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검사실 문이 열리기 전에 이미 주사바늘이 보였다
병원에서 검사실 문이 열리기 전에 이미 주사바늘이 보였다. 그날은 별일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아직 문이 안 열렸는데도’ 복도 끝에서 먼저 반짝이는 게 보이더라. 나는 그 순간을 계속 떠올리게 된다. 사람은 보통 문이 열리면 뭔가가 보이잖아. 근데 그날은 반대로였어.
검사 예약 시간이 조금 남아서 접수 쪽 의자에 앉아 있었고, 나는 피검사 안내문을 다시 읽고 있었다. 대기실에서 검사실 쪽으로 이어지는 복도는 유리창이 길게 달려 있어서 안쪽이 희미하게 보였는데, 그날따라 빛이 이상하게 반사됐다. 문 쪽은 커튼 같은 걸 치는 병원도 있는데, 여긴 그런 게 없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복도 끝을 보다가 순간 멈췄다. 아직 검사실 문이 열리기 전인데, 문 틈에서 주사바늘 같은 게 먼저 튀어나오듯 보였거든. 보이자마자 ‘어, 간호사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나?’ 싶었는데, 정작 문 손잡이는 그대로였다. 그런데도 바늘 끝은 마치 누군가 손에 들고 있는 것처럼 아주 또렷하게 빛났다.
처음엔 착시라고 넘기려 했어. 조명 때문일 수도 있고, 누군가 다른 쪽에서 들고 지나가는데 내가 타이밍을 잘못 본 걸 수도 있다. 근데 그 바늘이 그냥 스치듯 지나간 게 아니라, 한두 초는 ‘정지’해 있는 느낌이 들었어.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기도 했고. 나는 침을 삼키고, 옆에 앉아 있던 할머니 쪽을 힐끗 봤다. 할머니는 내 얼굴을 보지도 않고 가방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그때 복도 쪽에서 신발 끄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인데, 동시에 유리 너머에서 바늘이 다시 한 번 반짝였다. 신발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는데, 문은 여전히 잠겨 있었다. 보통이면 문을 열기 전에 사람 그림자라도 먼저 보여야 하잖아. 그런데 유리창 너머엔 그림자보다 바늘만 먼저 보였다. 마치 ‘누군가가 먼저 내 눈에 꽂히도록’ 맞춰둔 것처럼 이상했어.
접수 데스크 쪽에서 내 이름이 불렸고, 나는 안내대로 검사실로 가게 됐다. 걸어가면서도 계속 복도 끝을 봤는데, 열릴 타이밍의 문이 열리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문이 ‘이미’ 살짝 열린 상태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손잡이가 완전히 돌아간 건지 확인이 안 됐고, 문 틈에서 보이는 건 바늘 끝만큼이나 짧은 빛줄기였다. 나는 괜히 소리 내지 않고 걸음을 줄였다.
검사실 앞에 서자 간호사 선생님이 문을 열어주며 “들어오세요”라고 말했다. 그 목소리는 평소 병원에서 듣는 그 얇고 단정한 말투였는데, 문제는 내가 그 말을 듣기 전에 이미 팔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거야. 머리로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왜?’라고 생각했는데, 몸은 먼저 반응했다. 간호사는 내 팔을 보더니 주사 부위를 찾는 동작을 했다. 그때 나는 문 틈에서 보였던 그 빛과 같은 모양의 바늘을 봤다. 각도도, 반짝임도 거의 똑같았어.
검사를 끝내고 나오면서도 계속 찝찝했어. 사람은 병원에서 긴장을 하니까 착각을 한다고 말할 수는 있는데, 그날은 너무 구체적이었거든. 무엇보다도 문이 열리기 전, 내가 봤던 바늘은 ‘밖에서 들어가는 동작’이 아니라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작’ 같았어. 그리고 그 바늘이 보이던 위치가, 내가 검사실로 들어가기 직전의 정확한 시야각이랑 일치했지. 설령 조명이 비쳤다고 해도, 그런 타이밍까지 맞아떨어지는 건 설명이 안 됐어.
그날 이후로 나는 가끔 그 병원 복도에서 바늘이 먼저 보이는 꿈을 꿔. 실제로 병원에 갔던 날의 냄새, 조명의 반사, 문이 열리기 직전의 정지된 느낌까지 같이 따라와. 이상한 건, 꿈에서조차 문은 열리기 전에 이미 준비돼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거야. 그래서인지 지금도 누군가 문 열기 전에 내 앞에 손을 내밀면, 무슨 일이 있어도 먼저 그 손끝을 보게 돼. 문이 열리기 전에 이미 보였던 것들은, 한 번 눈에 들어오면 계속 남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