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지하에서 에스컬레이터 위로 오르는 사람이 보이는데 계단은 비어 있었어
회사 지하에서 에스컬레이터 위로 오르는 사람이 보이는데 계단은 비어 있었어. 처음엔 그냥 야근 끝나고 직원이 뛰어오나 싶었는데, 이상하게 그 사람이 올라오는 속도가 너무 일정했어. 마치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기계처럼, 손잡이를 잡는 방식도 똑같고 걸음도 정확히 “한 칸”씩만 옮기더라.
그날은 밤 열한 시쯤이었나, 나는 재고 확인 때문에 지하 창고 쪽으로 내려가야 했어. 지하층은 원래 조용하고, 냉기가 도는 소리랑 형광등 깜빡이는 소리만 들리잖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그 특유의 냄새가 올라왔고, 그때 에스컬레이터 쪽에서 “사각” 하는 작은 소리가 들렸어.
에스컬레이터는 올라가는 방향이었고, 위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쪽은 유리로 막혀 있어서 안쪽이 좀 비치거든. 그런데 그 위로 누군가가 올라오는 게 보였어. 직원들은 보통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지, 올라오는 동안 고개를 들거나 주변을 보는 습관이 있는데 그 사람은 오로지 앞만 바라보고 있었어. 그러면서도 발은 에스컬레이터의 발판에 맞춰 또박또박 옮겨가고 있었어.
나는 순간 “설마 계단으로 걸어 올라오나?” 싶었는데, 유리 너머 계단 쪽을 확인하자 계단은 완전히 비어 있었어. 누가 뛰어올라가거나 내려오는 사람도 없었고, 계단 난간에 기대 있는 흔적 같은 것도 없었어. 그런데도 에스컬레이터 위쪽에서 그 사람의 실루엣이 점점 커지는데, 조명이 지나갈 때마다 몸의 윤곽이 더 뚜렷해졌어.
가까이 가면 보일까 싶어서 지하 통로를 따라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걸어갔어. 회사 지하는 CCTV가 꽤 있어서, 보안상 왠만하면 멈춰서서 확인하지 않거든. 그래도 그때는 머리가 멍해져서 그냥 무작정 걸었어. 그런데 이상한 게, 사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위치와 실제로 내가 발끝을 내딛는 위치가 계속 어긋나는 느낌이 들더라. 내가 한 걸음 다가가면, 그 사람도 반 걸음씩 뒤로 물러나는 것 같았어.
내가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까지 갔을 때, 그 사람의 옆모습이 확실히 보였어. 얼굴을 자세히 보려는 순간, 조명이 깜빡이면서 시야가 잠깐 하얘졌고, 하얘진 뒤에는 손잡이를 잡고 오르는 “사람”이 아니라, 거의 그 사람이 서 있던 위치만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 분명히 발은 움직이는데, 공기 중에 떠 있는 것처럼 발 아래가 어딘지 확실하지가 않았거든.
나는 그제야 마음이 철렁해서 뒤돌아 회사 키오스크에 찍어야 하는 출입 기록부터 확인했어. 보안카드 로그를 보면 그 시간대에 지하층으로 들어온 사람은 없었거든. 그리고 통로 끝에서 창고 문 열리는 소리도 없었고, 지하 계단 쪽은 아예 사용 금지 테이프가 붙어 있었어. 그럼 저 사람은 어디서 어떻게 올라온 거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에스컬레이터 쪽을 봤는데, 그 사람은 이미 위 난간 부근까지 올라가 있었어.
더 소름이었던 건, 위로 올라갈수록 “소리”가 줄어들었다는 거야. 보통 에스컬레이터는 금속이 돌아가는 소리가 계속 나잖아. 근데 그 사람이 있는 구역에서만 소리가 둔해지고, 마치 누군가가 소리를 종이처럼 접어 넣은 것처럼 조용해졌어.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누가 장난 치는 건지 확인하려고 전화기를 꺼내려는 찰나에, 유리 너머로 보이던 계단이 딱 한 번 반짝였어. 그 반짝임 때문에 다시 고개를 돌리면, 사람은 사라져 있었어.
그 뒤로 나는 지하를 다시 내려가지 못했어. 다음 날 아침 출근해서 복도 쪽에 CCTV 기록 확인 요청을 했는데, 담당자는 “해당 구간 영상이 어제 밤에 잠깐 멈춘 것 같다”는 말만 하고 넘어갔어. 내가 본 건 분명히 에스컬레이터 위로 오르는 움직임이었는데, 화면에서는 끊긴 타임라인만 보이더라. 그리고 그 끊긴 구간이, 내가 처음 그 소리를 들은 시간과 딱 맞아떨어졌어. 지금도 가끔 지하로 내려가는 길에 에스컬레이터 앞을 지나가면, 손잡이 아래쪽에서 아주 작은 사각 소리가 나는 것 같아. 계단은 비어 있었는데도, 누군가는 올라왔다는 사실이 머리에서 빠지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