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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로 산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플레이 전부터 로딩을 표시했어

2026-09-15 12:29:13 조회 1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중고거래로 산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플레이 전부터 로딩을 표시했어. 내가 물건 받자마자 전원부터 켰는데, 화면이 켜지기도 전에 디스플레이에 작은 원이 빙글빙글 돌더라. 택배 상자에서 꺼낸 상태였고, 아직 어떤 디스크도 넣지 않았는데 말이야.

처음엔 배터리처럼 내부 설정이 꼬였나 싶었어. 리모컨으로 메뉴를 눌러봐도 반응이 늦고, 설정 화면이 뜨는 데도 시간이 길어졌어. 화면엔 “초기화 중” 같은 문구가 잠깐 떠야 하는데, 그 대신 로딩 원이 그대로 유지됐지. 전원 껐다 켜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껐다 켜는 순간마저도 로딩이 바로 이어지더라.

판매자한테 바로 연락했어. “디스크 안 넣어도 로딩 표시가 계속 뜹니다”라고만 짧게 보냈는데, 답이 좀 늦었고, 돌아온 말은 “원래 켜면 잠깐 그래요, 정상이에요. 디스크 넣으면 바로 됩니다”였어. 근데 문제는 ‘잠깐’이 아니었어. 10분이 지나도 그대로였고, 30분 넘어가니까 화면이 어두워지면서도 플레이어 본체 전면의 로딩 표시만 살아있었거든.

그래서 아예 다른 HDMI 케이블로 바꿔 봤는데도 소용이 없었어. 혹시 TV 쪽 문제인가 싶어서, 모니터에 연결해도 비슷했어. 연결하자마자 로딩 원은 똑같이 움직였고, 영상 출력은 안정적이지 않았지. 나는 중고라서 생길 수 있는 잔고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고장”치고는 너무 일관적이었어. 디스크가 필요 없을 만큼, 뭔가를 계속 불러오는 느낌이었달까.

결국 집에 있던 블루레이 타이틀 하나를 넣어봤어.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디스크가 인식되는 찰나, 로딩 표시가 잠깐 멈추더니 다시 돌아갔어. 그리고 화면이 켜지면서 자막 대신 검은 배경에 아주 희미한 글자가 스치듯 지나갔어. ‘계속 진행하려면…’ 그 다음부터는 화면이 흔들려서 정확히 못 읽었는데, 글자가 사라지기 전에 분명 ‘진행’이란 단어가 보였어.

그때부터 이상한 타이밍이 생겼어. 플레이어가 로딩을 계속하는데, 집안의 소리랑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랄까. 예를 들어 휴대폰 알림이 울리면 로딩 원 속도가 잠깐 빨라졌다가, 알림이 멈추면 다시 느려졌어. 처음엔 기분 탓이겠지 했는데, 내가 일부러 무음으로 바꿔도 플레이어가 “기다리는 것처럼” 멈칫하는 패턴이 계속 됐어. 마치 누군가가 입력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래도 영화를 한 편이라도 틀어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판매자한테 “로딩이 디스크 없이도 계속 뜹니다”라고 다시 보냈더니, 이번엔 더 짧게 왔어. “그거 고장 아니에요. 전에 쓰던 사람도 그랬는데, 그냥 켜둬야 해요. 밤에 해도 되잖아요.” 내가 “뭘 켜둬요?”라고 묻자, 답장이 더 이상 안 왔어. 그 이후로 연락이 아예 끊긴 느낌이었고.

나는 결국 디스크를 빼고 전원을 완전히 종료했어. 그런데 놀랍게도 전원을 끄자마자, 본체에서 아주 작은 팬 소리 같은 게 5초 정도 더 이어졌어. 보통은 바로 정지하는데, 그건 ‘멈춘 게 아니라 끝까지 마무리하는 중’처럼 들렸지.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켰을 때, 로딩 원이 처음부터 돌고 있었는데, 디스플레이 구석에 내가 본 적 없는 표식이 아주 잠깐 떴어. 숫자 같기도 하고, 문자 같기도 한데 형태가 정확하지 않았고, 그 순간이 너무 짧아서 확인도 못 했어. 다만 내 눈엔 “누가 남긴 흔적”처럼 보였어.

그 뒤로는 디스크 넣는 걸 거의 포기했어. 대신 케이블만 연결해 두고 전원만 눌렀다가, 바로 끄는 식으로 테스트를 했거든. 신기하게도 그럴수록 로딩이 덜 심하게 보였어. 그러다 어느 날, 아예 디스크를 안 넣은 상태에서 화면이 잠깐 켜지더니, 검은 배경에 하얀색으로 한 줄이 떴어. 내용이 또렷하진 않았는데, 분명히 내 이름이 아니어도 “내가 지금 여기 있다”는 식의 문장처럼 읽혔어. 그래서 손이 굳었고, 그 다음 초에 로딩 원이 갑자기 크게 한 번 돌아갔어. 그리고 바로 화면이 꺼졌지.

그날 이후로 나는 그 플레이어를 더 이상 쓰지 않았어. 중고로 산 물건이라 반품 생각도 했는데, 이상하게도 사진으로 찍어 판매자에게 보내면 그 로딩 표시가 화면에서 제대로 안 보이더라. 직접 눈으로 봐야만 확실히 확인되는 느낌이었고, 결국 나는 물건을 그냥 창고에 넣어 뒀어. 가끔 새벽에 창고 쪽에서 아주 미세한 전원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을 때가 있어.
지금도 문득, 디스크를 넣지 않았는데도 먼저 로딩이 돈 이유가 뭔지 떠올라서, 괜히 전원 버튼만 쥐었다 놓는 손끝이 서늘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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