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지하통로에서 누군가 내 발걸음을 맞춰 걸어오더라
회사 지하통로에서 누군가 내 발걸음을 맞춰 걸어오더라. 그날도 늘 하던 대로 야근 정리하고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지하 연결통로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문제는 “발소리”였어. 내 뒤에서 똑같은 리듬으로, 딱 같은 박자로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거든. 처음엔 누가 나랑 같은 타이밍에 출발했나 싶어서 넘겼는데, 이상하게도 거리가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어.
지하통로는 직원들만 쓰는 구간이라 밤이 되면 더 조용해져. 형광등이 천장에 일정하게 깔려 있고, 바닥은 대리석이라 신발 소리가 잘 퍼져. 그래서 누가 뒤에서 오면 발걸음이 더 또렷하게 들리는데, 그날은 “또렷한” 수준이 아니라 완전 “동기화”처럼 들렸어. 내가 왼발을 디딜 때마다 그쪽도 같은 순간에 왼발을 디딘 소리가 났고, 걸음이 느려지면 따라오는 쪽도 같이 느려졌어.
나는 습관처럼 휴대폰을 꺼내 잠깐 화면을 봤다가, 곧바로 주위를 확인했어. 고개를 돌렸을 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뒤에서 나는 소리는 그대로였어. 그게 더 소름이더라. 사람 그림자라도 보이면 놀라서 뛸 텐데, 통로는 길고 끝은 커튼처럼 어두웠고, 내 뒤는 그냥 비어 있었거든. 그런데 발소리는 계속 맞춰서 들려오고 있었어.
괜히 겁먹기 싫어서 나는 일부러 걸음을 크게 내딛었어. 발을 쾅쾅 디디는 식으로 일부러 리듬을 바꿔본 거지. 근데 뒤의 발소리는 그 리듬을 “바로 따라잡는” 것처럼 변하더라. 내가 두 걸음 만에 멈추면, 뒤도 두 걸음 만에 멈췄고. 마치 누가 내 속도를 계산해서 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졌어.
통로 중간에 작은 환기구 철망이 하나 있고, 그쪽 옆 벽에 소형 방범거울이 붙어 있어. 나는 그걸 보면서 “저기 사람 있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려 했는데, 거울에는 나 외에는 아무도 없었어. 거울은 넓지 않아서 완전히 뒤를 다 볼 수는 없지만, 최소한 통로 중앙쯤은 비치거든. 근데 텅 비어 있었지. 그럼에도 뒤의 발소리는 여전히 내 뒤에서 시작해 내 귓가만큼 가까이 들렸어.
그때부터 머리가 하얘졌어. ‘누가 장난치나?’도 잠깐 생각했는데, 이 통로는 출입카드 없이는 들어오기 어려워. 우리 회사도 야근 시간엔 다들 엘리베이터로 빠져나가고, 지하통로는 실무 동선이라 동그랗게 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더군다나 저런 구간에선 누가 내 뒤에서 걸어오는 걸 들키지 않기 어렵거든. 그런데도 발소리는 정확히 내 뒤에서 이어졌어.
나는 방법을 바꿨어. 소리가 맞춰지는 걸 깨기 위해 뛰기 직전까지는 최대한 천천히 걷다가, 갑자기 갑툭 뛰어버렸지. 가슴이 철렁해서 심장 박동이 발소리보다 더 크게 들릴 정도였어. 그런데 뛰는 순간, 뒤의 발소리는 “멈추지” 않았어. 대신 한 박자 늦게 따라오더라. 그러니까 내 뛰는 리듬을 따라잡기 위해 늦춰서 맞추는 느낌. 내가 변하면, 그쪽도 맞추는 게 아니라 ‘조정’하고 있는 것 같았어.
나는 곧장 경비실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 통로 끝에서 꺾이면 회의실과 연결되는 작은 문이 있는데, 그 문 앞엔 항상 비상벨 버튼이 있고 CCTV도 걸려 있어. 나는 그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손잡이에 힘이 안 들어가더라. 왜냐하면, 문 바로 바깥에서 발소리가 “내가 문을 잡는 속도”에 맞춰서 멈췄거든. 내가 손잡이를 돌리려는 순간에 딱 멈추는 거야. 그 다음엔 소리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듯 움직였어. 발소리가 멀어지는 게 아니라, 위치가 바뀌는 느낌이었어.
그날 이후로도 회사는 정상적으로 출근했는데, 신기하게도 그 통로를 지나갈 때마다 같은 패턴이 머리에 남아 있었어. 나는 일부러 뒤를 안 보려고 했고, 걸음도 들리지 않게 바꾸려고 했어. 그런데도 가끔은, 전혀 사람 없는 구간에서 내 뒤에 ‘딱’ 맞춘 박자가 스치듯 들릴 때가 있어. 어떤 날은 정말로 착각일 수 있다고 생각하려고 했고, 어떤 날은 확신이 생기기도 했어. 그 통로는 늘 조용하니까, 소리 하나만으로도 감각이 과민해지거든.
결국 나는 그날 이후로 지하통로를 혼자 걷지 않게 됐어. 누가 같이 가자고 한 번만 해주면 괜찮은데, 늘 분위기가 애매해서 혼자 걷는 날이 생기더라. 그래도 그 통로는 오늘도 내 머릿속에서 소리를 남겨. 내 발걸음을 맞춰 걷는 누군가가, 내 속도가 멈추는 순간에만 조용해진다는 그 느낌. 그래서 어떤 날엔 엘리베이터 앞에서 버튼을 누르는데도, 손가락이 떨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