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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새벽에 창가 쪽이 희미하게 밝아졌다 꺼졌다

2026-09-17 12:29:11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새벽에 잠깼다가, 원룸 창가 쪽이 희미하게 밝아졌다 꺼졌다. 처음엔 가로등이 번지는 건가 싶어서 다시 눈을 감았는데, 그 빛이 깜빡깜빡이 아니라 “한 번 켜졌다가 한 번 꺼지는” 식이었어. 문제는 그 타이밍이 너무 일정했다는 거야. 10초쯤 밝고, 바로 10초쯤 어두워지고, 그걸 내가 잠에서 완전히 깨어 있을 때도 계속 반복하더라.

방은 5평도 안 됐고, 창가로는 커튼이 반쯤 쳐져 있어서 밖이 정확히 보이진 않았어. 그런데 그 희미한 밝음은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느낌이 아니라, 커튼 자체가 아주 얇게 빛을 받는 것처럼 퍼졌어. “누가 라이트 비추나?” 싶은데, 창문 바깥을 보면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빛의 크기가 매번 똑같았어. 내 방 안 벽에 비치는 모양도 매번 그대로였고.

처음엔 휴대폰 화면이 잠깐 켜진 건가, 혹은 내 눈이 피로해서 착각하는 건가 했지. 그래서 아예 폰을 들고 시간을 재봤어. 밝아지는 순간마다 폰 시계의 초침이 딱딱 맞아떨어지진 않았지만, 어렴풋하게 “주기”는 계속 유지되더라. 그 주기가 내가 시계를 보는 동안에도 유지된다는 게 이상했어. 내가 움직이거나 눈을 깜빡이거나 자세를 바꾸어도, 빛은 자기 페이스대로 왔거든.

그래서 문득, 옆집이 아니라 옥상 쪽에서 무슨 장비를 쓰는 건가 싶어서 창문을 아주 조금 열어봤어. 추운 공기가 바로 들어오는데, 동시에 이상하게도 냄새는 없었어. 누가 연기 피우거나 기름 냄새 같은 건 전혀 안 났고, 바람 소리도 평소랑 비슷했어. 그런데 창문 틈으로 밖을 보는 순간, 빛이 꺼져 있었는데도 내 시야에 잔상이 남아 있는 느낌이었어.

그 다음부터는 더 이상 확인하려고 하지 말아야 했는데, 자꾸 머리가 따라가더라. 밝아지는 타이밍에 맞춰 커튼을 손끝으로 살짝 걷었는데, 그때마다 커튼 뒤가 아니라 창문 유리에 얇은 막이 씌워진 것처럼 보였어. 유리 표면이 반짝이는 각도가 바뀌는 게 아니라, 그냥 “조금 더 밝아진 층”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느낌. 바깥이 아니라, 내 쪽 유리에서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았어.

그날 새벽에 나는 이상하게도 소리를 못 들었어. 빛은 있는데, 차 소리도 없고, 발소리도 없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 같은 것도 없었어. 대신 방 안에서는 아주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어. 전기장판 같은 걸 켜지 않았는데도, 창가 쪽이 아주 살짝 떨리는 느낌. 그래서 전등을 껐다 켰다 해봤는데, 그 빛의 패턴은 변하지 않았어. 방 안 조명이 바뀌어도 창가 쪽 희미한 밝음은 자기 리듬으로 계속 갔거든.

한 번은 진짜로 소름 돋아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창문을 완전히 열었어. 그런데 바깥은 조용했고, 하늘도 그냥 어두웠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그럼에도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의 “켜짐과 꺼짐”은 계속 이어졌어. 그 빛이 바깥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 방 안 창가 유리 어딘가에서 깜빡이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게 너무 말이 안 돼서 결국 다시 문을 닫았지.

시간이 한참 지나도 반복되니까, 그때부터는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책하게 되더라. 전날 잠깐 켜뒀던 전자기기, 누전, 스위치 문제 같은 걸 떠올리며 멀티탭을 확인했는데 멀쩡했어. 전기요금이 튄다거나, 냉장고가 이상하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거든. 대신 내가 창가 쪽을 피해서 반대편 벽을 보고 누우면, 빛이 조금 약해지는 것 같았어. 내가 그쪽을 의식하는 순간 더 또렷해지는 느낌. 그게 제일 불길했어.

새벽 끝자락에 창가 쪽 빛이 마지막으로 길게 유지됐다가, 갑자기 “확” 꺼졌어. 그리고 그 순간, 방 안이 아주 조용해졌는데 이상하게도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었어. 나는 그때서야 숨을 늦게 쉬고 있었다는 걸 알았거든. 다음 날 아침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범했고, 커튼도 그대로였고 창문도 정상처럼 보였어. 근데 이상하게도 그 뒤로 창문을 닦을 때마다, 유리 표면에 미세한 선 같은 게 보였고, 손으로 문지르면 금방 사라지는 대신 또 다른 자국이 생겼어.

지금도 가끔 새벽에 깼을 때, 창가 쪽이 희미하게 밝아졌다 꺼졌다 하는 꿈 같은 느낌이 들어. 실제로는 확인해보지 않으려고 해. 확인하는 순간부터 패턴이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아서, 나는 그냥 커튼을 더 깊게 내리고 잠드는 편이야. 그 빛이 누군가의 신호인지, 아니면 그냥 “있는 것”이 우리를 보는 방식인지 아직도 모르겠는데, 그래도 분명한 건… 내가 창을 바라볼 때마다, 그 리듬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는 느낌이 든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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