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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문이 닫힌 뒤에도 바깥 발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2026-09-15 08:29:11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닫힌 뒤에도 바깥 발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보통이면 “딩” 소리 한 번 나고 조용해지잖아. 근데 그날은 문이 다 닫히고도 복도 쪽에서 누가 계속 걷는 소리가 그대로 이어졌어. 나는 그냥 약간 늦게 들어오는 사람이 있나 보다, 하고 넘겼는데 그게 계속됐어.

아파트가 아니라 생활형 오피스텔이었고, 밤 10시쯤이라 엘리베이터도 한산했어. 9층에서 타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고, 버튼을 누를 때도 누군가 뒤에서 따라오는 느낌은 전혀 없었거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 잠깐 보였던 건 복도 끝의 형광등과 바닥의 반사뿐이야. 그래서 더 이상할 게 없어 보였지.

문이 닫히기 시작하자마자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딸깍딸깍” 하고 고무창으로 걷는 것 같은 소리인데, 그 소리가 엘리베이터 안쪽이 아니라 바깥 복도에서 들리는 느낌이 강했어. 문 닫히는 속도가 원래보다 조금 느린 것 같기도 했고, 나는 버튼을 다시 눌러 층을 확인했어. 9층에서 7층으로 내려가야 했는데, 내가 뭔가 잘못 눌렀나 싶어서.

근데 발소리는 그대로였어.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보통 진동 때문에 소리가 작아지거나 사라지는데, 그 소리는 꺾이지 않고 계속 같은 리듬으로 따라왔어. 마치 엘리베이터가 움직인다고 해도 복도 어딘가의 사람은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처럼. 나는 창문도 없는 엘리베이터 내부에서 시선을 바닥에 두고, 괜히 겁먹지 않으려고 “설마 누가 타겠지”라고 혼잣말을 했어.

7층 도착 알림이 울리고, 문이 열리기 직전까지도 발소리는 끝나지 않았어. 나는 손잡이를 잡은 채로 문이 열리길 기다렸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복도는 텅 비어 있었어. 복도 끝까지 하얀 불빛이 쭉 이어져 있고, 바닥은 깨끗했는데 그 “딸깍딸깍” 소리의 주인만 보이지 않는 거지. 누군가 서있으면 최소한 그림자라도 보일 텐데 그런 것도 없었어.

문이 완전히 열리고도 나는 몇 초 동안 그대로 있었어. 보통이면 바로 나오는데, 그날은 너무 자연스럽게 ‘왜 안 멈췄지’가 머릿속에서 돌아가더라. 엘리베이터 옆에 안내판이 있고, 거기에 층별 출입카드 안내가 있잖아. 나는 혹시라도 누군가 카드 찍고 들어오는 시간차가 있나 싶어서, 복도를 한 번 더 훑어봤는데 여전히 사람은 없었어.

그때 발소리가 어느 순간 바닥이 아니라 벽 가까이로 바뀌는 느낌이 들었어. 문 앞에서 잠깐 멈춘 것 같다가, 다시 복도 안쪽으로 “한 칸”씩 옮겨가는 소리. 내가 움직이면 따라올 것 같아서, 그 자리에서 숨을 참았거든. 그런데 이상하게도 엘리베이터 내부의 공기만 차가워지고, 손바닥에 땀이 식는 느낌이 났어. 그리고 그 소리는 계속되다가… 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쯤 딱 끊겼어.

다시 올라가라는 마음은 아니었는데, 그냥 확인하고 싶었어. 나는 7층에서 바로 내리진 않고, 다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지. 문이 닫히기 시작했을 때는 복도 소리가 없었어. “아, 전에 사람 착각이었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는데, 이번에는 문이 완전히 닫힌 뒤에 작은 긁는 소리가 들렸어. 이번엔 발소리가 아니라, 마치 신발 끝으로 바닥을 천천히 긋는 소리 같은 거. 그리고 그 소리는 복도에서 나는 게 맞는데, 방향이 이상했어.

내가 내리는 버튼을 누른 층은 9층이었고, 엘리베이터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어. 그런데 안내방송이 나오기 전, 갑자기 “딩” 소리가 아니라 다른 음이 짧게 한 번 나더라. 기계가 삐끗하는 소리인지, 아니면 누가 엘리베이터 안쪽 버튼을 누른 소리인지 애매했어. 나는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려고 했는데 그 순간 문틈 사이로 아주 얇게 바깥 불빛이 스치면서, 복도 쪽에 누군가의 하얀 양말 같은 게 보이는 것 같았어.

근데 그것도 오래 보진 못했어. 문이 닫히며 다시 틈이 사라졌고, 엘리베이터는 정상적으로 움직였거든. 9층에 도착했을 때는 또 조용했어. 문이 열리고 복도를 봐도 아무도 없고, 안내판 불빛만 그대로였지. 다만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복도 바닥에 누군가 지나간 것처럼 아주 얇은 먼지 자국이 ‘직선’으로 이어져 있더라. 누가 걸어갔다기보단, 누군가 바닥을 끄는 것처럼 말이야. 나는 그 자국을 따라가진 않았어. 그냥 문 닫히는 소리만 뒤에서 들리는데, 그 소리가 오늘따라 더 길게 느껴졌거든.

그날 이후로 엘리베이터 타면 문 닫히기 직전까지 귀를 기울이게 됐어. 발소리가 들리면 괜히 뒤돌아보기도 하고, 버튼을 눌렀는데도 복도가 너무 조용하면 머리가 먼저 굳어버려. 사람은 보이지 않아도, 어떤 소리는 꼭 남더라. 그리고 그 소리가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도 멈추지 않는다면… 그게 그냥 착각이라고 믿기엔 너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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