 원래는 그냥 지나치는데, 어느 날은 일부러 천천히 걸어보게 되더라. 그러다 보니까 패턴이 보여. 낙서는 항상 내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발견되는 것처럼 보였고, 내가 늦게 오면 그만큼 늦게 생겨. 그리고 내가 멀리서 보면 안 보이는데, 가까이 가면 그제서야 선명해지는 느낌이었어. 조명 때문인가 싶기도 했는데, 이상하게도 다른 낙서는 다 잘 보이더라. 내 이름만 유독 그렇게 ‘나를 부르는’ 것 같았어.
결국 나는 같은 층에 사는 사람들한테 은근히 물어봤어. “여기 지하주차장에 누가 낙서하나?” 같은 식으로. 근데 다들 “누가 그런 거 해?” 하고 되레 이상한 눈으로 봐. 그러다 한 사람이 말하더라. “그거, 예전에 한번 봤는데… 글씨가 누구 이름이랑 똑같아서 찝찝했어.” 그 사람은 내 이름을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마치 누가 일부러 같은 글자를 반복하는 것 같았다”는 식으로 말했어. 듣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지.
그 다음부터는 낙서가 ‘내가 그날 생각했던 것’이랑 연결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예를 들어, 내가 집에 와서 문득 “내 이름이 그렇게 독특한가?” 하고 생각한 날, 다음 날 낙서가 훨씬 더 선명하게 보였어. 또 어떤 날은 출근하면서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가 주워 들었는데, 그 다음 낙서는 기둥 하단에서 조금 위로 올라가 있었어. 마치 내가 움직인 경로를 따라가면서 위치를 조정하는 것 같았거든. ‘누가 지켜보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고 나서부터는, 주차장에 내려가는 게 점점 싫어졌어.
나는 결국 차를 다른 자리로 바꿨어. 기둥이 달라지면 낙서도 달라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내가 다른 구역에 주차해도, 얼마 뒤에 그쪽 기둥에서도 같은 낙서가 나타났거든. 심지어 내가 일부러 특정 기둥은 피하면서 걸어도, 내가 지나간 다음 타이밍에 그 자리에 다시 생겨. 그때부터는 “장난”이라는 말이 너무 가벼워 보이더라. 누군가가 내 동선을 계산하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내 이름을 계속 ‘남기고 싶어 하는’ 의도가 보이는 것 같았어.
마지막으로 본 낙서는 오늘이야. 예전처럼 기둥에만 있던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 바로 앞 벽면의 작은 틈에 얕게 긁혀 있었어. 글씨는 내 이름 그대로인데, 이번엔 마지막 글자 아래에 찍힌 점이 두 개였어. 하나는 늘 보이던 그 점이고, 다른 하나는 마치 ‘방금 추가된 것’처럼 더 선명했어. 그래서 나는 한동안 손잡이를 잡고도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멍하게 서 있었지. 그리고 깨달았어. 내가 이걸 지우려거나 신고하려고 하면, 그 다음엔 아마 내가 내 이름을 ‘확인하는 행동’ 자체가 낙서의 일부가 될지도 모른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