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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부엌 바닥에 물이 고인 모양이 사람 발 모양이었다

2026-09-17 00:29:13 조회 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에서 부엌 바닥에 물이 고인 모양이 사람 발 모양이었다. 그날은 비가 그치고 난 뒤였는데, 집 안으로 들어오는 흙냄새는 아직 남아 있었고 부엌 쪽에는 유난히 습한 기운이 깔려 있었어. 나는 괜히 신경 쓰여서 부엌으로 들어가자마자, 타일 틈 사이로 고여 있던 물이 딱 발자국처럼 퍼져 있는 걸 봤다.

처음엔 그냥 누가 물을 쏟았나 싶었어. 하지만 그 모양이 너무 선명했어. 앞발 발가락 쪽이 약간 벌어져 있고, 엄지 쪽이 도드라져 있는 형태랄까. 크기도 누가 서 있었을 때 자연스럽게 남길 법한 비율이었고, 물이 고인 테두리가 마치 젖은 자국을 그대로 찍어둔 것처럼 또렷했다. ‘누가 들어왔다 갔나?’ 싶은데 마당엔 아무도 없었고, 현관문도 잠겨 있었거든.

나는 괜히 웃으면서 “뭐지, 장난인가” 하고 걸레로 몇 번 닦아봤어. 물은 금방 퍼지긴 했는데, 닦고 나서도 이상한 느낌이 남았어. 자국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걸레로 문지르는 방향이 바뀔 때마다 물 얼룩이 다시 모이는 것처럼 보였거든. 마치 바닥 아래 어딘가에서 아주 천천히 물이 올라오는 것 같았어. 그때는 몰랐는데, 물의 냄새가 주방 세제 냄새랑 달랐어. 곰팡이 냄새에 가깝고, 오래 젖어 있던 천 같은 냄새랄까.

그 집은 원래 수도가 좀 낡아서, 부엌에서 싱크대 밑으로 물이 새는 날이 가끔 있었어. 그래서 나는 “또 배관이 새나 보다” 하고 싱크대 아래를 봤는데, 눈에 띄게 새는 흔적은 없었어. 그런데도 바닥은 계속 축축했어. 특히 자국이 생긴 자리 주변으로만 물기가 남아 있었고, 다른 타일은 멀쩡했지. 내가 보기엔 그 물이 그냥 누수로 생기는 게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든 ‘발’이 디뎠던 자리에만 모이는 느낌이었어.

저녁이 되자 더 신경이 쓰였어. 부엌 문을 닫고 거실로 나가 있는데도, 자꾸 부엌 쪽에서 뭔가가 ‘살짝’ 닿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거든. 사실 소리라고 해봤자 아주 미세한 마찰음이었고, 바람이 문틈을 때릴 때 나는 소리랑 비슷했을지도 몰라. 그런데 그 소리가 반복되는 타이밍이 이상했어. 자국이 있던 바닥 바로 앞에서 나는 것처럼, 딱딱하지 않고 걸음이 한 번 옮겨지는 간격으로 들렸거든.

나는 참다 못해 다시 부엌으로 갔어. 이번엔 물이 더 늘어 있었어. 발 모양이 처음보다 조금 더 길어져 있었고, 뒤꿈치 쪽이 더 진하게 젖어 있었어. 누군가 한 발만 더 디뎠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한 번에 찍힌 게 아니라 천천히 나타난 것 같았어. 다행히 누가 서 있는 건 아니었고,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어. 그런데 그 ‘발’은 거실 바닥으로 이어지지 않았어. 꼭 부엌 한가운데에만, 마치 경계처럼 남아 있었지.

그날 밤 나는 잠을 거의 못 잤어. 자꾸 바닥을 의식하게 되더라. 혹시라도 다시 물이 생기면, 그 모양이 또렷해질까 싶어서. 그런데 새벽 즈음에는 더 소름 돋는 일이 있었어. 부엌 바닥의 물자국이 그대로 있는데, 그 위에 아주 얇은 막 같은 게 생긴 거야. 젖어 있는 게 아니라, 마치 누군가 맨발로 다녀간 뒤 얇게 남은 물기처럼 반짝이는 막. 나는 손가락으로 살짝 문질렀는데, 막이 부서지면서 물이 아니라 먼지 같은 게 같이 일어났어. 이상하게도 그 먼지가 바닥에서 바로 올라온 게 아니라,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느낌이었어.

이상하다고 느낀 건 그 다음이야. 아침에 일어나 보니, 부엌 쪽 신발장이 닫혀 있던 게 반쯤 열려 있었어. 내가 어젯밤에 분명히 끝까지 닫았거든. 열어보면 신발은 그대로 있었고, 새로 놓인 건 없었는데도, 반쯤 열린 틈으로 바람이 잠깐 들어오면서 부엌 바닥 냄새가 확 올라왔어. 그리고 그제야 생각이 났어. 발 모양이 남았던 자리가, 예전에 할머니가 자주 청소하던 자리였거든. 할머니는 항상 그 부분만 “여기 물 새면 안 돼”라고 말하면서 닦아냈어. 나는 그 말을 그냥 낡은 습관처럼 들었는데, 그때는 그냥 이유가 있었던 걸지도 몰라.

결국 나는 그 집에 더는 오래 있지 못했어. 며칠 뒤 수도 공사하는 사람 불러서 싱크대 배관이랑 바닥 아래를 봤는데, 특별히 큰 누수는 없대. 대신 타일 아래에 아주 얇은 빈 공간이 있고, 거기서 습기가 새어 올라오는 구조가 있었던 걸로 들었어. 말은 그럴듯했는데, 솔직히 지금도 납득이 안 돼. 누수가 있으면 보통은 넓게 젖어야 하지, 하필이면 사람이 밟은 발 모양처럼 딱 찍히는 게 말이 되냐고. 지금도 가끔 꿈에서 그 부엌 바닥을 보게 되는데, 닦아도 닦아도 어떤 시간만 되면 다시 모여드는 것 같아. 그 발이 남기려던 건 물이 아니라, ‘내가 여기 있었다’는 표시였던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부엌 문틈으로 스치는 바람소리만 들어도 등골이 서늘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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