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CCTV가 사라진 시간대에만 내 전화벨이 울려
지하주차장 CCTV가 사라진 시간대에만 내 전화벨이 울려. 처음엔 그냥 장난전화인 줄 알았는데, 그게 너무 반복돼서 결국 경비실까지 가게 됐어. 오늘도 11시 17분이 되자마자 진동이 책상 밑에서 울리더라. 이상한 건, 그 시간대에만 주차장 쪽 화면이 통째로 끊긴다는 거야.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내가 직접 확인하기 전까진 몰랐어.
사건은 한 달 전부터 시작됐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빼려다 보니 출입구 근처 전광판이 잠깐 꺼져 있었고, 동시에 내 휴대폰만 유독 크게 울렸어. “여보세요” 하고 받기도 전에 끊기는 통화음, 그리고 다음 벨은 정확히 2분 뒤. 번호는 매번 달랐는데, 통화 연결은 항상 같은 방식으로 끊어졌지. 내가 먼저 연락을 시도해도 상대는 존재하지 않는 번호로 나왔고.
그래서 나는 단순히 스팸이려니 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밤엔 지하주차장 CCTV가 사라졌다는 공지 메모를 관리사무소에서 봤거든. 평소엔 24시간 녹화가 된다고 들었는데, 그날은 “전산 점검”이라고 적혀 있었고 점검 시간이 내 전화벨이 울린 시간하고 딱 맞아떨어졌어. 나는 그 순간부터 자꾸만 시선을 주차장으로 돌리게 됐어. 차를 타고 나갈 때마다, 어딘가의 화면이 꺼져 있는 느낌 같은 게 들더라.
문제는 다음 날도 똑같이 반복된다는 거였어. CCTV 공지 시간 11시 15분~11시 25분 사이에만 내 전화가 울렸어. 정확히 그 구간에서만 진동이 시작돼서, 11시 25분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졌지. 나는 그게 우연일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녹화된 내 통화기록을 다시 봤는데, 같은 패턴이 여러 번 반복됐더라. “모르는 번호 발신”으로 뜨는 건 같았고, 통화 길이는 늘 짧았고, 끊기는 타이밍도 늘 비슷했어.
그래서 결국 경비실에 물어봤어. 나는 최대한 태연한 척했지만, 목소리가 조금 떨리더라. “11시쯤 CCTV가 잠깐 멈추는 시간 있나요?”라고 묻자 경비 아저씨가 잠깐 멈칫하더니, 원래는 잘 안 바뀌는 시스템인데 가끔 전송이 끊긴다고 하더라. 그때 아저씨가 말한 게 좀 걸려. “전송이 끊기는 시간대에만 이상한 민원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그런데 CCTV가 없으니 확인할 방법이 없지.” 그러고는 내 표정을 보자마자 말을 더 흐렸어.
나는 그날 집에 와서, 내 방에서 지하주차장 쪽을 바라보는 창문이 있는지 확인했어. 작은 환기창 너머로 주차장 입구가 보이진 않지만, 건물 전체 전등이 켜졌다 꺼지는 패턴은 보이거든. 그리고 정말 이상하게도 11시 17분에만 지하 쪽 조명이 미세하게 한번 깜빡였어. 순간적으로 “전산 점검이어서 그런가” 싶다가도, 그 깜빡임이 전화 진동이 시작되는 순간이랑 겹치더라. 전화 벨이 울리기 전에 먼저 빛이 반응하는 느낌이 들었어. 마치 누군가가 내 쪽에서 신호를 받고, 동시에 주차장 쪽 시스템도 따라 꺼지는 것처럼.
며칠 뒤엔 내가 먼저 시도해 보기로 했어. 11시 16분에 맞춰서 휴대폰을 손에 쥐고, 전화가 울리면 바로 스피커로 받아볼 생각이었거든. 그런데 막상 벨이 오기 시작하면, 신호음만 있고 음성은 없었어. 통화 연결이 되면 상대가 아무 말도 안 하고, 10초쯤 지나면 그냥 끊겨. 더 소름은, 통화 끊기고 나서 바로 그 시간대 공지에 적혀 있는 “점검 종료” 시각과 정확히 맞물려서 CCTV가 다시 켜진다는 거야. 나는 관리사무소 앱에서 녹화 상태 같은 걸 볼 수 있길래 확인했는데, 공지에 적힌 그 10분이 지나면 항상 복구됐어.
그래서 마지막으로, 나는 경비 아저씨한테 “혹시 그 시간대에만 누가 접근하는지”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어. 아저씨는 솔직히 난감해했지만, 결국 기록을 한번 찾아보겠다고 했지. 다음 날 아침에 들은 말은 더 단순했어. “그 시간대에 출입 로그가 비정상으로 비어 있는 층이 있어. 지하 쪽이랑 맞물려 있대.” 정확히 말하면, 출입이 없는 게 아니라 출입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표현이었어. 마치 누군가가 들어가고 나간 게 아니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이후로 나는 11시 15분이 가까워지면 일부러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꿔. 그래도 어김없이 진동은 느껴져. 대신 소리만 꺼둘 뿐이지, 화면에 ‘부재중 전화’가 쌓이는 건 막을 수가 없더라. 오늘도 11시 17분, 무음인데도 주머니 안에서 미세하게 떨리면서 “딱 한 번”만 울렸어. 그리고 11시 25분이 되는 순간, 내 화면은 바로 이전 통화기록으로 되돌아가 있었어. 통화한 적 없는 것처럼, 알림이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로.
나는 지금도 그 시간이 되면 생각이 나. 전화벨이 먼저인지, CCTV가 먼저인지. 둘 중 하나는 항상 ‘기억을 지우고’ 다른 하나는 ‘나만 남기는’ 것 같았거든. 그리고 그게 단순한 시스템 오류였다면,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내 패턴을 따라올 수가 없잖아. 그래서 난 아직도 확신은 못 해. 다만 그 10분만큼은, 내 번호가 아니라 내 생활 전체가 누군가의 화면 안에 들어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도 조용히 휴대폰을 확인하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