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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소독약 냄새가 아니라 금속 냄새가 먼저 올라왔어

2026-09-20 12:29:11 조회 1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병원에서 소독약 냄새가 아니라 금속 냄새가 먼저 올라왔어. 그날은 새벽 근무 마치고 들어가던 날이었는데, 복도 공기가 이상하게 찐득한 느낌이 들더라. 일반적으로는 소독약 특유의 쿨한 냄새가 먼저 코를 치잖아. 근데 나는 문 열자마자 철을 갈아놓은 것 같은 비린 금속 냄새가 먼저 올라오는 걸 느꼈어.

처음엔 누가 카트 끌다가 녹슨 걸 닦았나 싶었어. 그런데 그 냄새가 “한 군데에서만” 나는 게 아니고, 복도 끝에서부터 천천히 퍼지는 느낌이었거든. 마스크를 써도 냄새가 닿는다는 게 더 이상했어. 소독약 냄새는 금방 코를 적응시키는데, 금속 냄새는 그 반대였어. 숨을 들이쉴수록 더 선명해지는 느낌.

당직실로 들어가려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나한테 “어, 오늘 왜 이렇게 늦게 왔어?”라고 묻더라. 나는 “복도 냄새가… 소독약 아니고 금속 냄새 같지 않으세요?”라고 말했는데, 그분 표정이 잠깐 굳었어. 잠깐 웃으면서 “그럴 리가 있나. 소독은 계속 돌고 있잖아”라고 하더라. 근데 웃는 얼굴에 힘이 없었고, 손은 서류를 넘기는데도 멈칫했어.

나는 그냥 넘어가려다, 응급실 쪽 유리문을 봤어. 그쪽은 보통 환기 때문에 냄새가 빨리 사라지는데, 유리문 사이로 보이는 바람줄기 자체가 느리더라. 그리고 유리 너머로 아주 희미하게 “딱, 딱” 하는 소리가 들렸어.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랑 비슷한데, 누가 일부러 두드리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계속 이어지는 리듬 같았어.

그때 환자 이송 카트가 한 대 지나가고 있었는데, 바퀴 소리가 정상보다 작게 들렸어. 보통 바닥이랑 마찰음이 있는데, 그날은 너무 매끈하게 움직이더라. 나는 카트에 보호대가 제대로 채워졌는지 확인하려고 가까이 다가갔고, 그 순간 냄새가 확 올라왔어. 철 비슷한 냄새 + 젖은 천 냄새가 같이 섞여서, 뭔가가 “젖기 전에” 이미 닿아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어.

문제는, 카트 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는 거야. 누가 “이송 중”이라고 말한 것도 아니고, 의료진이 지나가며 “괜찮아” 같은 말도 없었어. 그런데 카트는 분명히 움직였고, 바퀴는 분명히 바닥을 밀고 있었어. 나는 눈을 깜빡였는데, 카트가 응급실 쪽으로 들어가는 순간 유리창에 비친 형체가 한 번 흔들렸어. 사진에서 노출이 한번 틀어진 것처럼, 사람이 아니라 “공기”가 움직이는 것 같은 흔들림.

나는 당직실로 돌아와서 기록을 확인했어. 그 시간대에 잡기 위한 이송은 없었거든. 대신 장비 점검표가 하나 찍혀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점검 항목이 “소독”이 아니라 “환기 덕트”였어. 근데 덕트 점검은 보통 낮에 하잖아. 나는 물어볼까 하다가, 간호사 선생님이 아까 굳었던 표정이 떠올라서 조심스럽게 “환기 덕트 점검 오늘 했어요?”라고만 물었어.

그분은 한참 있다가 “응… 했지”라고 말했는데, 말을 끝내기 전에 잠깐 숨을 멈추더라. 그리고 아주 낮게 “근데 그 냄새는… 우리는 원래 먼저 맡아야 돼”라고 했어. 나는 “원래요?”라고 되물었고, 그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그냥 잊어. 오늘 너도 이상하게 느낀 거 알겠어”라고 했지. 그 말투가, 설명이 아니라 경고처럼 들렸어.

그날 이후로도 이상한 일이 몇 번 더 이어졌어. 복도 끝에서만 금속 냄새가 먼저 올라오고, 그 다음에야 소독약 냄새가 따라오는 거야. 또 어떤 날은 냄새가 먼저 오면, 유리문 너머에서 들리던 ‘딱, 딱’ 소리가 곧바로 응급실 간호 호출벨 소리랑 겹치듯 커졌다가 꺼졌어. 나는 귀가 예민한 편은 아닌데, 그 리듬만큼은 자꾸 기억에 박히더라.

마지막으로 소름이 돋았던 건, 유난히 조용한 날 새벽이었어. 냄새가 오기 전에 먼저 “금속이 식는 소리” 같은 게 들렸거든. 차가운 쇳물이 뚝 떨어지는 느낌으로. 그 순간 복도 조명이 깜빡이더니, 병원 방송이 아주 짧게 깨진 듯한 소리만 내고 끝났어. 그리고 내 옆에 있던 간호사 선생님이 아무 말 없이 창문 쪽을 바라봤는데, 그 표정이 마치 “또 왔구나” 하는 사람 같았어. 지금도 생각하면, 그날 금속 냄새가 먼저 올라온 게 단순한 환기 문제였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남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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