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목적지 도착 알림이 먼저 울리고 차가 멈췄어
택시에서 목적지 도착 알림이 먼저 울리고 차가 멈췄어. 진짜로, 기사님이 “도착하셨습니다” 같은 멘트를 하기 전에 단말기부터 먼저 삐- 하고 울리더라. 나도 처음엔 기사님이 내비 소리로 설정한 줄 알았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 알림이 울리자마자 차가 갑자기 천천히가 아니라 ‘툭’ 하고 멎는 느낌이 들었거든.
그날 늦은 저녁이었어. 나는 지하철 막차를 놓쳐서 택시를 잡았고, 목적지는 집 근처라 금방 도착할 거리였지. 뒤에 앉아서 이어폰 끼고 있었는데, 기사님이 내비를 보면서 “여기서 직진이요” 하더라. 차량이 신호대기 할 때도 아니고, 도로가 갑자기 막힐 구간도 아닌데 이상하게 차가 덜컥거렸어. 그리고 정확히 그 순간, 단말기에서 목적지 도착 알림이 먼저 울렸어.
삐- 하는 소리가 짧게 한 번, 그다음엔 안내 멘트가 쏟아지듯 이어질 줄 알았는데 기묘하게도 아무 말도 안 나왔어. 대신 화면이 멈춘 듯이 가만히 있었고, 기사님은 “혹시… 여기서 내리면 되나요?” 같은 농담도 안 했어. 그냥 핸들을 아주 미세하게만 움직이더니, 차가 완전히 멈춰버렸어. 브레이크를 밟는 느낌이 아니라, 어디에 걸린 것처럼 속도가 사라진 느낌이랄까.
나는 순간 당황해서 기사님 얼굴을 봤는데, 표정이 굳어 있었어. 창밖을 보는 것도 아니고, 앞유리를 뚫어져라 보는데 시선이 한 점에 고정된 것 같더라. “기사님, 왜요?” 하고 물어보려다 말았어. 너무 조용했거든. 택시 특유의 엔진 소리도 줄어드는 게 아니라, 마치 소리가 잠깐 먹힌 것처럼 조용해졌어.
그때 뒤쪽 스피커에서 아주 낮게, 하지만 분명히 들리는 소리가 났어. 안내 음성이 아니라 사람 목소리처럼 “도착”이라고 한 번만 말하고 끊겼거든. 누가 내 옆에서 말하는 것도 아니고, 핸드폰 알림처럼 단말기에서 나온 것도 아닌데, 차 안 공기가 그 단어만 품고 있는 느낌이었어. 나는 등골이 서늘해서 이어폰을 빼고, 단말기 화면을 봤는데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 표기가 이상했어. 어느 순간 0.0km가 되어 있었는데, 도로 한가운데에 서 있는 상태였거든.
기사님은 아무 반응이 없어서, 결국 내가 직접 문 손잡이를 잡았어. “일단 내려도 되나요?” 하고 묻자 기사님이 아주 느리게 고개를 들었는데, 눈이 피곤한 사람처럼 멍했어. 그리고 “네. 내리세요”라고 말했는데, 말투가 내가 들었던 ‘기사님 말투’랑 달랐어. 마치 누군가가 녹음해둔 걸 그대로 읽는 느낌. 내려도 되는지 확인하려고 차 밖을 봤더니, 가로등이 있는 골목이 맞긴 했는데 너무 텅 비어 있었어. 지나가는 차도 없고, 바람 소리만 들리고.
나는 차에서 내리면서도 뭔가 현실감이 떨어졌어. 이상하게도 내비가 있는 화면이 계속 켜져 있었고, 목적지 도착 표시가 깜빡이지도 않고 그대로 굳어 있었거든. 또 한 가지, 내 휴대폰 시계가 그 순간부터 1분이 멈춘 것처럼 보였어. 실제로 멈춘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화면을 보려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초침이 똑같은 위치에 있는 느낌이 들었어. 물론 이렇게 말하면 다들 “착각” 하겠지만, 그 순간의 감각은 너무 선명해서 잊히지가 않아.
내가 골목 끝을 향해 한 걸음 옮기자, 택시 안에서 ‘다음 목적지’ 같은 안내가 울릴 줄 알았는데 아무 소리도 없었어. 대신 차 안에서 조용히 문이 ‘딸깍’ 하고 잠기는 소리가 들리더라. 내가 내린 건 맞는데, 기사님이 문을 잠그는 소리가 왜 들렸는지 이해가 안 됐어. 뒤를 돌아보니까 기사님은 아직도 그대로 앉아 있었고, 앞을 보되 움직임이 없었어. 마치 어떤 지점에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래서 나는 그냥 빨리 집으로 걸어갔어. 길을 아는 데라서 무서움보다 “빨리 확인해야겠다”가 먼저였지. 근데 이상한 건, 집까지 가는 동안 단 한 번도 택시의 존재가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어. 기사님이 내린 곳이 내 목적지 위치와 정확히 일치하는지 떠올리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거든. 그 택시가 멈춘 지점이 내가 알고 있던 목적지보다 한 블록쯤 더 앞이었어. 그런데도 단말기는 0km를 찍고, 내가 내리자마자 “도착”이라는 말만 남겼어.
집에 도착했을 때도 여전히 단말기 알림 소리가 귀에 맴돌았어. 다음날 아침에 택시 호출 내역을 확인해보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앱 기록에 그 운행이 없더라. 기사님 번호도, 차량 정보도, 시간도… 전부 흐릿하게 지워진 것처럼 보였어. 그때부터였어. 나는 계속 생각했어. 삐- 소리가 먼저 울린 게 그냥 시스템 오류였던 걸까, 아니면… 내가 도착했다고 ‘먼저’ 처리해버린 건 누가였지. 지금도 가끔, 목적지 도착 알림이 울리는 택시를 보면 차가 멈추기 전에 무슨 일이 먼저 일어나는지 떠올라서 손끝이 차가워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