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준 반찬 잘 먹는다고 했는데 사실은 내 취향이 아니었던 썰
명절이나 가족 행사 때마다 느끼는 게 있어요. “잘 먹는다”는 말 한마디가 사람 마음을 움직이긴 하는데, 문제는 그 말이 내 입맛과는 별개로 굳어져 버린다는 거죠. 그래서 오늘은 가족이 준 반찬을 ‘잘 먹는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사실은 내 취향이 아니었던 썰을 풀어보려 해요.
처음엔 별일 아니었어요. 어릴 때부터 우리 집은 반찬을 엄청 정성 들여 해요. 특히 엄마가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일단 냄새부터가 다르잖아요. 저는 그걸 보고 “맛있다, 잘 먹는다”를 습관처럼 말했는데, 그때는 진짜로 맛있다고 느꼈다기보다, 그냥 분위기가 좋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문제는 몇 년 뒤, 제가 혼자 살면서 본격적으로 식습관이 확 달라졌을 때 시작됐어요. 집에서는 늘 간이 딱 맞고, 밥도 뜨겁고, 반찬도 듬뿍 나오는데 그게 제 기준에선 ‘다 맛있다’가 되는 거예요. 그런데 자취 시작하고 나서야 깨달았죠. 가족이 준 반찬이 나에게는 맛이 아니라 정성이 먼저 들어왔던 거라는 걸요.
그중에서도 제일 큰 건 한 가지였어요. 엄마가 자주 해주던 반찬인데, 기본은 비슷해도 갈 때마다 맛이 미묘하게 달라요. 색도 진하고, 향도 강한 편이라 처음엔 “어, 이거 좋다” 했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원래 그런 진한 쪽은 많이 먹으면 금방 물리는 스타일이었어요. 집에서는 밥이랑 같이 먹으니까 버텨지고, 가족들이 다 같이 먹는 분위기라서 “더 먹어” 소리가 계속 들어오니까 더 먹게 되더라고요.
자취하면서 그 반찬을 한 번 더 만들어 먹어보려고 레시피를 물어봤는데, 여기서부터 제 마음이 꺾였어요. 똑같이 따라 해도 딱 제 입맛이 안 맞는 거예요. 첫 한두 젓가락은 괜찮은데, 어느 순간부터는 “아, 이게 내 취향은 아니구나”가 확 올라오더라고요. 근데 이미 가족에게는 예전에 “이거 진짜 좋아해”라고 말해둔 상태였죠. 그 말이… 너무 오래가요.
그래서 결국 저는 어떻게든 티를 덜 내려고 했어요. 가족이 보내준 반찬이 도착하면, 저는 또 “아직도 맛있네” 하는 척을 했고요. 실제로는 먹기는 먹되, 한 번 먹고 나면 다음 날 생각이 안 나요. 반찬 통에 손이 덜 가는 이유가 솔직한 입맛 때문인데, 그걸 가족에게 설명할 수는 없잖아요. “엄마, 이거 제가 생각한 맛이 아니에요”라고 하면 어떤 느낌일지 알 것 같아서요.
더 웃긴 건, 가족은 제 반응을 기준으로 다음에도 같은 스타일로 보내준다는 거예요. “너 그거 잘 먹는다더라” “그럼 더 해줄게” 이 말이 반복되니까 저는 점점 곤란해졌어요. 보내주시는 분 입장에선 당연히 좋아 보였겠죠. 그런데 저는 먹을 때마다 속으로는 “내가 지금 행복해하는 척을 하고 있구나”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반찬을 냉장고에 쌓아두는 날이 생기고, 결국 제 식단이 불편하게 바뀌어요. 먹고 싶은 건 따로 있는데, 남들 눈엔 잘 먹는 사람으로 보이니까요.
어느 날, 가족이랑 통화하다가 자연스럽게 돌려 말할 기회가 왔어요. 엄마가 “요즘도 잘 먹지?” 하고 물으시길래 저는 또 습관대로 “응, 잘 먹어”라고 했고, 그 다음에 갑자기 마음이 울컥하더라고요. 사실 잘 먹는 게 아니라, 제가 그 반찬을 싫어한다고 말할 용기가 없었던 건데, 용기가 없어도 계속 ‘잘 먹는다’는 말은 나와요. 그날 통화 끝나고 나서 반찬통을 열어보니까,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쌓여있더라고요. 이건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 아니라, 내가 지켜야 할 표정이 만들어낸 집착 같았다고 할까요.
그래서 다음번에 또 보내주실 것 같을 때는 아예 전략을 바꿨어요. “잘 먹는다”를 유지하되, ‘내가 좋아하는 방식’을 덧붙이려고 했죠. “이거 밥이랑도 좋지만, 나는 조금만 덜어서 다른 반찬이랑 섞어 먹어야 딱 맞더라” 같은 식으로요. 그러니까 가족도 “그래? 그럼 그렇게 해주면 되겠다”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처음엔 솔직함이 너무 무섭게 느껴졌는데, 막상 말해보니 생각보다 덜 날카로웠어요. 관계는 생각보다 잘 조정되더라고요.
지금은 가끔 그 반찬이 생각날 때도 있어요. 완전히 취향이 아니라고 단정한 건 아니었나 봐요. 다만 저는 ‘한 번에 많이’보다는 ‘적당히’가 더 맞았던 거고, 가족은 제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그 순간을 진짜로 믿어버린 거죠. 그래서 저는 이제 그 말을 조금 더 조심해서 하기로 했어요. 먹는다는 건 음식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에게 하는 대답이니까요. 오늘도 반찬통을 열면서, 내 입맛과 가족 마음 사이에서 딱 맞는 자리 찾는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