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문틈 사이로 누가 ‘쉿’ 하고 손가락을 댄 듯했어
원룸에서 자꾸 이상한 게 느껴지기 시작한 건, 어느 날 밤부터였어. 딱 잠들기 직전인데도 방문 쪽에서 바람처럼 미세한 감촉이 느껴지더라. 그리고 그 바람 사이로… 문틈 사이에서 누가 ‘쉿’ 하고 손가락을 문지르는 것처럼, 어딘가를 톡 건드린 소리가 들렸어. 처음엔 꿈이 섞인 줄 알았는데, 소리의 결이 너무 선명했어. 마치 문 밖에서 누가 정말로 조용히 해달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그날은 늦게까지 컴퓨터 하다가 전원 끄고 누웠거든. 원룸이라 방문이 벽에 바짝 붙어 있고, 문 아래 틈이랑 문 옆 틈이 조금씩 벌어져 있어. 평소에도 냉난방 켜면 바람이 들어오니까 별생각 없었는데, ‘쉿’ 하는 소리는 바람이 아니라 손끝 같은 감각이 섞여 있었어. 특히 문틈 사이로 누가 손가락을 대는 듯한 느낌이 올라왔는데, 그게 상상만으로는 절대 안 나오는 촉감이었거든.
나는 본능적으로 멈칫하고, 바로 귀를 문 쪽으로 가져갔어. 그러면 보통은 복도 소리나 누가 지나가는 발소리가 섞여서 들려야 하는데, 그때는 복도랑 상관없이 문 바로 옆에서만 소리가 이어졌어. ‘쉿’ 하고 한 번, 그리고 아주 짧게 다시 ‘톡’ 하는 느낌. 그다음엔 아무 소리도 안 났어. 마치 내가 듣는지 확인하고, 들으면 그만두는 사람처럼.
다음 날 아침엔 장난인 척해봤어. 혹시 위층에서 누가 문을 두드리거나, 관리실에서 방문 확인하는 걸 잘못 들은 거 아닐까 싶어서. 근데 이상하게도 집에 들어오고 나서도 방문을 한 번씩 꼭 확인하게 되더라. 문틈을 손가락으로 만져보면, 바람이 스치는 정도는 맞는데 그날처럼 ‘누가 손을 대는 느낌’은 없었거든. 그런데 이상한 건, 문틈을 바라보면 유난히 어둠이 깊어 보였다는 거야. 내 방 조명이 문틈으로 비치면 보통은 먼지나 그림자라도 떠야 하는데, 그건 그냥 막혀 있는 구멍처럼 보였어.
그 후로 며칠 동안은 그냥 피곤해서 넘어간 것 같아. 그런데 밤이 되면 같은 타이밍이 반복됐어. 내가 잠들기 직전, 그러니까 의식이 흐려지는 그 순간에 꼭 문틈 사이에서 ‘쉿’ 하는 소리가 났어. 소리가 나올 때마다 나는 숨을 멈추고, 대답도 안 하고, 움직이지도 못했어. 이상하게도 문을 열고 확인하려고 생각하면 손이 굳어버리는 느낌이 들었거든. 괜히 그 사람을 자극하면 안 될 것 같은,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
어느 밤엔 결국 참지 못하고 조용히 방문을 잡고 빼꼼 열어봤어. 문을 여는 순간, 복도 쪽 공기가 확 들어오면서 차갑게 얼굴을 스쳤지. 근데 복도는 텅 비어 있었어. 복도 끝까지 불빛은 있었지만 사람이 서 있을 만한 위치가 아니었고, 누구 발소리도 없었어. 그런데 문틈으로 들어오던 그 ‘손끝 감각’은 더 선명해졌어. 마치 문을 열어도 이미 그 사람의 위치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처럼.
나는 문을 닫고 다시 침대에 누웠는데, 그때부터는 이상한 생각이 꼬리를 물었어. ‘그 소리는 문 밖에서 나는 게 아니라, 문 안쪽에서 옮겨 오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등골이 서늘해졌어. 원룸은 벽이 얇고 배관이나 환기 쪽 소리가 섞여 들리니까, 소리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착각할 수는 있어. 하지만 ‘쉿’ 하고 손가락을 대는 듯한 질감은, 오디오로 설명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어. 그건 소리라기보다 신호처럼 느껴졌거든. “너 자는 거 알아.” 같은.
그래도 결국 나는 관리실에 한 번 말해보려고 마음먹었어. 이상한 소리 난다고 하면 웃기겠지 싶었는데, 실제로는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정리 안 됐어. 문틈 사이에서 누가 손가락을 댄 듯하다고 말하면 누가 믿어주겠어? 그래서 그냥 “벽 쪽에서 자꾸 경미한 소리가 난다” 정도로만 얘기하려 했는데, 그날 밤부터는 소리가 아예 멈췄어. 며칠간 조용하니까 또 “이제 끝났나 보다” 싶더라. 사람은 조용해지면 마음이 풀리잖아.
근데 진짜 무서운 건, 조용해진 날들 뒤에 왔어. 평소보다 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문 쪽을 한 번 확인하려고 일어났거든. 그때 문틈이… 미세하게 더 벌어져 있었어. 내가 손으로 만지지도 않았는데, 그냥 내 눈에 보이는 만큼 틈이 조금씩 커져 있었던 거야. 그리고 그 틈 사이로, 아주 얇은 무언가가 스치는 듯한 감각이 다시 올라왔어. 이번엔 ‘쉿’이 아니었어. 소리 없이 손가락 끝이 문지르는 것 같은 압력만 남기고 사라졌지. 마치 내가 너무 오래 깨어 있어서, 그 사람도 기다리다 “이제 괜찮다”라고 신호를 끊은 것처럼.
그날 이후로 나는 문틈을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어. 조용히 확인하려고 빛을 대고, 바람이 들어오는지 확인하고, 가끔은 테이프로 틈을 막아버리기도 했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테이프를 붙인 날에는 오히려 더 이상한 꿈을 꿨어. 누가 문 밖에서가 아니라, 내 방 안쪽 어딘가에서 ‘쉿’ 하고 있는 꿈. 깨고 나면 마음이 멀쩡해 보이는데도, 이상하게도 귀가 먼저 긴장해 있더라. 원룸은 작아서 어디든 소리가 다 통할 줄 알았는데, 그날부터는 생각이 바뀌었어. 문틈은 소리가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누군가가 “조용히” 하라고 말을 거는 길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