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계산이 끝났는데도 진열등만 계속 켜져 있어
편의점에서 카드로 계산을 끝냈는데도, 이상하게 진열등만 계속 켜져 있더라. 계산대는 “승인 완료” 같은 소리도 났고 영수증도 손에 들어왔는데, 냉장고 위에 달린 긴 형광등이 계속 밝게 빛나서 손님 나갈 때까지도 그대로였다. 그날은 그냥 전구가 고장 났나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집에 가서도 이상하게 찝찝함이 가시질 않았다.
그 편의점은 골목 안쪽에 있어서 늦은 시간엔 손님이 끊기면 불을 최소로 줄이는 편이었어. 내가 갔던 시간도 새벽 두 시쯤이었고, 점원도 한 명만 있었는데, 내가 결제하자 그 사람이 “감사합니다” 하고는 다시 뒤쪽으로 몸을 돌렸거든. 그런데 그 순간, 진열대 쪽은 멀쩡히 다 꺼져 있어야 할 시간이었는데도 조명이 계속 켜져 있었어. 특히 과자 코너 위쪽만 유난히 밝아서, 그 부분만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켜둔 것처럼 보였지.
내가 돌아보며 한 번 더 확인하려고 했을 때, 진열대 끝에 있는 작은 거울 같은 장식이 눈에 들어왔어. 정면으로는 안 보이는데, 옆으로 비스듬히 보면 비치는 각도잖아. 그때 나는 내 모습이 비친 걸 봤는데, 이상하게도 내 뒤에 누군가가 더 있는 것 같았어. 정확히 사람의 실루엣이 보인 건 아닌데, 그림자가 한 겹 더 끼어 있는 느낌이랄까. 순간 “착각인가” 했는데, 점원은 계속 뒤쪽에서 뭔가 정리만 하고 있었고, 조명은 절대 안 꺼졌다.
결제하고 나서도 계속 켜져 있는 건 그렇다 치는데, 진열대 쪽에서 뭔가 소리가 아주 작게 났어. 기계가 켜져 있을 때 나는 팬 돌아가는 소리? 아니면 형광등이 점점 꺼질 때 나는 지직거림 같은 거? 문제는 그런 소리가 점점 규칙적으로 이어졌다는 거야. 그래서 난 문 쪽까지 걸어가면서도 자꾸 뒤를 봤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마지막 순간에야 조명이 딱 한 번 깜빡—하고, 그 다음부터는 정상처럼 유지되더라. 근데 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조명이 꺼져야 할 것 같은데도 계속 켜진 상태였어. 내가 나간 걸 확인한 다음에야 꺼질 줄 알았거든.
밖에서 잠깐 골목을 가로질러 걸으며 폰을 켰는데, 편의점 쪽이 멀지 않아서 창문 너머로 전등이 보였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도 진열등이 꺼지지 않았어. 그때는 그냥 전력 절감 타이머가 늦게 도는가, 혹은 누군가가 들어가서 손을 대는가 생각했지.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어. 점원이 밖으로 나오는 사람을 부르거나 계산을 다시 하는 것 같은 동작은 없었고, 편의점 안쪽에서 사람 그림자가 움직인 흔적도 보이지 않았어.
집에 가서 영수증을 확인했더니, 결제는 정상으로 찍혀 있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수증 하단에 작은 글씨로 “고객님 보관용” 같은 항목이 추가로 출력돼 있더라. 내가 그걸 본 건 처음이었고, 실제로 내가 받은 건 일반 영수증처럼 보였지만, 한 줄이 더 들어가 있었거든. 그 줄의 내용은 아주 짧아서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느낌이 ‘보관’이나 ‘확인’ 같은 단어로 시작했어. 그래서 그날 바로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가 확인하고 싶었는데, 새벽이라 전화도 안 되고, 무엇보다 귀찮아서 그냥 잊어버리려고 했지.
며칠 뒤에야 생각이 다시 났어. 그 편의점 지나갈 때마다 진열등이 켜져 있는 시간이 이상하게 늘어났더라. 어떤 날은 내가 들어갈 때도 이미 밝게 켜져 있고, 어떤 날은 계산 끝난 뒤에만 조명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거든. 마치 “누군가의 움직임”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리고 한 번은 내가 편의점 문을 열자마자, 아주 짧게 ‘띵’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내가 결제 버튼 누른 것도 아니고, 점원도 손님 응대 중이 아니었어. 진열등은 그 소리와 동시에 조금 더 환해졌고, 그때부터 갑자기 매대 쪽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어.
그날 나는 결국 아무렇지 않은 척 물건을 집어 들고 계산했는데, 계산대에서 카드 승인 끝나는 순간에도 조명이 꺼지지 않았어. 그런데 이번엔 단순히 “타이머가 고장” 같은 수준이 아니었어. 진열대 중에서도 내가 집어 든 제품이 있는 줄의 조명만 유난히 밝게 보이더라. 마치 내 선택을 따라가는 것처럼. 점원은 늘 하던 말로 “감사합니다” 했고, 나는 그냥 고개 끄덕이고 나왔는데, 밖으로 나가자마자 그 밝았던 줄이 천천히 원래 밝기로 돌아오는 걸 봤거든. 너무 ‘순서’가 정확했어.
그 이후로는 생각을 다르게 하기 시작했어. 진열등이 켜져 있는 게 고장이라기보다, 누군가가 “계산이 끝났는지” 확인하는 장치처럼 보였거든. 물론 그럴 리 없겠지. 전기랑 기계가 그렇게 사람 행동을 따라가진 않잖아. 그런데도 그날의 장면들이 자꾸 겹쳐지면서, 내가 영수증에서 봤던 그 한 줄이 떠오르더라. ‘보관용’ ‘확인’ 같은 단어는 결국 누군가가 확인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뜻 같았고, 그 확인이 나였는지 아니면 내가 남겨둔 무엇이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가끔 새벽에 골목 편의점 지나가면, 진열등이 켜져 있는지 한 번씩 확인하게 돼. 그리고 대부분은 꺼져 있어야 하는데, 내가 지나가는 딱 그 순간에만 매대 쪽이 더 밝아지는 날이 있더라. 그때마다 마음이 잠깐 멎는 느낌이 들어. 정말로 기계가 그런 건지, 아니면… 계산이 끝나도 조명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 건지, 문득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져서 절대 오래 쳐다보지 않게 됐어. 다음엔 내가 먼저 계산을 끝낸 게 맞는지, 그걸 의심하는 순간부터가 시작이었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