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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에 세워둔 물건들이 매일 같은 각도로 돌려져 있어

2026-09-20 08:29:11 조회 1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물건들이 매일 같은 각도로 돌려져 있어. 처음엔 내가 너무 예민한가 싶었는데, 며칠 지나니까 “아, 이건 우연이 아니라 규칙이 있구나”라는 느낌이 딱 들더라. 사건 시작은 별거 아닌 날이었어. 퇴근하고 들어가서 엘리베이터 타기 전에, 내 자리 끝쪽에 세워둔 박스랑 플라스틱 수납함을 확인했거든. 그때만 해도 그냥 위치가 좀 불편해서 살짝 옮겼다 정도로 생각했어.

문제는 다음 날부터였어. 내가 전날 세워둔 물건들이 그대로 있는데, 바닥에 닿는 방향만 이상하게 틀어져 있더라고. 특히 수납함 손잡이 쪽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틀어져 있었어. 처음엔 “바람에 밀렸나?” “누가 지나가다 건드렸나?” 싶어서, 나는 그냥 다시 제자리로 돌려놨어. 그런데 그날 밤부터 찜찜함이 커졌어. 주차장 내부는 바람도 없고, 누가 툭 치면 그 정도로 깔끔하게 같은 각도로 틀어질까 싶었거든.

그래서 내가 해본 게 메모였어.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또 까먹을까 봐, 다음 날 아침에 사진을 찍고 각도를 대충 종이 눈금으로 표시해놨어. 정확하게 각도를 재는 건 아니지만, “대략 몇 도” 정도는 감으로도 알 수 있잖아. 근데 진짜로 매일 비슷하게 돌아가더라. 손잡이 방향이 기준선에서 항상 같은 위치를 가리켰고, 박스는 수납함보다 조금 더 틀어져 있었는데도 움직인 축은 같았어.

관리실에 물어보려고 생각도 했는데, 괜히 민폐 될 것 같아서 참았어. 대신 주변 사람들한테도 은근히 떠봤지. 같은 층에 사는 사람이랑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여기 지하주차장에 물건 잘 움직이는 편이야?” 같은 식으로. 근데 돌아오는 답은 다 똑같았어. 다들 “그런 거 못 봤다” “그냥 바닥이 미끄럽지 않아서 잘 안 밀린다” 이랬고, 이상하다는 사람은 나 하나뿐인 것 같았어.

그 다음엔 내가 더 조심스러워졌어. 물건을 두는 위치도 바꾸고, 무게 있는 것들은 아예 묶어서 고정해놨어. 근데 신기하게도, 고정해둔 것들은 안 움직이는데 대신 다른 것들이 먼저 움직이더라. 예를 들면 나는 철제 바구니는 끈으로 묶어뒀는데, 그 옆의 얇은 종이박스 모서리가 매일 같은 방향으로 돌아가 있었어. 마치 누군가 “고정된 건 건드리지 않지만, 빈틈은 똑같이 조정한다”는 느낌. 그때부터 나는 뭔가가 ‘장난’이라기보다는 ‘습관’처럼 보이기 시작했어.

일주일쯤 지나자 확인이 더 무서워졌어. 퇴근 시간만 되면 주차장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부터, 내 물건이 있는 칸 쪽으로 시선이 먼저 가더라. 손이 먼저 움직이려는 건지, 머리가 먼저 겁을 먹는 건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항상 같은 각도였고, 회전 방향도 항상 일정했어.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각도는 내가 보기에 “정면”이 아니었어. 항상 내가 서 있는 위치를 기준으로 한 비스듬한 방향이었거든. 내가 그 자리에서 뭔가를 확인하려고 서면, 물건의 방향이 딱 그쪽을 살짝 비껴가게 틀어져 있었어.

어느 날은 더 선명했어. 퇴근하고 와서 수납함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데, 그때는 내가 일부러 표시를 해뒀거든. 바닥에 작은 테이프를 한 줄 붙이고 “여기 기준”이라고.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테이프는 그대로인데, 수납함만 그 기준에서 딱 같은 만큼 벗어나 있더라. 마치 테이프를 읽은 것처럼. 나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데, 바로 이 생각이 들었어. “읽는 거야, 아니면 그냥 반복되는 패턴이야?” 근데 패턴이 너무 정확했어.

그래서 결국 CCTV 얘기도 꺼내게 됐어. 관리실에 “지하에 카메라가 있긴 한가요?” 물어봤지. 그랬더니 돌아오는 답이 좀 애매했어. “공용 구역은 녹화가 될 수 있는데, 전부 다 보관은 못 한다” “개별 물건까지는 화면이 안 나온다” 이런 말. 하지만 그 말 속에 이상한 뉘앙스가 있었어. 마치 이미 누가 비슷한 얘기를 한 적 있는 사람처럼. 나는 괜히 입을 다물었고, 대신 내 쪽에서 더 안전하게 하려고 물건을 전부 다른 곳으로 옮겼어.

이사할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을 정도로, 나는 그 칸에 물건을 최대한 줄였어. 박스도 없애고, 수납함도 치우고, 남긴 건 겨우 작은 장식품 하나뿐이었어. 그런데 그게 마지막까지 이상했어. 작은 장식품은 내가 고정도 안 했는데도, 하루만 지나면 거의 움직이지 않더니, 어느 날부터는 또 같은 방향으로 아주 살짝 돌아가 있더라고. 움직인 정도가 작아서 “혹시 내가 어제 놓은 게 원래 이랬나?” 싶을 만큼. 하지만 분명히 그날 아침에 똑바로 확인했거든.

결국 지금도 가끔 그쪽을 보면 등줄기가 서늘해져. 물건이 돌고 나서 얼마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정리된 적도 없고, 누가 일부러 다시 맞춰놓는 흔적도 없어. 내가 놓는 기준과 그게 비껴가는 각도가 계속 겹치니까, 더 이상 “누가 건드렸다”로는 설명이 안 돼. 그래서 나는 요즘 지하주차장에 내려갈 때, 내 물건이 있는 칸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 번은 꼭 확인해. 그리고 확인하는 순간마다, 마음 한구석에서 이런 생각이 들어. “오늘도 똑같이 돌려놓는다면… 다음엔 뭘 건드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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