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매일 같은 시간에 문고리만 살짝 흔들려
원룸에서 매일 같은 시간에 문고리만 살짝 흔들려. 처음엔 바람이겠지, 윗집이 문을 쾅 닫아서 진동이 내려오는 거겠지 하고 넘겼는데, 그게 생각보다 너무 “정확”했어. 벌써 한 달이 넘은 것 같은데도 매일 똑같이 시작돼서, 이제는 내가 먼저 그 시간을 기다리게 돼버렸어.
사건은 이사하고 나서 얼마 안 됐을 때부터였어. 평일이면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서 씻고, 대충 밥 먹고, 휴대폰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이 들더라. 딱 밤 11시 17분이 되면, 문고리가 아주 작게—손가락으로 툭 치는 정도로—살짝 흔들려. 소리는 ‘드르륵’ 같은데, 문이 열리진 않아. 문이 열릴 정도의 힘이 아니라, 마치 확인하듯이 “있나?” 하고 건드리는 느낌이랄까.
처음엔 그냥 신기해서 귀를 기울였지. 문고리 쪽에 손을 대고 있으면 진동이 멈추는 게 보여. 그러니까 누가 밖에서 잡아당기면 멈출 리가 없잖아.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문고리를 잡는 순간 그 흔들림이 사라져. 손을 떼면 다시 아주 미세하게 움직여. 이게 진짜 제일 이상했어. 소리만 무섭지, 그 동작의 “타이밍”이 사람을 더 갉아먹더라.
그래서 관리실에 물어봤어. 원룸 건물 구조상 바깥쪽 계단에서 사람들이 다니고, 혹시 누가 장난치는 건가 싶어서 CCTV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근데 관리실 아저씨가 “그 시간대에 출입하는 사람 기록은 없는데요”라고 하더라. 또 건물 특성상 환기나 엘리베이터 진동이 있을 수 있으니, 문 주변이랑 벽면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했는데, 결국 정비는 아무것도 안 나왔어.
다음엔 내가 스스로 실험을 해봤어. 그 시간에 맞춰서 일부러 늦게까지 깨어있다가, 문고리 앞에서 가만히 기다려보는 거야. 근데 기다리는 건데도, 그 흔들림은 늘 같은 방식으로 와. 처음부터 세게 흔드는 게 아니라, 딱 한 번 ‘살짝’ 그리고 잠깐 뜸 들이고, 다시 ‘살짝’이야. 마치 리듬을 맞추는 것 같았어. 내가 숨을 크게 쉬거나 움직이면 더 늦어지기도 하고, 내가 멈추면 더 정확하게 맞춰오는 느낌이라, 점점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다 어느 날은 술을 마시고 잤어.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해보니, 문고리가 젖어있는 것처럼 보이더라고. 물기가 뚝 떨어질 정도는 아닌데, 누가 손잡이를 잡고 지나간 자리처럼 약간 번들거렸어. 근데 그날 밤엔 내가 문고리를 잡는 실험을 안 했거든. 그러니까 누가 밖에서 잡았다기엔 흔들림이 너무 미세하고, 반대로 내가 막았기 때문에 사라진 거라기엔 설명이 안 맞아. 그때부터 진짜로 “이건 누가 시도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굳어졌어.
나는 그 뒤로 문 앞에 뭘 좀 깔아두기 시작했어. 예를 들면 문 밑 틈이랑 문고리 주변에 얇은 종이를 대놓고 흔들림이 발생하면 종이가 어디까지 흔들리는지 보려고. 그날 밤 11시 17분, 또 시작됐는데 종이는 이상하게도 크게 움직이지 않았어. 흔들림은 문고리에서만 생기고, 문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은 없거든. 그런데 종이엔 아주 작은 흔적이 남아. 마치 문고리에만 손이 닿는 방식인데도, 종이까지 ‘기억’처럼 아주 약하게 영향을 준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그리고 더 소름이 돋는 건, 내가 그 시간에 맞춰서 ‘기다리지 않으면’ 흔들림이 약해진다는 거야. 그냥 침대에 누워서 폰을 하다가 시간이 지나도,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릴 때쯤 이미 지나간 경우가 종종 있어. 그러면 다음 날은 또 정확하게 돌아오고. 마치 내가 그걸 의식하는지, 내가 문고리를 확인하려는지에 따라 동작이 조절되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래서 점점 내가 불안한 감정을 숨기는 게 아니라, 불안한 감정이 오히려 어떤 신호가 되는 것 같아서 더 무서웠다.
며칠 전엔 정말로 미친 짓 같은 행동을 했어. 그 시간에 맞춰 조용히 문을 열어보려고 한 거지. 물론 문이 열리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문고리가 흔들리는 순간 손잡이가 아주 잠깐 ‘살짝만’ 더 내려가. 그런데 문이 완전히 열릴 정도는 아니고, 딱 손잡이만 움직일 수 있는 정도야. 나는 그 틀을 놓치지 않으려고 문 쪽으로 몸을 당겼는데, 그때 딱 멈추더라. 그리고 너무 조용해졌어. 그 조용함이 오히려 더 큰 소리처럼 들렸고, 내가 문을 닫아버린 뒤에야 다시 평소의 밤이 돌아왔어.
원룸에서 매일 같은 시간에 문고리만 살짝 흔들려. 나는 이제 그 시간이 오면 불을 켜놓고, 문고리 쪽을 아예 안 보려고 해. 그런데도 이상하게 눈이 가. 그리고 가끔은—정말 가끔은—내가 문고리를 잡지 않았는데도 흔들림이 먼저 멈추는 날이 있어. 그럴 때는 꼭 다음날이 더 정확해져. 마치 누가 “오늘은 네가 알아차렸네” 하고, 그걸 다음 약속의 기준으로 삼는 것처럼. 그래서 난 지금도 묻는다, 이게 누군가의 행동이라면 왜 하필 문고리만인지, 혹은 반대로 내가 이미 어떤 방식으로든 응답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마지막으로 남는 건 그 한 번의 살짝, 그리고 내가 그 순간에 숨을 멈추는 습관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