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로비에서 안내문이 나오는 시간에만 정전처럼 컴퓨터가 꺼져
회사 로비에서 안내문이 나오는 시간에만 정전처럼 컴퓨터가 꺼져. 처음엔 그냥 노후 전기 때문인 줄 알았어. 근데 그게 너무 “패턴”이 분명해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로비 스피커 시계처럼 시간을 세고 있더라.
그날도 평소처럼 오전 업무 시작하려고 PC 전원 버튼 눌렀는데, 로비 쪽에서 안내방송이 시작되던 딱 그 순간에 화면이 꺼졌어. 모니터만 꺼진 게 아니라, 사무실 전체 전등이 한 박자 늦게 깜빡이면서 같이 내려앉는 느낌. 그리고 방송이 끝나고 10초쯤 지나면 다시 켜져. 마치 누가 “전원”을 눌렀다가 바로 돌려놓은 것처럼.
처음엔 다들 “전압 좀 떨어졌나 보네” 하고 넘겼지. 하지만 이 회사는 전날부터 정전 같은 사고 이력이 없었고, 하필 안내문 나오는 시간만 그랬어. 로비에 붙어있는 종이 공지에도 “안내방송은 09:30, 10:30, 11:30에 실시됩니다”라고 적혀 있었거든. 그래서 우리가 대충 맞춰서 보긴 했는데, 정말 그 시간대에만 동일하게 발생했어.
나는 IT 쪽 친구랑 같이 확인하려고 로그를 봤어. 전원 꺼짐 기록은 남는데, 정전 차단기 내려간 흔적이나 네트워크 끊김 같은 건 없더라. 공유기나 서버는 멀쩡한데, 책상 위 컴퓨터만 “잠깐 꺼졌다 켜지는” 현상이 반복됐어. 재부팅처럼 처리되긴 하는데, 부팅 과정이 정상 종료보다 한 박자 빠르기도 했고, 바탕화면이 뜨기 전에 마치 누가 화면을 닫았다가 다시 켜는 느낌이 들더라.
이상한 건, 꺼진 시간에 맞춰서 로비에서 나는 소리가 꼭 같다는 거야. 안내방송이 시작되면, 어딘가에서 아주 미세한 “딸깍” 같은 소리가 같이 나. 방송 내용은 “입주민 안내 방송”이었는데, 그 사이사이에 한 번씩 스피커 잡음이 끼고, 그 잡음이 있을 때마다 PC 전원이 나가. 그러니까 사람 귀로는 그냥 방송 트는 소리라고 느껴지는데, 우리 컴퓨터는 그걸 “명령”으로 듣는 것 같았지.
일주일쯤 지나니까 회사 분위기가 바뀌었어. 다들 그 시간을 피하려고 업무를 미리 저장하고, 어떤 팀은 아예 안내방송 나오기 1분 전부터 자리에서 나가 있더라. 심지어 “오늘은 또 꺼질까?” 같은 농담이 생겼는데, 농담이 쌓일수록 진짜 걱정이 되더라. 제일 무서운 건, 누가 “기계가 그냥 꺼졌다”라고 말해버리는 순간부터 같은 시간이 찾아오면 불안이 몸에 먼저 굳어버린다는 거였어.
그 와중에 한 가지 더 발견했어. 로비에 설치된 오래된 안내 스피커 옆 벽면에, 예전 건물 운영 시절로 보이는 안내문이 덧붙어 있었는데, 그 종이가 유난히 말끔하게 남아 있더라. 새 공지보다 오래됐을 텐데 구김이 덜했고, 글씨가 너무 또렷해서 오히려 “최근에 붙인 것처럼” 보였어. 거기 적힌 내용이 뭔가 했더니, 이런 식이었어. “전원 점검 시간에는 일시 정지합니다. 안내방송 후 복귀됩니다.”
나는 그 문장을 보고 소름이 돋았어. 왜냐면 안내방송은 회사가 임의로 내보내는 게 아니라, 건물 시스템이 자동으로 돌리는 방식이거든. 근데 “정지합니다”라는 표현이 누가 봐도 사람용 문구가 아니라, 기계가 이해할 법한 문장처럼 느껴졌거든. 그날부터 나는 로비 공지 시간을 맹목적으로 믿지 않게 됐어. 안내방송이 약간만 빨라지거나 늦어져도, 우리 PC는 그 차이를 그대로 반영해서 꺼져. 그러니까 방송은 단순 알림이 아니라, 전원을 건드리는 트리거처럼 작동하는 거지.
결국 나는 며칠 동안 방송이 끝나고 켜질 때마다, 바뀐 게 없는지 확인했어. 문서가 저장 안 된 건 아닌데도, 이상하게 어떤 폴더에서는 정렬 순서가 바뀌어 있거나, 어떤 메신저 대화창은 방금 방금 열어둔 것처럼 깜빡이면서 다시 떠. 그리고 어떤 날은 내가 분명히 종료 버튼 눌렀던 프로그램이 다시 켜져 있더라. 마치 “사람이 하는 닫기”를 허락하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그 시간이 오기 전에 내 PC를 끄는 대신, 그냥 손을 떼고 기다리게 됐어. 그게 덜 불길하더라.
오늘도 로비 안내방송이 시작될 때가 다가오면, 사무실이 아주 잠깐씩 조용해져. 누군가는 이어폰을 빼고 스피커 소리를 듣고, 누군가는 파일을 저장하고, 누군가는 그냥 멍하니 화면 꺼지는 순간을 대비해. 그런데 이상하게도, 방송이 끝나고 화면이 다시 돌아올 때마다 우리는 한 번씩 같은 생각을 하게 돼. ‘복귀된 게 맞나?’ 하고. 그 문장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돼서, 다음 안내방송 시간이 오면 더 조용해질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