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 초반인데 굳이 먼저 안 보내는 사람이 있어
썸 초반에 제일 헷갈리는 게 “관심은 있는 것 같은데, 왜 굳이 먼저는 안 하지?” 이런 상황인 것 같아. 나도 얼마 전까지는 그냥 내가 먼저 보내면 알아서 이어지겠지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패턴이 보이더라. 딱 그 사람은 답장은 빨랐는데, 시작이 항상 내 쪽이었어.
처음엔 괜찮았어. 소개팅 앱에서 연락하다가 만나게 됐고, 첫 만남도 분위기 괜찮았거든. 헤어질 때도 “다음에 또 보자” 이런 말은 자연스럽게 했고, 카페 나오는 길에 같이 찍은 사진도 나중에 보내주더라. 그래서 나는 ‘아, 이 사람 나한테 마음은 있는 건가?’ 싶었지.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
카톡이 시작되면 답장은 늘 깔끔했어. 내가 “어제 집 잘 들어갔어?” 물으면 “응, 잘 들어갔어. 너는?” 이렇게 톡톡 이어졌거든. 근데 중요한 건, 그 톡을 누가 먼저 시작하냐는 거였어. 나는 아침에 가볍게 “오늘 날씨 좀 풀리더라” 이런 걸 보내면, 상대도 맞장구는 잘 쳐. 그런데 상대가 먼저 “좋은 아침” “오늘 뭐 해?” 이런 식으로 나를 콕 집어서 열어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어. 거의 매번 내가 시동을 걸어야 대화가 굴러갔어.
처음엔 그냥 성향이라고 넘겼지. 어떤 사람은 연락을 잘 안 하는 편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나도 일부러 먼저 보냈을 때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게 ‘짧게, 가볍게’ 맞췄어. 예를 들면 저녁에 약속 끝나고 “오늘 피곤하다. 내일은 쉬어야지” 이런 말 하면, 상대가 “나도 오늘 좀 길었어. 대신 너 쉬는 거 좋아” 이런 식으로 훈훈하게 받아주더라. 근데 그 다음 날, 상대는 아무 말 없이 지나가. 나는 그게 미묘하게 거슬리기 시작했어.
그래서 한 번은 일부러 시험(?) 비슷하게 해봤어. 내가 먼저 보내지 않고 하루를 버텼지. 저녁 즈음에야 내가 “오늘 하루 어땠어?” 하고 가볍게 던졌는데, 상대는 그때야 “바빴지. 너는?” 하면서 다시 대화가 붙었어. 대화 내용은 괜찮았는데, 내가 며칠 연속으로 먼저 톡을 보내는 동안 상대가 먼저 연락한 빈도가 점점 더 줄어드는 게 보여. 그때부터는 그냥 답장 잘하는 사람이지, ‘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사람은 아닌가 싶더라.
그래도 내가 너무 단정하진 못했어. 썸이라는 게 타이밍도 중요하잖아. 그래서 이번에는 직접적이진 않게, 분위기만 살짝 바꿔서 물어봤어. “너는 연락 스타일이 원래 이런 편이야? 난 가끔은 먼저 오는 것도 좋더라”라고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거든. 그랬더니 상대가 “나는 뭐… 괜히 먼저 보내면 부담 줄까 봐” 이런 식으로 대답하더라. 말은 그럴듯했어. 그래서 나는 ‘아, 나를 배려하느라 그런 거구나’ 하고 다시 마음을 조금 내려놨어.
근데 배려라는 말이 오래 가면 결국 습관이 되더라. 그 이후로도 데이트 잡는 건 내가 먼저 했고, 약속 시간 조율도 내가 확인을 계속 했어. 예를 들면 “이번 주에 너 시간 돼?”라고 내가 던지면, 상대는 “토요일 괜찮아. 몇 시가 좋아?” 이런 식으로 바로 맞추는데, 그 전 단계에서 상대가 먼저 “우리 이번 주에 보자”를 제안하진 않았어. 카톡에서도 비슷해. 내가 ‘이번 주에 뭐 해?’를 물어봐야 답이 길어지고, 상대가 먼저 던지면 주제가 가볍고 짧게 끝나는 느낌?
그러다 어느 날은 좀 서운한 일이 있었어. 저녁에 내가 “오늘 날씨 진짜 좋다. 산책할까?” 하고 보냈더니, 상대가 “좋겠다. 근데 나 오늘 약속 있어서”라고 답했지. 여기까지는 자연스러워. 근데 그 다음이 문제였어. “너는 혼자 산책해?” 같은 후속 질문이나 “내일은 가능해?” 같은 연결이 없었어. 나는 그때 ‘아, 이 사람은 내가 던진 공에만 성실히 받는 타입이구나’라는 느낌을 확 받았어. 물론 그게 틀린 건 아닐 수도 있는데, 썸에서는 그 차이가 은근히 크게 느껴져.
그래서 나는 마음 정리도 같이 했어. 바로 고백 같은 걸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속도를 조절했지. 이제는 내가 매일 먼저 톡을 보내지 않았어. 대신 상대가 톡을 먼저 하면 그때는 충분히 받아주고, 내가 보낸다고 해도 ‘확인용’ 같은 가벼운 수준으로만. 그런데 이상하게도, 상대는 내가 속도를 줄이니까 연락이 더 늦어지더라. 물론 일상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패턴은 더 선명해졌어. 내가 활주로를 깔아줘야 비행기가 뜨는 느낌. 그제야 내가 그동안 혼자 열심히 달렸던 거 같더라.
이런 사람을 어떻게 봐야 할지 아직도 애매해. 단지 연락을 잘 못하는 건지, 아니면 관심이 있어도 ‘관계를 끌고 가는’ 쪽은 아닌 건지. 다만 확실한 건, 썸 초반부터 먼저 안 보내는 사람이 꼭 나쁜 건 아닌데, 내가 계속 먼저 보내야 편해지는 구조는 오래가면 결국 피곤해진다는 거야. 나는 잠깐 마음이 식었다가, 또 생각해보면 상대도 나름대로 조심스러워서 그랬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고… 그러다 결국 다시 질문을 하게 되더라.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해서 조심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내 반응을 보는 걸까?”
이번 주에 또 만나기로는 했어. 상대가 먼저 제안하진 않았지만, 날짜는 맞춰졌고 분위기도 괜찮을 것 같아. 다만 이번 만남 때는 내가 먼저 던지는 질문을 줄이고, 상대가 스스로 어디까지 다가오는지 보고 싶어. 그리고 혹시 정말로 ‘배려’ 때문이었다면, 다음 단계에서 최소한의 주도권은 보여주겠지. 그 짧은 신호 하나로 썸이 계속될지, 아니면 그냥 내 마음이 멈춰야 할지… 그 경계선에서 오늘도 카톡 화면만 바라보게 되더라. 답장보다 먼저 오는 한 줄이, 생각보다 오래 사람을 흔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