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마루 위에 늘 젖은 얼룩이 남아 있었어
시골집에서 마루 위에 늘 젖은 얼룩이 남아 있었어. 처음엔 비 새는 건가 싶었는데, 장마가 끝나도, 비 한 방울도 없던 날에도 마루 한가운데쯤만 보면 똑같은 자국이 남아 있더라. 우리 집이야 오래된 데다, 여름엔 바닥이 원래 좀 눅눅한가 싶기도 했는데 그 얼룩은 그냥 습기랑 결이 달랐어.
사건은 내가 방학 들어가서부터였어. 아버지가 “마루는 가끔 물 먹는 날이 있어”라고 하면서도, 얼룩이 생기는 걸 보면 늘 말 끝을 흐렸지. 나는 신발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발바닥이 살짝 차가워지는 걸 느꼈고, 그럴 때면 항상 얼룩 주변 바닥만 유독 매끈하게 번들거렸어. 물웅덩이도 아니고, 막 떨어진 것도 아닌데, 마치 누가 천천히 적셔놓은 것처럼 번져 있었거든.
그래서 일단 원인부터 잡아보려고 했지. 혹시 위층 배관이 샌다거나, 창문 틈으로 스며든다거나, 그런 쪽을 생각했어. 마루 밑을 뜯을까 하다가도 집이 너무 오래돼서, 괜히 더 큰 고장 날까 봐 망설였는데 이상한 건 그 얼룩이 매번 같은 모양으로 남는다는 거였어. 위치도 그렇고, 번짐 방향도 그렇고, 마치 “여기까지는 젖혀도 되고, 여기부터는 안 된다”는 경계라도 있는 것처럼 일정했어.
어느 날은 내가 일부러 밤에 깨어 있어봤어. 평소엔 늦게 자는 편이 아닌데, 그날만은 잠이 안 와서 거실 쪽 소파에 앉아 창문 밖을 보다가 마루를 자주 봤어. 시계는 넘어가고, 바깥은 완전히 조용해졌는데도 마루는 가만히 있는 것 같으면서도, 아주 약하게 빛을 머금고 있었어. 그 상태로 한참을 버티다 보니 새벽 두세 시쯤, 얼룩 주변에서 물기 같은 광택이 한 번 스르륵 퍼지는 느낌이 들었어.
“설마 바닥이 스스로?” 하고 생각하는 순간, 현관 쪽에서 아주 희미한 소리가 났어. 물 떨어지는 소리도, 발소리도 아니고, 누가 마른 수건을 짜는 것처럼 ‘스윽’ 하고 공기가 스치는 소리. 그 소리는 오래가지 않았고, 곧 얼룩이 조금 더 진해졌어. 나는 숨을 죽이고 바라봤는데, 이상하게도 그때는 얼룩에서 냄새가 났어. 비 냄새랑도 다르고, 곰팡이 냄새랑도 비슷하지 않았는데, 오래 젖은 천에서 날 법한… 그런, 설명하기 어려운 냄새였어.
다음 날 아침엔 아버지가 마루를 닦아놨더라. 물걸레로 한 번 쓱 문질렀는데, 닦는 순간엔 멀쩡한데 10분도 안 돼서 다시 얼룩이 올라오는 거야. 아버지도 그걸 보고 그냥 “또네” 하고 웃지도 못한 채 손을 멈췄어. 그러고는 마루 옆에 놓아둔 헝겊을 유난히 조심스럽게 치우더라. 마치 그걸 건드리면 안 되는 것처럼. 그때 처음으로, 이 집이 단순한 누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난 결국 밤에 한 번 더 확인하기로 했어. 이번엔 휴대폰 손전등을 들고, 얼룩이 생길 때까지 관찰하려고 거실과 방 사이를 왔다 갔다 했지.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집 전체가 더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고, 특히 마루 위로 빛을 비추면 바닥이 얇게 떨리는 것처럼 미세한 흔들림이 보였어. 바람이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러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얼룩이 있는 지점이 아주 천천히 ‘정리되듯이’ 진해졌어. 번짐이 퍼지는 게 아니라, 이미 있던 모양이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었거든.
그 순간 현관 쪽에서 다시 소리가 났어. 이번엔 더 가까웠고, 이상하게도 소리의 방향이 내 귀를 타고 오듯이 느껴졌어. 그리고 그 소리가 멎자마자, 얼룩 위쪽 공기가 잠깐 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사람 숨이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처럼,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분명했어. 나는 손전등을 들고 그 자리를 쳐다봤는데, 물이 고이는 흔적도 없고, 천천히 마루가 젖는 흔적도 없었는데도 얼룩은 그대로 남았지. 마치 누가 물을 붓기 전에 이미 바닥이 ‘필요한 만큼’을 받아두고 있었다는 것처럼.
그 뒤로는 나도 집이 싫어지더라. 샤워하고 나온 다음 날에도, 세탁기 돌린 날에도 얼룩은 같은 패턴으로 생기고, 닦아도 금방 돌아왔어. 더 무서운 건, 얼룩을 피해 걸으려 하면 오히려 발이 더 차가워진다는 거야. 얼룩 바로 옆을 밟으면 괜찮은데, 몇 걸음 피해서 돌아가면 그 구역 바닥이 더 차가워지더라. 마치 “피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처럼. 난 결국 아버지한테 물어봤어. 예전에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아버지는 한참 있다가 말했어. 예전에 한동안 비가 아니라도 바닥이 젖었다는 사람 얘길 들었다고. 다만 그때는 “그 정도는 넘어갈 수 있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고 했지. 그리고 그 다음부터 이상하게도 집에 오래 있는 사람이 줄었다더라. 이상하게도 우리 가족도, 친척도, 여름이 오기 전엔 집에 머물던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어. 그 얘길 듣고 보니까, 내가 그 얼룩을 ‘물’이라고만 생각해온 게 오히려 이상하더라. 왜 젖어야 하는지, 누가 젖히는지, 그건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한 날은, 내가 일부러 얼룩 위에 종이를 올려놨거든. 젖으면 종이가 들러붙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종이는 멀쩡했는데, 종이 아래에서만 아주 얇은 물막이 생기듯이 바닥이 빛났어. 종이를 치우고 나서도 얼룩은 그대로였고, 그날은 이상하게도 얼룩의 모양이 조금만 달라져 있었어. 딱 내가 종이를 올린 자리만큼—마치 누가 그만큼의 공간을 확인하듯이. 그날 이후로 나는 그 자리를 볼 때마다, 얼룩이 “젖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져서… 지금도 잠깐만 눈을 돌리면 다시 떠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