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야간 경계 중에 내 호출만 반복해서 울렸어
군대에서 야간 경계 중에 내 호출만 반복해서 울렸어. 처음엔 그냥 무전 실수겠지 하고 넘겼는데, 그날 밤은 진짜로 시간 감각이랑 멘탈까지 같이 흔들리더라. 다른 조는 다 조용히 경계 돌고 있었는데, 유독 내 호출만 계속해서 “지시받아” 같은 식으로 반복해서 뜨는 느낌이었어.
사건은 내가 초소에서 근무인계 받고 난 뒤부터 시작됐어. 야간 근무 특성상 통신은 짧게 짧게, 필요한 말만 하고 끝내는 편인데, 그날은 이상하게 이어폰에서 잡음이 섞인 목소리가 먼저 들렸어. 누가 부르는 건지 확인하려고 무전기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발신자도 없이 내 호출만 딱딱 울렸지. 내 호출번호를 아예 외우고 있는 사람처럼 정확하게.
“(내 호출) 경계, 수신.” 이렇게 답하자마자, 바로 또 같은 톤으로 다시 울렸어. 주변에서 누가 장난치는 건가 싶어서 옆 초소 쪽을 슬쩍 봤는데, 그쪽 병사는 눈도 안 마주치고 자기 위치에서 똑같이 지형만 보고 있었어. 결국 또 무전기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때부터는 거의 한 분 간격으로 내 호출이 반복됐어. 잡음이 아니라, 딱 호출만.
처음엔 내가 뭔가 잘못 눌렀나 싶어서 무전기 설정을 확인했어. 볼륨, 채널, 송신 가능 여부까지 다시 보는데 전부 정상. 그런데도 울리는 호출은 계속됐고, 이상하게도 울릴 때마다 내 등 뒤가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더라. 땀은 식는데 몸은 계속 긴장한 상태로 굳어버리는 느낌이라, 웃으려고 해도 입이 잘 안 움직였어.
그 다음부터는 음성이 분명해졌어. 누가 “들려?” 하고 묻는 것처럼, 혹은 “대답해” 같은 뉘앙스로 들리는데 말의 끝이 자꾸 끊겼어. 나는 그냥 정해진 복창만 하려고 “예, 경계 근무 중입니다.”라고 했고, 그러자마자 호출은 더 빨라졌지. 마치 내가 대답하는 걸 확인하려는 것처럼, 한 번 울리면 바로 다음 울림이 따라오는 식으로.
그래서 결국 상급자 호출을 넣었어. “병장님, 무전 호출이 제 쪽에서 반복됩니다.”라고 말하자마자, 병장님은 한참 뒤에 “네가 잘못 들은 거 아니냐. 무전은 네가 누른 거 말고는 나갈 일이 없을 텐데.”라고 하더라.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는데, 나는 분명히 수신 상태에서 호출이 울렸고, 스피커를 통해서 내 호출이 들렸다고 했잖아. 그런데 병장님은 그냥 “그냥 계속 경계해. 감각 과민일 수 있다.”고 끊어버렸어.
그때부터 진짜 이상해졌어. 병장님이 끊고 나서도 내 호출이 계속 울렸는데, 이번엔 내가 답하지 않았는데도 울렸어. 스위치를 손에서 떼고 있어도, 무전기에서 소리가 나왔거든. 나는 아무것도 안 눌렀는데, 호출만 단정하게, 정확하게. 내가 대답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타이밍이 딱딱 맞았어.
나는 잠깐 초소 밖을 봤어. 철책 너머로 멀리 불빛이 흔들리고, 바람에 풀잎이 스치며 소리가 났지. 근데 이상하게도 그 호출이 울릴 때마다, 철책 쪽에서 뭔가가 “살짝”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같이 왔어. 발소리까지는 아니고, 장비를 스치는 소리처럼 아주 작게. 그래서 혹시 누가 근처에서 작업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그건 확실히 아니었어. 주변 통로는 한두 군데만 조명이 닿고, 그 시간엔 누구도 내려오면 바로 걸리는 구조거든.
마지막으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걸 봤어. 호출이 가장 빠르게 울리던 순간, 무전기 액정이 잠깐 깜빡하더니 화면에 “수신 완료” 비슷한 표시가 떴어. 근데 나는 수신 완료를 누른 적도 없고, 송신도 하지 않았어. 표시가 뜨자마자 호출은 멈췄고, 대신 다른 초소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하지만 그건 무전이 아니라, 진짜로 내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처럼 가까웠어. 나는 고개를 돌렸는데, 아무도 없었고, 그냥 밤공기만 차갑게 들어왔지.
그날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나는 멍하니 장비만 만지고 있었어. 경계 근무 끝나고 보고도 했는데, 다들 “피로해서 착각한 거겠지”라고 넘겼고, 솔직히 나도 그 말이 맞길 바랐어. 근데 지금도 가끔 무전기 잡음 섞인 소리를 듣거나, 호출음 비슷한 게 들리면 등 뒤가 자동으로 굳어. 어쩌면 그 밤에 내가 ‘대답’한 게 아니라, 누군가가 내 상태를 확인한 걸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