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밤에만 창문 커튼이 바람 없이 흔들려
시골집에서 밤에만 창문 커튼이 바람 없이 흔들려. 처음엔 별거 아닌 줄 알았어. 여름이었는데도 새벽만 되면 방 안 창가 쪽 커튼이 쓱, 하면서 반대 방향으로 살짝씩 밀리듯 움직이더라. 바람은 커녕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냄새도 없었고, 문도 다 잠가놨는데 말이야. 딱 “누가 손으로 한 번만 잡아당겼다가 놓은” 느낌이었어.
나는 겁이 많은 편은 아니라서, 첫날은 그냥 착각이겠지 하고 넘겼거든. 그런데 다음 날도 똑같이 반복됐어. 밤 1시쯤, 시계가 넘어갈 때쯤 커튼 끝이 먼저 꿈틀하고 그 뒤로 전체가 천천히 흔들렸어. 소리는 거의 없었는데, 그 대신 커튼 사이로 보이는 창문 유리에 비친 내 방등 불빛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게 보였어. 마치 빛도 같이 흔들리는 것처럼.
처음엔 선풍기나 에어컨 같은 게 문제인가 싶어서 확인했어. 그날 밤엔 전기제품 전부 끄고, 거실에서 문 열어 환기라도 해봤는데도 새벽이 되면 똑같이 시작됐어. 창문 손잡이 쪽에 먼지 같은 게 쌓여있어서 바람이 새면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멀쩡했어. 오히려 커튼이 흔들릴 때만 가끔 창가에서 아주 오래된 나무 냄새 비슷한 게 확 올라오더라.
그래서 다음엔 “누가 밖에서 지나가나” 생각했지. 집 앞이 논이고, 도로까지는 좀 떨어져 있어서 사람 지나가는 소리는 잘 안 들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새벽에 잠깐 나가 봤어. 마당은 조용했고, 달빛 아래에서 풀잎만 미세하게 떨리는 정도였어. 그런데 내가 밖으로 나오는 순간, 방 안에서 커튼이 멈추는 게 느껴졌어. 분명히 내가 문을 닫고 발걸음을 옮기기까지는 계속 흔들리던 것 같은데, 그 타이밍이 너무 정확해서 소름이 돋았어.
그 다음부터는 아예 확인하려고 카메라 앱을 켜놓고 침대에 누워 있었어. 녹화 화면을 보면서 기다렸는데, 화면 속 커튼은 처음엔 정말 멀쩡하더라. 그런데 1시 07분쯤, 화면 어딘가에선 바람 한 점이 안 보이는데도 커튼이 한 번 들리는 것처럼 솟았다가 그대로 내려왔어. 바람이라면 반복적으로 흔들렸을 텐데, 그건 딱 한 번만 ‘손바닥으로 툭’ 친 것 같은 동작이었어. 그리고 그 뒤엔 더 움직이지 않다가, 10분쯤 지나서 또 같은 패턴이 나왔고.
문제는 내가 그 패턴을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는 거야. 새벽에 눈이 떠지면, 커튼이 움직이기 전 약간의 정적이 먼저 와. 그 정적이 오면 목 뒤가 살짝 서늘해지면서 “곧 할 거다” 싶은 예감이 들더라. 그래서 어느 날은 일부러 시선을 창문으로 고정하고, 일부러 말도 안 하고 숨만 죽여봤어. 그런데 커튼이 흔들리고 나서, 창문 너머 어딘가에서 아주 조용한 긁는 소리가 났어. 바람소리랑 다르게 ‘마찰’ 같은 느낌이었고, 길이는 짧았어.
그때 내가 제일 무서웠던 건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보다, 그 행동이 너무 “규칙적”이었다는 거야. 커튼이 흔들리는 방향도 항상 같았고, 흔들리는 각도도 비슷했어. 마치 누가 방 안을 모르는 척 하면서도, 정해진 시간에 확인만 하고 지나가는 것처럼. 나는 결국 창문 틈새에 테이프를 붙여서 공기 이동을 막아봤고, 커튼을 묶어놔도 다음 날 같은 시간이 되면 천이 묶인 줄이 아주 미세하게 당겨졌어. 묶어놨는데도 당겨진다는 건… 손으로 잡아당긴 게 아니라면 설명이 잘 안 되더라.
그날 이후로 나는 창문 쪽을 볼 때마다, 내가 방금까지도 못 본 걸 어딘가에서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 거실 시계 소리만 들리면 괜히 커튼 뒤를 상상하게 되고, 커튼이 움직이지 않는 밤에는 오히려 불안해졌어. 이상하게도 움직이지 않는 날엔 꿈에서 창문이 자꾸 떠오르더라. 창문은 열려 있지 않은데, 안쪽에서 누가 손가락으로 유리면을 아주 천천히 눌러놓은 것처럼 번들거리는 흔적이 보이는 꿈이었어.
마지막으로, 내가 확실히 “멈출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한 날이 있었어. 커튼을 완전히 떼어내서 다른 방에 옮겨 걸어뒀는데, 놀랍게도 다음 밤엔 그 방의 커튼이 똑같이 흔들렸어. 즉, 장소가 아니라 커튼이 아니라 ‘그 시간대’에 맞춰서 뭔가가 움직이는 느낌이었지. 새벽 1시가 가까워지면 방 안이 조금 더 차가워지고, 불빛이 약간 떨리고, 결국 커튼이 바람 없이 움직여. 그리고 그 순간마다, 나는 침대에서 눈을 감으려고 해도 눈꺼풀이 잠깐씩 무거워져. 오늘도 가끔은 창문 쪽을 쳐다보면, 커튼 끝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이미 누군가가 손을 올린 것처럼 보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