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문이 열릴 때마다 냄새가 ‘시간순’으로 바뀌어
엘리베이터를 타면 문이 열릴 때마다 이상하게 냄새가 ‘시간순’으로 바뀌었어. 처음엔 그냥 층마다 환기 상태가 달라서 그런가 했는데, 탈 때마다 그 순서가 꼭 정해져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어느 날부터는 내가 먼저 문 열리기 전에 냄새부터 예상하게 됐거든.
회사 건물 엘리베이터는 오래되진 않았지만, 버튼을 누르면 특유의 진동이 먼저 와. 타고 나서 10초쯤 지나면 특유의 멈칫하는 느낌이 오고, 그때마다 냄새가 바뀌기 시작해. 문이 닫히기 전에는 약한 새 아파트 방향제 같은 냄새가 있다가, 상승 중에는 금방 식는 음식 냄새처럼 눅진한 기운이 스치고, 내릴 층이 가까워지면 이번엔 마치 비 내린 흙 냄새랑 먼지 섞인 오래된 종이 냄새가 같이 올라와.
근데 문제는 그 냄새들이 ‘상황’에 따라 섞이는 게 아니라, 꼭 순서대로 굴러갔다는 거야. 예를 들면, 같은 시간대에 타면 거의 같은 패턴이 나왔어. 오전에 첫 출근으로 타면 1층 앞에서 맡던 향이 먼저 나오고, 점심 즈음에는 뒤로 갈수록 냄새가 더 묵직해지는 식으로 이어지더라. 마치 냄새가 내 일정표를 따라 재생되는 것 같았어.
나는 처음엔 그냥 내 코가 예민해졌나보다 하고 넘겼는데, 어느 날부터 메모를 하기 시작했어. 엘리베이터 안에서 문 열리기 직전마다 “향1→향2→향3” 이런 식으로 기록했는데, 놀랍게도 그 순서가 요일별로 달랐어. 월요일엔 끝이 약간 달큰한 섬유유연제 쪽으로 닿았고, 화요일엔 끝이 냉장고 속 쇠 냄새 비슷한 걸로 마무리됐어. 직원들 다 같은 층을 오가니까, 결국 누군가의 생활이 누적된 건가 싶었는데, 기록이 반복될수록 단순한 입주민 취향 차이로 보기엔 너무 정교했음.
그래도 제일 소름이었던 건, 문이 열릴 때 바뀌는 “순간”이 너무 정확했다는 거야. 예를 들어 8층에서 7층으로 갈 때, 문이 열리기 전엔 같은 냄새가 유지되다가, 딱 ‘찰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순간에만 다음 냄새로 넘어가. 소름 돋는 건 그 다음 냄새가, 그 층에서 실제로 맡을 법한 환경 냄새랑 잘 안 맞는다는 거야. 가령 3층을 내려가면 항상 어린애들 분필 냄새 같은 게 먼저 확 올라오는데, 3층은 사무실 층이라 그런 냄새가 날 구석이 없어. 그런데도 냄새는 안 틀리고 들어오니까, 건물 전체가 어떤 장면을 돌려보는 것 같았어.
어느 날은 휴가를 내고 늦게 출근했는데, 그날은 순서가 조금 달랐어. 평소엔 점심 전후로 냄새가 ‘눅진한 음식→종이 같은 먼지’로 이어졌거든. 근데 그날은 ‘눅진한 음식’에서 바로 ‘종이’로 넘어가지 않고, 중간에 한 번 더 희미한 금속성 냄새가 끼었어. 나는 순간 “이건 내가 빼먹은 시간이 있는 건가?” 같은 생각까지 했어. 그리고 그날 내 자리로 가는 길에 우편함 앞을 지나는데, 거기 붙어 있던 공지문이 유난히 오래된 종이 질감이더라. 방금 인쇄된 느낌이 아니라, 누가 오래 방치해 둔 것처럼.
이쯤 되면 다들 말렸을 텐데, 나는 오히려 더 확인하고 싶어졌어. 그래서 일부러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탔고, 일부러 같은 층에서 다시 올라가 봤어. 그런데도 냄새 순서가 유지되더라. 내가 이동한 방향이 바뀌어도, 냄새는 역방향으로 튀지 않았어. 예를 들면 아래로 내려가며 맡은 ‘마지막 냄새’가, 다시 위로 올라가며 맡을 때 ‘첫 냄새’로 돌아오지 않더라. 시간순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고, 진짜로 “지금이 아니라 그때의 흐름”을 밟는 느낌이었어.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건, 엘리베이터가 비정상적으로 빨리 움직인 날이야. 정전 비슷한 경고등이 잠깐 들어오고, 사람들이 “또 뭐야” 하며 투덜댄 뒤에 운행이 정상으로 돌아왔거든. 그때는 냄새가 너무 빨리 넘어가서, 숨을 들이킬 틈도 없었어. 새 방향제 같은 향이 한 번 들어오더니 바로 종이 먼지로 바뀌고, 곧이어 방금 전까지 있던 공기가 통째로 바뀐 것처럼 확 가라앉았어. 문이 열리면서 나도 모르게 멈춰 섰는데, 1층 로비의 공기는 평소랑 똑같이 멀쩡했는데 내 코만 이상하게 따라가고 있었지.
그 뒤로는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열리기 직전까지 숨을 참고 기다리게 됐어. 냄새가 바뀌는 순간, 마치 누가 내 뒤에서 타임라인을 넘기듯 ‘다음 장면’을 열어버리는 기분이 들어. 지금도 가끔 출근길에 그 엘리베이터를 타면, 이상하게도 내가 오늘 어떤 하루를 겪을지 먼저 코로 알아차리는 느낌이 들어. 그리고 그걸 알게 되는 순간, 나는 이미 문이 열리기 전부터 그 시간에 끌려 들어가고 있단 생각이 들어서, 이상하게 손이 먼저 버튼에서 떨어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