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산 스탠드 옆에 항상 작은 물방울이 맺혀 있더라
중고거래로 산 스탠드 옆에 항상 작은 물방울이 맺혀 있더라. 처음엔 습기겠지, 집이 오래된 편이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게 너무 꾸준해서, 결국엔 내가 그 스탠드를 “피해서” 생활하기 시작할 정도가 됐어.
그날은 퇴근하고 동네 중고앱에서 조명 스탠드를 하나 샀어. 가격도 싸고, 사진에선 딱 봐도 멀쩡해 보였지. 박스에서 꺼내자마자 기분이 좀 좋아졌어. 무게도 묵직했고, 전구 끼우면 깔끔하게 빛이 나올 것 같더라고. 그런데 설치하고 나서 바로 처음 이상한 걸 봤다.
스탠드 받침대 옆, 벽 쪽으로 아주 작은 물방울이 동그랗게 맺혀 있었어. 크기는 핀 끝만큼도 안 됐고, 물처럼 반짝이는데 손대면 금방 마르는 정도. “물티슈로 닦고 넘어가면 되겠지” 싶어서 닦아냈는데, 다음 날 아침에도 똑같이 그 위치에만 생겨 있더라. 위치가 정말 정확했어. 스탠드 다리의 그림자 끝이 닿는 자리 같은 느낌.
나는 그게 누수인가 싶어서 방 전체를 확인했어. 천장, 벽지 이음새, 창문 틈. 그런데 다른 데는 전혀 젖은 흔적이 없었고, 딱 그 스탠드 옆만 계속 생겼어. 그래서 한동안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물을 흘리나 싶어서, 거기엔 아무것도 두지 않았고 주변도 최대한 건조하게 유지했거든. 근데도 매번 같은 시간대에 나타났다는 게 문제였어.
처음엔 하루에 한 번, 그러니까 퇴근하고 돌아와서 전등 끄고 방을 정리할 때쯤에 보였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패턴이 더 뚜렷해졌어. 내가 집에 없을 때는 안 생기고, 내가 방에 들어와서 잠깐 숨을 고르거나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어느새 “톡, 톡” 소리도 아닌데 물방울이 맺히는 느낌이랄까. 실제로 떨어지는 소리가 난 건 아닌데, 눈으로 보기에 생겨나는 속도가 너무 빨랐어.
전구를 켰을 때도 이상했어. 스탠드 불빛이 닿는 각도에 따라 물방울이 더 또렷해지는 것 같았거든. 기온 차이로 결로가 생기는 건가 싶어서 전구를 바꿔봤는데, 전구 종류가 달라져도 결과는 같았어. 차가운 날엔 더 진하게, 더운 날엔 더 희미하게… 그런 느낌으로 존재감만 변했지, 위치는 절대 안 바뀌더라.
그래서 결국 중고거래했던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냈어. “스탠드 받침대 근처에 물방울이 자꾸 생겨요. 혹시 내부에 뭐가 있나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답은 짧았어. “그런 거 없었어요. 새 상품급이었는데.” 그리고 사진을 더 보내달라는 말도 없었지. 이상하게도 그 이후로 판매자는 답이 끊겼고, 앱에서도 읽씹처럼 넘어가버렸어. 그때부터 더 찜찜했어.
며칠 뒤엔 내가 괜히 겁먹고 있었던 건지 테스트를 해봤어. 스탠드 옆 바닥에 얇은 휴지를 몇 장 깔고, 스탠드를 켜놓은 채로 시간을 보냈지. 물방울이 맺히는 순간 휴지에 젖는 정도가 아니라, 휴지 위에서 아주 작은 번짐이 생겼어. 그러니까 “벽에서 생겨난 물”이라기보단, 스탠드가 만들어내는 무언가 같았어. 근데 냄새는 없었고, 끈적임도 없고, 그냥 물처럼 보였는데… 계속해서 같은 모양으로 맺혔어. 마치 누군가 한 방울씩 “정해진 자리”에 떨어뜨리는 것처럼.
나는 결국 스탠드를 옮겼어. 벽에서 한 20센티 정도 떨어뜨리고, 방향도 반대로 바꿔서 설치했지. 그런데 다음 날, 놀랍게도 물방울이 새로 생긴 자리는 스탠드의 “벽 쪽 면”이 아니라, 스탠드를 옮기기 전 내가 두었던 위치의 방향을 따라 생겼어. 완전히 똑같진 않았지만, 어딘가 미세하게 그쪽을 향해 맺히는 느낌이었어. 그때는 진짜로 소름이 돋았어. 집의 습기나 결로라면 위치가 이렇게 고집스럽게 따라오진 않잖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어서, 스탠드 받침대를 조심히 들어 올려서 밑을 봤어. 먼지도 조금 있었고, 케이블 고정용 플라스틱도 멀쩡했는데… 문제는 “그 아래에”였어. 젖은 흔적이 있거나 물이 고여 있는 건 아니었어. 대신 바닥에 아주 희미한 얼룩이 있었고, 그 얼룩이 방금 물방울이 맺히던 자리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더라. 닦아보면 지워질 것 같았는데, 손으로 문질렀을 땐 더 번져서 이상했어.
그 뒤로 난 스탠드 근처에 손을 잘 대지 못했어. 물방울이 생기는 걸 보면 닦아내고, 또 생기면 또 닦고…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물방울이 줄어들었어. 대신 방 한가운데를 지나갈 때마다, 그 자리에 가까워질수록 목 뒤가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지. 지금도 가끔 그 스탠드를 바라보면, 아직도 물이 맺히는 “타이밍”을 기억하는 것처럼 느껴져. 그리고 가장 무서운 건, 그 다음엔 내가 뭘 바꾸면 그 물이 어디로 옮겨올지… 끝까지 예측이 안 된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